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마저 3년차 부상 징크스, 살인일정 때문?
부상자 명단에 올라 5월초에나 복귀할 듯
한국 시절보다 빡빡해진 등판 일정, 문제로 대두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8·LA 다저스)이 올 시즌의 시작을 부상자 명단에서 시작한다.
류현진은 지난달 18일(한국시각), 텍사스와의 시범경기에 등판한 다음날 왼쪽 어깨 통증을 호소했다. 당시만 해도 큰 부상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지만 며칠 뒤 다시 통증이 찾아왔다.
다저스 구단은 류현진을 곧바로 LA로 보내 정밀진단을 받게 했다. MRI 촬영 결과 다행히 큰 이상은 없었지만 구단 측은 입장은 조심스러웠다. 부상자 명단에 오른 류현진은 오는 7일부터 캐치볼을 시작한 뒤 롱토스, 불펜 투구, 라이브 피칭 순서로 재활을 이어갈 예정이다. 따라서 메이저리그 복귀는 빨라야 이달 말 또는 5월초가 될 전망이다.
단순한 부상으로 치부하기에는 우려되는 부분들이 상당하다. 먼저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후 잦은 통증을 호소하고 있으며, 그 주기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한화 시절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예정된 3년차 부상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대부분의 일본인 투수들 역시 3년차 시즌에 어김없이 부상을 맞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선수가 마쓰자카 다이스케(35·소프트뱅크)와 다르빗슈 유(29·텍사스)다.
보스턴 입단 당시 큰 화제를 모았던 마쓰자카는 빅리그 첫해 15승 12패 평균자책점 4.40으로 기량을 인정받았고, 이듬해 18승 3패 평균자책점 2.90을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투수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3년차였던 2009년, 투수에게 치명적이라 할 수 있는 어깨부상이 찾아왔고 결국 그해 12경기만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다르빗슈도 3년차 부상을 피해가지 못했다. 첫해 192이닝을 던진 뒤 이듬해 209.2이닝 소화로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고무팔’로 인정받았지만 3년차였던 지난해 결국 규정이닝을 넘기지 못한 채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다. 다르빗슈를 6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오르게 한 원인은 팔꿈치였다.
마쓰자카의 경우 일본 시절 너무 많은 공을 던진 것이 부상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일본에서의 8년간 연평균 25.5경기에 나선 그는 무려 175.2이닝을 소화했다. 이는 당시 일본에서도 혹사 논란이 뜨겁게 불거질 정도였다.
다르빗슈도 많이 던지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르빗슈는 니혼햄에서의 7시즌 동안 1268.1이닝(연평균 181.1이닝)을 던졌고 완투도 55경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다르빗슈는 부상 원인이 일본에서의 혹사 때문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올해 초 일본 매체와의 인터뷰서 “투구수 때문이 아닌 등판 간격이 문제인 것 같다. 4일 휴식과 5일 휴식에 따라 팔꿈치 상태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휴식일이 거의 없는 메이저리그에서는 5인 로테이션을 고수, 4일 휴식이 불가피하다. 마이너리그서부터 기량을 갈고 닦은 선수들은 이 같은 일정에 크게 부담을 갖지 않는 반면, 메이저로 직행한 아시아 리그 출신의 투수들은 빡빡한 등판 간격에 애를 먹는다는 뜻이다.
이는 류현진에게도 해당된다. 류현진은 한화 시절 5일 휴식 또는 6일 휴식일을 보장받았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일주일에 한 차례 등판하는 일정이었다. 마쓰자카, 다르빗슈 등 일본인 투수들 역시 경기당 소화이닝이 많았을 뿐 등판 간격은 상당히 여유로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류현진은 2013년 이후 2시즌 동안 총 56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이 중 25경기가 4일 휴식 후 등판이었는데 10승 8패 평균자책점 3.51을 기록했다. 하지만 5일 휴식(11승 4패 평균자책점 3.20) 또는 6일 이상 휴식(7승 3패 평균자책점 2.48) 때에는 보다 좋은 성적을 남겼다. 무엇보다 통산 피홈런(23개) 중 절반 이상(15개)이 4일 휴식 등판에 몰린 점이 눈에 띈다.
KBO리그는 1군 등록 인원을 26명으로 유지하다 10구단 체제가 된 올 시즌 27명으로 늘렸다. 똑같이 144경기를 치르는 일본프로야구의 엔트리 등록은 28명으로 6선발 체제가 가능할 정도다. 반면, 메이저리그는 25인 로스터 체제라 타 포지션 엔트리 확보를 위해 5선발 로테이션이 자연스레 정착했다.
또한 미국 내에서는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보다 많이 출전해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뛰어난 야구 실력은 물론 강한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프로 선수가 지녀야 할 덕목이며 의무라는 셈이다.
류현진은 올해 초 출국기자회견에서 2015시즌 목표에 대해 승수 또는 평균자책점이 아닌 “200이닝 돌파”라고 단호히 말한 바 있다. 실력은 이미 검증된 류현진이다. 다만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한 책임감과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한 류현진의 속내가 그대로 드러난 발언이라 할 수 있다. 부상 암초에 걸려 시작부터 불운이 찾아온 것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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