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총선 뜨거운 현장을 가다-성남 중원>
'골목' 집중 공략하는 신상진 은수미...민심은...
20대 총선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지만, 표심은 여전히 부유(浮遊)하고 있다. 선거판을 주도할 이슈의 부재,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 상승으로 부동층만 30%에 이르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역대 어느 선거보다 ‘격전지’가 늘어나고 있다. ‘뚜껑’을 열어보기 전엔 그 누구도 승패를 확신할 수 없다는 것. 이에 데일리안의 정치부 기자들이 20대 총선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 지역을 직접 찾아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 편집자 주 >
"성남에서 5명을 줄 세우면 2명은 호남 사람이야. 지금은 재개발하면서 많이 바뀌었지만, 하여튼 이제 지역감정 말고 똑똑한 사람 찍어야 돼(중원구에 거주하는 60대 택시기사 이모 씨)
20만 9970명의 유권자가 거주하는 성남 중원구의 민심은 새누리당(1번)과 더불어민주당(2번) 사이를 맴돌았다. 지역구민의 과반수가 호남 출신이라고 알려지면서 야권 강세 지역으로 꼽혔지만, 재개발 등으로 타 지역에서 사람들이 많이 유입돼 지역색이 흐려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해당 지역에서 3선 이상을 하고 4선의 고지를 바라보는 신상진 새누리당 후보와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해 20대 국회로 가는 공천장을 거머쥔 은수미 더민주 후보와 민심 온도 차이는 크지 않았다. 조선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4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각 후보의 지지율은 신상진 후보(새누리당) 39.2%, 은수미 후보(더불어민주당) 25.9%, 정환석 후보(국민의당) 6.3% 순이다.
◇보궐 선거만 두 번, 절름발이 신세 탈출할까?
신 후보는 이곳에서 3선(17대 재보궐, 18대 총선, 19대 재보궐)을 했다. 횟수로는 3번이지만 그가 국회의원으로 지역구 발전에 기여한 시간은 8년이다. 이를 두고 유권자들의 평이 갈렸다. 한 쪽에선 재보궐에서 당선된 이력을 두고 그를 '절름발이'라고 불렀고 다른 쪽에서는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지칭했다.
그는 골목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상점의 문을 열고, 유권자의 손을 잡았다. 다수가 이 후보를 아는 듯 밝은 미소로 화답했고 다과를 건넸다. 그를 만난 주민들은 "참 잘해요. 왔다 갔다 하면서 자주 본다"며 자연스럽게 민원을 털어놨고 이 후보는 10분 이상 머물며 경청했다. 이 후보 측은 "이런 식으로 하루에 20~30곳을 방문해 민심을 파악하고 민원을 듣고 있다"며 "신 후보 책상엔 이러한 내용을 적은 메모지들이 쌓여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 해당 지역구에선 신 후보와 새누리당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많았다. 한 가게 앞 평상에서 만난 70대 박모 씨는 "1년 4개월 전에 신 의원을 알았는데 누군가 '일 잘 한다'고 소개해줬다"며 "그렇지만 뭘 잘했는지는 자세히 모르겠다. 사실 60대 넘은 사람들은 능구렁이가 돼서 일을 잘 안 한다. 이제 여자고 남자고 가리지 말고 젊은 사람을 뽑아야 할 때가 왔다"고 손을 비볐다.
옷 가게를 운영하는 60대 김모 씨는 한 상점에서 떡을 사고 골목으로 들어가는 신 후보를 보며 "아까 보니 무허가 상점에서 민원을 듣던데 우리 같은 자영업자가 볼 때 '저건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 건 사실이다"며 "우리 같은 구멍가게 나오는 마진 20~30% 중에서 부가세 10% 빼면 생활이 안 된다. 결국 정부 정책이 문제라서 여당에 표 주긴 싫은데, 얼마 못했으니까 또 찍어주면 잘 하려나 그런 생각도 들고 고민"이라고 말하며 물건에 내려앉은 먼지를 털었다.
◇있는 반찬만 먹으면 질리지, 젊은 사람 뽑아야
지역구 현역인 신 후보에 비해 은 후보는 인지도가 떨어진다. 10시간 18분이라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기록을 가지고 있지만. SNS을 자주 이용하는 20~30대를 중심으로 인지도가 올랐을 뿐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생소하다'는 반응이다. 이런 만큼 은 후보는 '스킨십'이 동반되는 밀착 유세에 힘을 쏟았다. 지나가는 유권자를 마주칠 때마다 그녀의 허리는 자연스레 굽어졌고, 선거 운동이 부담스러워 바닥에 꽂혔던 유권자들의 시선이 은 후보를 향했다.
그는 유세에서 "저는 여러분과 손을 맞잡을 때 '안녕하세요 은수미입니다'라고 하지만 그 뒤에 항상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며 "'여러분들을 응원합니다.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그렇게 늘 말하고 싶었다"고 민심에 호소했다.
이어 호남 출신들이 많은 지역 민심을 고려한 듯 "더민주는 비호감이라고 하신다. 그러나 제가 20대 국회에서 그것을 바꾸겠다. 신형 엔진으로 당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유세를 지켜보던 한 70대 남성 선모 씨는 "내가 호남 사람인데 여기서 71년부터 거주했다. 호남은 더민주 싫어한다고 그러는데, 수도권은 그렇게(싫어하는 게) 심하지 않다"며 "상대 후보는 3선이지만 말만 3선이지 해놓은 것 없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날 오후 성남 중원 중부초등학교 앞에서 은 의원의 유세를 유심히 지켜보던 50대 남성 박모 씨는 "변화가 있을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은 의원이) 노동운동을 한 것은 잘못된 것이지만 '현실정치'가 우선이라는 것을 아는 후보"라며 "신 후보는 보궐로 20대 국회의원이 됐고 활동한 것도 1년 6개월 밖에 안 된다. 인지도도 부족하고 지명도도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잠시 생각에 잠긴 그는 목소리를 한껏 낮춰 "보편적으로 3선을 했다면 변화가 있어야 하고 중앙으로 가서도 지역구에 마음을 줘야 하는데 중앙으로 갔을 때 지역구를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면서 손가락으로 브이(2번)를 그리더니 상가 계단에 올라가 유세를 지켜봤다.
은 의원의 유세가 끝나자 유권자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떴다. 초등학생 아이와 오랫동안 유세를 지켜본 30대 학부모는 "1번 공약 중 교육에 대한 것은 못 본 것 같다"며 "은 의원은 욕심도 많아 보이고 학부모들의 입장을 잘 이해해줄 것 같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한편 성남시 중원구에는 신상진(새누리당), 은수미(더불어민주당), 정환석(국민의당) 후보가 출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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