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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한 매너 ‘침대축구’…이란이 원조 아니다?


입력 2014.11.19 10:03 수정 2014.11.19 13:40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후반 막판 모호한 판정에 의해 이란전 실점

'침대 축구' 봉쇄하려면 압도적으로 공격해야

'침대 축구'는 스치기만 해도 극심한 고통을 유발한다. 하지만 이란은 브라질 월드컵에서 '침대 축구'를 구사했다가 오히려 패하고 말았다. ⓒ 게티이미지

경기가 유리하게 흐른다 싶으면 조그마한 충돌에도 쓰러져 고통을 호소한다. 그라운드에 나뒹굴고 있는 선수의 표정에는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심한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심판의 휘슬이 울리고 의료진이 투입된다. 그리고는 언제 아팠냐는 듯 벌떡 일어난다.

축구를 기만하고 팬들의 분노를 자아내는 중동식 ‘침대 축구’ 이야기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다시 한 번 침대축구에 속이 터졌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1일 오후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 평가전에서 0-1 패했다.

후반 37분 프리킥 기회를 얻은 이란은 네쿠남의 슈팅이 양쪽 골포스트를 잇달아 맞고 나오자 쇄도하던 아즈문이 헤딩으로 골을 우겨넣었다. 이때 김진현 골키퍼와의 충돌이 일어나 반칙 선언을 할 만했지만 주심은 그대로 골을 인정했다.

골 장면도 논란을 낳았지만 축구팬들의 분통을 터지게 한 부분은 충분히 예상이 가능했던 ‘비매너 침대 축구’였다.

‘침대 축구’는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에서 시작돼 일부 동유럽 국가들이 1980~90년대 본격적인 전술로 활용했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 중동국가들에 의해 완성됐다는 평가다.

사실 이란은 ‘침대 축구’의 원조라고 볼 수 없다. ‘침대 축구’는 중동의 약체로 분류된 바레인과 카타르, 쿠웨이트 등이 강호들을 상대로 승점을 따내기 위한 시간벌기 전술로 사용했고, 이후 사우디 아라비아, 이라크 등이 약속이라도 한 듯 자연스레 받아들였다.

같은 이슬람 국가이지만 아랍인이 아닌 페르시아인으로 이뤄진 이란은 월등한 체격을 앞세워 오히려 힘 있는 유럽식 축구를 구사했다. 하지만 매번 ‘침대 축구’에 발목이 잡히자 자신들도 이 전술을 도입,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침대 축구’를 당하는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약이 오를 수밖에 없다. 선수들을 비롯해 코칭스태프, 심지어 팬들까지 분노를 터뜨리기 일쑤다. 따라서 이번 이란전과 같은 거친 신경전이 일어나는 일도 다반사다.

물론 ‘침대 축구’는 양날의 검을 지니기도 한다.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기 때문에 시간 벌기용으로는 탁월하지만 동점 또는 역전을 내주는 일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3~4위전이다. 당시 이란을 만난 한국은 전반에만 2골을 내줬고, 상대는 보란 듯이 그라운드에 쓰러지기 시작했다. 후반 초반 한 골씩 주고받아 1-3로 뒤져 패색이 짙었던 대표팀은 종료 직전 박주영과 지동원의 연속골이 터지며 멋진 역전승을 일구기도 했다.

‘침대 축구’를 봉쇄하기 위해서는 선제골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필수다. 여기에 압도적인 공격을 더한다면 상대가 드러누울 여지조차 주지 않을 수 있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서 아르헨티나는 이란의 ‘침대 축구’에 크게 고전했다.

당시 이란은 승리할 마음이 없는 듯 시작부터 ‘침대 축구’로 수준 이하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러다 후반 46분 리오넬 메시의 결승골이 터졌다. 다급해진 이란은 동점을 위해 공격적으로 나섰으나 이번에는 교체 아웃되는 앙헬 디마리아가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는 데만 무려 46초를 사용, 일명 ‘산책 축구’로 ‘침대 축구’에 응징(?)을 가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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