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현, 김준일 꺾고 신인상 ‘경쟁자 넘어 동반자로’
치열했던 신인상 경쟁, 팀 성적에서 희비
경쟁자 넘어 동반자..한국농구 이끌 두 주역
고양 오리온스의 이승현(23·197cm)이 서울 삼성의 김준일(23·202cm)을 제치고 올 시즌 프로농구 최고의 신인으로 선정됐다.
이승현은 14일 오후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 하모니 볼룸에서 열린 '2014-15 KCC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올해 프로농구 신인상은 농구팬들로부터 유난히 많은 관심을 받았다. 유력한 신인상 후보로 거론된 이승현과 김준일의 경쟁 구도가 치열했다. 두 선수는 대학 시절부터 소속팀과 포지션을 대표하는 오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왔기에 프로에서의 첫 경쟁이자 생애 단 한 번 주어지는 신인왕 대결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결과적으로 이승현의 팀 성적과 공헌도가 김준일의 개인 기록에 판정승을 거둔 모양새다. 이승현은 소속팀 오리온스를 플레이오프로 이끈 공로를 높이 평가 받았다. 신인드래프트 1순위 출신답게 데뷔 첫해부터 팀의 전술적 핵심으로 중용되며 신인답지 않은 노련한 경기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때로는 외국인 선수를 상대할 정도로 힘과 기술을 겸비한 모습을 보여줬고 벤치의 다양한 요구를 수행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면모가 돋보였다.
김준일은 이승현에 비해 득점 등 개인기록에서는 앞섰다. 예년 같았으면 김준일이 신인왕을 수상했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소속팀 삼성이 리그 최하위를 기록해 빛이 바랬다.
삼성의 전력이 워낙 약한 탓에 김준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상대적으로 좋은 동료들과 함께 뛰며 개인기록에서 어느 정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던 이승현에 비해 저평가 받은 이유다.
역대 프로농구 신인왕 경쟁을 살펴봐도 개인 성적보다는 팀 성적과 공헌도를 높게 평가하는 추세다. 1998-99 시즌 당시 서울 SK 서장훈은 평균 25.4점 14리바운드라는 엄청난 기록을 남기고도 평균 12.9점 4.1어시스트에 그친 TG 삼보 신기성에서 신인왕을 내줘야 했다. 서장훈의 소속팀 SK는 그해 8위에 그쳤고, 신기성은 주전 가드로서 소속팀 TG를 4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려놧다.
2007-08 시즌의 김태술(KCC)이나, 2013-14 시즌의 김종규(LG) 등도 비슷한 경우다. 당시 해당 시즌에 함지훈(모비스), 김민구(KCC) 등 개인 성적에서 앞선 경쟁자들이 있었으나 이들의 소속팀이 플레이오프에 모두 탈락한데 비해, 신인왕 수상자들은 모두 플레이오프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물론 플레이오프 탈락 팀에서 신인왕 수상자가 나온 경우도 있다. 2004-05 시즌의 양동근(모비스)과 2005-06시즌의 방성윤(은퇴), 2009-10시즌의 박성진(전자랜드), 2010-11시즌의 박찬희(KGC) 등이다. 하지만 이들은 상위권 팀에 마땅한 경쟁자가 없었던 경우다.
이승현과 김준일의 프로 데뷔 첫 시즌은 일단 이승현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이들은 앞으로 나란히 10년 이상 한국농구를 이끌어갈 주역들이다. 서로를 분발시킬 수 있는 경쟁자는 장기적으로는 농구인생을 한 단계 성장시킬 동반자에 더 가깝다. 앞으로는 정규리그 MVP과 팀 우승을 놓고 경쟁하는 두 선수의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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