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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의 은밀한 거래 끊으려면 정부부터 줄여라


입력 2015.05.02 09:25 수정 2015.05.02 09:33        데스크 (desk@dailian.co.kr)

<자유경제스쿨>부정 부패의 근본 원인은 불필요한 정부 규제

13일 열린 국회 본회의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리스트와 관련해 거명된 8명중 6명이 박근혜 대통령 캠프 출신이라는 도표를 들어보이며 질문하는 가운데 본회의장 스크린에 도표가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성완종 사건은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된 국무총리를 사직케 하더니 그것도 모자라 대통령으로 하여금 정치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도록 했다. 법무부 장관은 부정 부패와 관련한 수사가 리스트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임을 지적했다. 이 모든 것은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가 적지 않음을 시사한다.

부정 부패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 궁극적 원인은 첫째, ‘산’처럼 많아진 규제다. 불필요한 규제가 많아지면서 기업가를 포함한 다수의 개인이 규제를 피하거나 그 적용을 면제받기 위해 권력을 가진 정치인이나 담당 공무원에게 뇌물을 받친다. 한 대기업의 경우에 대관(對官) 업무를 담당하는 사원의 수가 100명이 넘는다는 보도도 있다. 대관 업무가 얼마나 많으면 그렇게 많은 사원이 필요한 것인가. 그리고 뇌물을 포함한 정치자금은 또 얼마나 되겠는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현실이다.

부정 부패의 두 번째 원인은 지역에서의 개발 사업 또는 이권에 있다. 여기에는 국회의원, 지방의회 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담당 관료 등이 관련된다. 그리고 그런 사업이나 이권을 따내고자 한다면 그들에게 정치자금이라는 명목의 뇌물이 건네진다. 국회의원 등이 지역의 중소기업에게 대기업에 납품을 할 수 있도록 알선해주고 대가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방의회 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을 선거에 의해 뽑으면서 뇌물 사슬의 구조가 예전보다 더 길어지고 복잡해지고 있다. 그 결과 뇌물 또는 정치자금의 크기도 더 커져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990년대 일본에서는 지역개발 사업, 특히 도로, 교량, 터널 등의 건설을 위하여 지역 국회의원들, 건설업자들, 담당 공무원들 등이 담합하였다. 이 과정에서 건설업자들은 도급순위에 따라 일정한 액수의 금품을 모금하여 국회의원을 포함한 담당 공무원에게 뇌물을 정례적으로 바쳤다는 보도가 자주 있었다. 그런 담합의 결과로 도로나 교량이 불필요하게 많이 건설되었다. 심지어 어떤 지역에서는 큰 터널을 빠져나오니 도로가 연결된 것이 아니라 해안이 나타나고 도로가 곧 끝났다는 웃지 못할 기사도 있었다. 그 때 우리나라의 일부 기자는 외양만 보고 일본에서는 도로와 같은 사회간접자본이 아주 잘 정비되어 있다고 강조하곤 했다.

부정 부패의 세 번째 원인은 정부가 수여하는 독점과 관련이 있다. 노동조합은 정부가 노동자 단체에게 수여한 독점이다. 이 독점 때문에 노동조합은 임금을 자유시장에서 결정되는 임금보다 높게 받을 수 있다. 독점으로 인하여 생겨나는 특권 또는 특혜를 ‘독점 이득’이라고 한다. 이 독점 이득을 챙기기 위해 노동조합이 있는 회사의 경우에 노동자의 채용에 있어 ‘뒷돈’이 오고 간다는 것이다. 이 경우는 정치세계의 부정 부패는 아니지만 부정 부패임이 분명할 뿐만 아니라 그 원인 제공자가 정부라는 점이다.

한 마디로, 정치인 등의 부정 부패는 정부가 너무 크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뇌물을 받은 정치인들과 뇌물을 준 사람들만을 응징하는 것은 미봉책일 뿐이며, 정부의 크기를 줄이는 일에 정치개혁의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우리나라 고전 중의 하나인 춘향전에서 주인공인 이몽룡이 장원급제하여 탐관오리를 응징하는 ‘암행어사 출두’를 외치는 장면은 관람객에게 그 동안 당시의 관료들에게 가졌던 불만이 일시에 해소되는 느낌을 주었을 것이다. 그 장면은 법무부 장관이 부정·부패를 조사하는 범위를 넓힐 것이라고 한 것이나 대통령이 정치개혁을 강조한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그러나 암행어사 출두는 당시의 백성에게 약간의 감동을 주었을 수도 있지만 조선 왕조 후반 관료들의 엄청난 부정 부패가 국가를 누란의 위기에 처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보면 당시 왕조 정부가 제시했던 대책은 아무 효과가 없었다. 그 점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여겨진다. 정부의 크기를 줄이지 않는 한, 어떤 정치개혁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민의 좌절은 여기에 있다.

글/전용덕 대구대 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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