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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졌다는 문재인 안달라진 스킨십


입력 2015.04.06 16:50 수정 2015.04.06 17:05        이슬기 기자

<기자수첩>정책 실무자와 식사도 안하고 '정책 정당' 만들겠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입을 굳게 다문 채 다른 최고위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 5일 박지원 의원과 만나 4.29 재·보궐선거 지원을 요청하며 당내 불화설 봉합에 나섰다. 앞서 같은 날 오전 권노갑 상임고문 등 원로들과의 조찬이 취소된 데 이은 긴급 회동이다.

물론 호남 지지층 결집의 키를 쥐고 있는 박 의원이 “선당후사의 자세로 돕겠다”고 답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사실상 정치 전면에 나서야하는 당대표로서 첫 걸음을 뗀 것에 불과하다는 게 당 안팎의 평이다. 선거가 눈앞에 닥친 상황에 이르러서야 급히 의원실 문을 두드릴 게 아니라, 평소에 당 주요 인사들과 대면하는 성의와 노련함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지적은 이미 문 대표 취임 직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 당 정책 관련 한 의원실 관계자는 6일부터 시작된 정책 엑스포 진행 상황을 묻는 질문에 대뜸 "'정책 정당' 한다면서 정작 정책 쪽에서 제일 중요한 실무자와는 아직 밥 한번 먹은 적이 없다. 그러니 아무리 그게 진심이라도 전해질 리가 있겠나"라며 문 대표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요즘 누구보다 속이 터지는 사람 역시 문 대표다. ‘경제 정책 올인’을 내걸고 4.29 재보선 정국까지 숨가쁘게 달리는 가운데, 정동영·천정배 후보의 등장으로 일각에선 ‘4 대 0 아니냐’란 말까지 나오는 비상 상황에서 당 안팎으로 손발이 되어 움직여줘야 할 인사들이 도통 그의 맘같지 않아서다.

앞서 문 대표는 지난 2일 당 원로들에게 선거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원탁회의를 개최했지만, 사실상 ‘반탁회의’에 그쳤다는 평이 쏟아졌다. 문희상·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안철수·김한길 전 공동대표와 박지원·정세균 의원 등 주요인사들을 초청한 결과, 실제 지원사격이 시급한 ‘비노계’ 박지원·김한길 의원은 불참했기 때문이다.

특히 박 의원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앞서 지난달 31일에 있던 ‘동교동계 거수투표’ 사건(김대중 대통령 직계 인사들이 DJ묘역 참배 뒤, 문 대표를 돕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수로 결정)과 맞물려 불화설로 확대 해석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 측은 “이미 2주 전에 문 대표 측으로부터 식사하자는 연락을 받았고, 우리는 이미 다른 일정이 있어서 못 간다는 것을 미리 알렸다”며 “오히려 그 자리가 원탁회의라는 걸 몰랐다. 그냥 식사 하자고 말을 들었기 때문에 그게 원탁회의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고 설명했다.

문 대표의 소통 방식에 대한 아쉬움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절박하다면, 비서실장이 아닌 문 대표 자신이 직접 이들을 찾아가 얼굴을 맞대고 절실함을 전했어야 하는 게 맞다. ‘형식’이야말로 정치인이 그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는 주된 요소다. 그래야 문 대표의 절박함이 전해지는 것은 물론, 비노계를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움직일만한 ‘판’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박 의원이 3일 한 종편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난 한번도 보궐선거를 돕겠다 또는 돕지않겠다고 내 입으로 말한 적이 없다”며 “제 도움이 필요하다면, 문재인 대표가 모양새를 좀 만들어줘야 한다. 정치는 모양새를 갖춰줘야 하는 것”이라고 단도직입으로 지적했겠나.

물론 사람 만나는 것을 즐기지 않고 말도 적은 문 대표의 ‘타고난’ 성향은 익히 잘 알려져있다. 그 자신부터 ‘뒤에서’ 보필하는 비서실장 출신인 데다, 당장 전당대회 때는 언론인과의 접촉이 지나치게 적어 캠프 관계자들이 애를 먹기도 했다.

실제 다수 의원실에서는 “당대표가 됐으면 의원들도 직접 만나고 말도 자주 섞어봐야 하는 거 아니냐. 당대표가 아니라 대선후보처럼 행동한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그러니 정책 정당을 추진하면서 정작 담당 의원과 밥자리 한번 가져본 적이 없는 상황도 일어날 법 하다.

그는 당권을 잡기 전은 물론, 지난 대선 전부터도 “나는 정치와는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해왔다. 사람 만나기를 즐기고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대중 정치인과는 거리가 먼 사람임을 자신도 알고 있다고도 인정했다. 당시 김정운 교수의 '남자의 물건'이라는 책에서도 밝혔듯, 바둑이 취미인 문 대표는 ‘홀로’ 복기(復棋)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제는 정당화될 수 없다. 그가 당 대표로서 정치 전면에 나섰다면, 이제는 그 자리에 맞는 모습으로 자신을 바꿀 필요가 있다. 불편하더라도 직접 의원들을 만나 표현해야한다. ‘정치인스러움’을 감수하지 않는다고 해서 정치인이 아닌 것은 아니다.

다음 총선까지 포기하고 스스로 당대표를 자처한 마당에, 성향이라는 그림자에 스스로 가려 이같은 행태가 누적되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불통’이라는 화살이 곧 문 대표 자신에게도 돌아올 수 있다.

오는 8일까지 국회 잔디밭이 '새정치연합 정책 엑스포' 부스로 가득 찬다. 벚꽃놀이 인파도 섞이면서 정책 정당 이미지 선점의 시발점이 될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여론을 듣겠다’는 의미로 당 소속 130명의 의원실을 전부 개방할 방침이다. 이참에 문 대표는 의원실에 얼굴을 내밀고 “밥 한번 먹읍시다”라고 말하는 도발도 필요해 보인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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