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배신 진실 은혜"에 침묵하는 김무성, 왜?
현역 물갈이론에 휩싸인 새누리당, 대표는 '묵묵부답'
박 대통령과 친박계 분리하는 투트랙 전략 쓰나
박근혜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 발언이 '현역의원 물갈이'로 해석되며 여당 내 강한 파장을 몰고 온 가운데 김무성 대표는 전혀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던 그의 약속과 배치된다는 지적과 함께 박 대통령과 친박계를 분리해서 대응하려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8일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사의 표명과 이후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부친 유수호 전 의원의 빈소에서 터진 윤상현·조원진 의원의 'TK(대구·경북) 물갈이론'은 차기 총선에서 전략공천의 가능성을 시사하며 당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박민식·정병국 등 비박계 의원들은 언론을 통해 불편한 기색을 여과 없이 드러냈고 김 대표도 "국민들이 판단할 일"이라며 에둘러 의견을 표했다.
이 가운데 터진 박 대통령의 발언은 논란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박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에서 "진실한 사람들만을 선택해 달라"고 힘주어 말했고 '진실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한 추측이 줄을 이었다.
이후 청와대는 "경제와 민생을 위한 대통령의 절실한 요청이다. 말 그대로의 의미"라며 정치적 의미는 없다는 식으로 해명했으나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총선심판론', '현역 물갈이론'이 불거지는 상황에 출마 의사를 밝힌 정부 관료와 청와대 인사들을 선택해달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친박계와 비박계가 공천 룰 대결에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확실하게 제압하기 위해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려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는 줄곧 오픈 프라이머리를 외치고 있는 김 대표를 노린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정계에서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파동 이후 청와대의 다음 타깃은 김 대표가 될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다.
침묵하는 김무성에 대한 당내 불만 "기대하기 힘들다"
카운터펀치를 맞은 비박계의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반박은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섣부른 발언으로 박 대통령의 눈에 벗어나면 자신도 살아남을 수 없을 거라는 판단에 몸을 사리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한 비박계 초선 의원은 "대통령에 한 번 찍히면 날아가는 것을 봤지 않느냐"며 "지금 대다수 비박계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반박하기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는 "정두언·정병국 의원과 같이 선수가 높고 지역구도 안정적인 사람들은 아무래도 대통령 눈치를 덜 볼 수 있다"며 "이 사람들이 더욱 세게 비박계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권력의 힘을 앞세운 친박계의 공세를 막기 위해서는 중진급 의원이 나서 수장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는 "나는 진실한 사람이지?", "나는 진실한 사람이야" 등의 농담이 오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은 진지함이 담겼다기보다는 가벼운 농담 정도의 의미이지만 현역 의원들이 얼마나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주목하고 '벌벌' 떨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주류로서 "대통령에 할 말을 하겠다"며 당 대표에 오른 김 대표는 계속 함구하고 있을 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 발언에 대한 생각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있다. 불편한 자신의 심정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원내대표의 측근 뿐 아니라 대다수의 비박 의원들이 속을 끓이고 있지만 그 이상 나오는 김 대표의 행동은 없었다. 중진급 의원들이 나서줘야 한다는 한 의원의 말은 곧 김 대표를 중심으로 스크럼을 짜야 한다는 뜻으로도 들리기도 했지만 김 대표는 묵묵부답이다.
상황이 이렇자 당내에선 일부 불만도 나온다. 정두언 의원은 1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이 계속 침묵하면 대통령이 가장 다치게 된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다치게 돼 있다"며 박 대통령에 대한 견제를 김 대표에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어 "유승민 의원 상가에 조화를 보내느냐 마느냐로 논란이 벌어진 것도 우스꽝스럽다. 국가적 위기상황"이라며 "다들 벌거벗은 임금 앞에서 '옷이 아름다우십니다'만 연발하고 있다"고 박 대통령과 그의 측근, 친박계까지 싸잡아 비판했다.
김 대표는 최근 계파 갈등 대신 선거구협상과 경제 활성화 등 원내 일에 주력하고 있다. 일부 친박계에 대한 당내 비판 여론이 높아지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김 대표는 박 대통령과 정면으로 맞서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껴 더 이상 이 일이 확전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로 별개로 보는 '투트랙' 전략?
김 대표의 침묵에 일각에선 김 대표가 박 대통령과 친박계를 구분지어 보고 있는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박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이 누구를 뜻 하는지 명확하지 않은데 그것을 '현역 물갈이론'과 결부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 그 근거다.
영남권의 한 곳을 지역구로 둔 한 의원은 "진실한 사람이 정확히 누구를 뜻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단순 추측만 가지고 김 대표가 청와대와 각을 세우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렇지만 오픈 프라이머리는 (김 대표가) 끝까지 고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표가 박 대통령이 요구한 민생 법안 등은 처리하며 보폭을 맞추면서도 공천 룰 등 자신이 고수하고 있는 것은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의 설명이다. 설명에 따르면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 발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자신인 양 외치고 다니는 친박계 및 청와대·정부의 예비출마자들이 더 문제라고 판단했다는 이야기다. 즉, 박 대통령과 친박계를 분리해서 대응하는 '투트랙' 전략을 쓰려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 측의 한 관계자도 "윤상현·홍문종 등 일부 의원들이 현역 교체론 등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이 모두의 의견은 아니다"며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 김 대표가 특별히 덧붙일 말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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