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연의 우리 터 우리 혼 - 남근석기행>지구상에서 하나뿐인 신령들 세상
북한산 기슭 불광동 일대는 옛 부터 기도처로 소문난 곳이다. 족두리봉 알터, 도솔암 알터 등 유명 명소들이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족두리봉 맞은편 독방골로 부르는 계곡에는 민간토속신앙의 대명사로 알려진 천녀바위가 있다. 독바위산 정상 동쪽 경사면 숲속에 홀로 앉아 있는 바위다.
이 바위는 1970년대 후반까지 자식을 바라는 기자신앙으로 영험하다는 소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새마을운동 때 미신타파 척결로 인해 무속인들의 거주지가 철거되면서 세인들에서 멀어져 갔다.
기도처가 해체 된 후 상주하는 사람은 없어 졌지만 천녀바위 주변에는 지금도 오색 깃발 또는 초, 향들이 꼽혀 있는 제단을 볼 때 치성을 드리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 듯하다. 한때 인왕산 국사당의 선바위보다 더 영하다고 알려져 이 일대가 복을 비는 골짜기라 해 ‘복밭골’로 부르기도 했다.
천녀바위가 위치한 산은 험하지는 않지만 계곡 비탈진 곳에 있어 찾기가 어렵다. 독박골은 지하철 3호선 불광역에서 내려 구기터널 방향 독박골 버스정거장에서 내려야 한다. 정거장 인근 거북약수터에서 등산로를 따라 20분정도 올라가면 산불진화용 기구를 보관하는 정자가 나온다. 여기서 왼쪽 골짜기로 50m 정도 내려가면 지구상에서 볼 수 없는 기상천외한 천녀바위를 볼 수 있다.
이 바위는 중생대 말 지층에 파고 든 화강암이 지반의 상승과 침식작용으로 표면에 드러났다가 다시 풍화작용을 받아 움푹움푹 패인 높이 9m, 폭 5m의 타포니형 바위덩어리다.
그런데 이 바위가 언제부터 천녀바위로 명칭이 붙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선사시대부터
종족번성을 바라던 사람들이 그렇게 불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천녀는 용모가 아름답고 가무가 뛰어난 하늘의 여인,즉 옥황상제의 딸로 묘사되는 인물이다.
세월의 더께가 켜켜이 쌓인 천녀바위를 가만히 쳐다보면, 아무리 오랜 풍파를 맞았다 해도 이렇게 절묘하게 생겼을까...?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인왕산 선바위처럼 사방이 풍우에 자연스럽게 움푹 패어 해괴한 모습이다.
천녀바위의 유명세는 바위에 새겨진 성혈(性穴)형상과 그리고 남근과 여근모양 때문이다. 특히 음경처럼 생긴 머리 부분에는 띠를 두른 것 같이 선이 있으며, 가운데는 눈을 부릅뜬 동그란 원과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사진으로 감상하는 것보다는 직접 눈으로 보는 시각적 이미지는 더욱 신기하다.
세상에 이런 것도 있나 싶을 정도다. 심약한 사람은 이 바위를 제대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소름이 끼친다. 이들 형상들은 제각각 금형 틀처럼 음각돼 있으며, 바위 깊숙이 안쪽으로 들어가 있어 마치 신령들의 세상 같다 .
남근 옆에 새겨진 여근 또한 괴이하다. 위에서 내려오며 3개에 구멍이 있는데, 배꼽과 질 구멍 기리고 항문을 연상케 한다. 바위하나에 남근과 여근이 조각돼 있어 더욱 신성시됐다.
이들 바위표면에는 홈처럼 파여진 동그란 구멍의 성혈이 있는데, 성혈은 여성의 성기나 자궁을 뜻한다. 성혈은 전국적으로 분포돼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분포돼 있는 바위신앙 터다.
알구멍, 알터, 알홈, 돌우물로도 부르기도 하며, 서양에서는 컵마크 (Cup mark)로 부른다.
구멍의 직경이 10cm 미만이면 알구멍, 그 이상이면 용알구멍으로 부른다. 성혈신앙은 선사시대부터 내려온 풍습인 태양숭배사상이 표현된 것으로 풍요와 생산을 상징하는 토속종교의 문화유산이다.
우리조상들은 성혈이 있는 바위에서 기우제를 지내거나 자손의 잉태를 기원했는데 이러한 성혈신앙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있는 현상이다. 자식 낳기를 바라는 기자 신앙은 인간본능의 발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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