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Y 배후설' 유승민, 원내대표 경선에 득 or 독?
"비박꼐 결집" 긍정 분석에 "친박계 결집" 악재 전망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수첩에 적힌 ‘문건 파동 배후는 K, Y(김무성 유승민)’의 의미가 음종환 전 청와대 행정관의 발언으로 밝혀짐에 따라 당청관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친박계 보좌관이 차기 원내대표 출마가 유력시 되는 유 의원을 배후자로 지목하면서 차기 원내대표 경쟁도 다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차기 원내대표는 박근혜정부의 집권 3년차 국정 운영을 입법 부분에서 뒷받침해야 할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연말 불거진 ‘청와대 문건 유출’로 상실된 국정 운영 동력을 회복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주장하는 ‘경제 살리기’의 성공적인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어깨가 무겁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차기 총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박근혜정부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둘째 치고 당청관계가 지금처럼 삐거덕거리는 모습을 계속 보일 경우 총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차기 원내대표 구도는 유 의원과 해양수산부 장관직을 사퇴하고 국회로 복귀한 이주영 의원 간 양자 대결로 좁혀지고 있다. 유 의원과 이 의원은 모두 ‘친박’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유 의원의 경우 현재 박 대통령과 멀어져 이른바 ‘탈박’으로 분류되며, 스스로는 ‘짤박(짤린 친박)’으로 부른다.
주목할 점은 음 전 행정관이 ‘대표적인 친박계 보좌관’이라는 것이다. 그의 주장이 단지 개인의 시각이 아닌 청와대를 비롯한 친박계 주류의 인식을 담고 있지 않겠느냐는 게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다.
청와대와 친박계 입장에서는 당 대표가 ‘김무성’이라는 점도 껄끄러운데 이미 한차례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운 바 있는 유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을 경우 ‘더 이상 당 내에 입김이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부담감이 생길 수 있다. “한명도 힘든 데 두명은 오죽하겠는가(당 관계자)”라는 설명이다.
유 의원은 논란이 불거진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너무나 황당하고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서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똑같은 심정”이라고 밝혔지만 발언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유 의원 입장에서는 지금 상황이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유 의원은 지난해 7·14전당대회 직후 김 대표가 제안한 사무총장 자리를 거절했다. 이를 계기로 양측이 다소 소원해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관계를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 측 관계자도 최근 ‘데일리안’과 만나 “두 사람이 좋은 관계로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속내야 어찌됐든 유 의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청와대와 불편한 관계를 맺고 있는 김 대표와 한 배를 타게 됐다. 여기에 최근 박 대통령을 향해 비판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 전 비대위원도 작은 지분이지만 동행한 상태다.
당내 한 관계자는 15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원내대표는 인물도 중요하지만 통상적으로 세력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친박계가 위기를 느낄 경우 유 의원에게는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효과가 더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수첩 파문’이 유 의원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집권여당을 향한 청와대의 인식이 드러난 만큼 비박계와 친이계 의원들이 김 대표와 유 의원을 중심으로 결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간 당내에서는 ‘청와대가 당과 소통을 하지 않는다’, ‘집권여당이 무기력하다’,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불만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쌓여가던 불만은 결국 이번 파문을 계기로 폭발했다.
‘비박계’로 김 대표와 친분이 깊은 김성태 의원은 이날 오전 ‘PBC라디오’에 출연해 “전직 청와대 참모라는 사람이 집권당 대표를 우습게 본다는 것은 용납할 수도 없고, 두 번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김 대표가) 참는다, 참는다 해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도 전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일년 앞으로 다가온 제20대 총선을 거론하며 “지금은 임기가 3년 남은 청와대가 임기 1년 남은 당에 힘을 실어줘야 할 때. 금년 1년은 청와대가 당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친박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뚜렷한 구심점이 없는 친박계가 원내대표 경선 당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줄지는 의문”이라며 “오히려 김 대표를 중심으로 한 세력이 결집력 면에서는 친박계를 앞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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