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거품의 또 다른 단면, 골든글러브 실종
최근 FA 대박 계약자들 골든글러브 수상과 무관
홍성흔, 박용택 정도만이 해당 포지션서 활약
모름지기 프로야구 골든글러브라 하면 각 포지션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받게 되는 상이다. 프로 세계에서 최고의 가치는 곧 몸값으로 통용되기도 한다.
9일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10개의 황금장갑이 주인을 찾아갔다. 역대 최다 수상의 기록을 새로 쓴 이승엽(지명타자)을 비롯해 20승 투수 밴헤켄, 그리고 박석민과 양의지는 개인 첫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하지만 의아한 점은 얼마 전까지 프로야구에 광풍을 몰아쳤던 FA 대박 선수들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올 시즌 FA 시장은 아직 4명의 미계약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계약 총액 500억 원이 넘는 호황을 누렸다. 역대 최고액을 갈아 치운 SK 최정(4년 86억 원)을 비롯해 80억 원대 선수만 무려 3명이다.
FA 계약은 대게 현재 기량을 바탕으로 미래의 기대치를 돈으로 환산해 이뤄지곤 한다. 따라서 젊고 부상 경력이 없거나 포지션의 희소성을 지닌 선수들이 보다 높은 계약을 따내기 마련이다. 여기에 국내 정서를 감안해 프랜차이즈 스타 또는 어느 정도의 과거 경력이 인정받기도 한다.
최근 FA 자격을 얻은 소위 A급 선수들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이른 바 ‘잭팟’을 터뜨렸다. 기량과 스타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이들은 각자 포지션에서 최고라 불릴만한 선수들이다. 그러나 유독 골든글러브와는 무관해 보인다.
FA 몸값 거품 논란은 2012년 넥센 이택근(4년 50억 원)으로부터 시작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후 2013년에는 김주찬(4년 50억 원), 정성훈, 이진영(이상 4년 34억 원), 홍성흔(4년 31억 원)이 초고액 연봉자 반열에 올라섰다.
절정으로 치달은 지난해에는 강민호(4년 75억 원), 정근우(4년 70억 원), 이용규(4년 67억 원), 장원삼(4년 60억 원)이 대박을 터뜨렸고, 올 시즌 후에는 지난해를 비웃기라도 하듯 인플레이션 현상이 뚜렷해졌다.
그렇다면 이들 FA들은 몸값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을까. 일단 올 시즌만 놓고 보면, 총액 30억 원 이상의 고액 연봉자들은 골든글러브 수상과 무관했다. 그나마 홍성흔, 박용택, 이택근이 후보에 오른 것이 고작이다.
FA 계약이 현재 기량을 바탕으로 몸값이 매겨진다지만 80억 원 이상을 받아낸 최정, 장원준, 윤성환 등이 아예 후보에 조차 오르지 못한 점은 아이러니다.
FA 자격을 얻기 전 크게 활약을 펼치며 황금장갑의 주인이었던 선수들의 대부분도 계약 후에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자취를 감췄다. 3년 연속 포수 부문 골드글러버였던 강민호는 75억 원 계약을 따내자마자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고, 2루수 단골손님이었던 정근우(3회)도 고개를 숙이기는 마찬가지였다.
FA 계약 후 골든글러브를 따낸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최근 5년간을 살펴보면 홍성흔(3회), 박용택(2회), 이병규, 조인성(이상 1회)만이 황금 장갑을 손에 꼈다. 이들이 미상불 레전드로 추앙받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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