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미뤄둔 숙제 몰아서 하려니 힘든 것"
<긴급진단 - 조선·해운 구조조정(하)>
상황 악화 전 구조조정 했어야…대량 실업사태 불가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그동안 구조조정을 너무 안했었다.”
“상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정부에서 못하게 막은 셈이다.”
최근 정부 주도의 조선·해운 등 취약업종 구조조정 움직임과 이에 따른 대량 실업사태 우려와 관련, 경제전문가들은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지 못한 기업들과 구조조정 의지를 꺾는 제도상의 문제점이 이같은 위기를 불러왔다고 입을 모았다.
최악의 위기가 닥치기 전에 미리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졌어야 했는데, 기업들은 호황에 덩치를 키울 생각만 했고, 구조조정 의지가 있었더라도 노조 반발과 정부 규제에 막혀 여의치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수수방관하다 곪아 터진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다 보니 대량 실업사태 등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취약업종 구조조정 움직임에 대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정의했다.
조 교수는 “과다 고용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면서 “IMF이후 구조조정이 거의 없었던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현대중공업을 예로 들며 “2014~2015년에 걸쳐 영업손실 5억원을 냈는데 이 정도면 회사가 견딜 수 없다”면서 “그동안 구조조정을 안 하고 왔는데 사람을 유지하고 공장을 돌려야 하다 보니 손해를 보고 가는 것”이라고 말했따.
해양플랜트 수주에 무리하게 나섰다 대규모 부실을 안게 된 것도 결국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못 했기 때문이라고 조 교수는 주장했다.
그는 “해양플랜트가 쉬운 게 아닌데, 현대중공업은 경험도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수주를 했다”면서 “예전에 인력을 줄였으면 무리하게 수주를 하지 않았겠지만 (많은 인력을 유지하느라) 공장을 돌리기 위해 미래를 안 보고 현실즉시만 했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 교수 역시 “이미 구조조정 됐어야 하는 산업들이 누적돼 이번에 한꺼번에 문제가 불거진 것인데, 기업들이 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때 구조조정을 조금씩 해왔으면 이런 사태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라며 기업들의 선제적인 구조조정 부재에 아쉬움을 표했다.
구조조정이 미뤄진 데 대한 정부의 책임도 언급했다. 강 교수는 “(업황 등에 대응해) 상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시장에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사실상 정부에서 못하게 한 것인데, 정부도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여파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무조건 구조조정을 강행할 게 아니라 업종과 기업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 회생 지원이나 구조조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업종별, 회사별로 상황에 따라 정부의 회생 지원 여부가 결정돼야 하며 필요하다면 기업간 통폐합 등 구조조정도 이뤄져야 한다”며 “해운업종의 경우, 정부가 국적 해운사를 하나만 둬도 괜찮다고 본다면 통합이 가능하겠지만 용선료 인하 문제가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간 통폐합 가능성에 대해 이 관계자는 “기업들간 자율적으로 인수합병(M&A)이 이뤄지면 좋겠지만 노조가 강한 조선과 해운업종에서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하며 “회사의 경영난 심화와 노조의 고통분담 노력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나설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 주도든, 민간 자율이든 인수 기업이 있어야 하는데 현 경기 상황에서 나서기 쉽지 않아 기업간 통합 가능성이 높지는 않을 것”이라며 “조선 등 수주산업의 경우, 선수금환급보증(RG)문제가 있어 자율협약에 의한 구조조정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간 통폐합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량 실업사태 등 파장이 우려되지만 이 역시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구조조정의 부작용은 실업이다. 기업이 없어진다면 결국은 공장을 멈출 수 밖에 없다”면서 “실업문제 대책은 실업보험 밖에 없고, 노동자들도 대비를 해야 하는데, 우리는 아직까지 그런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대기업 통폐합은 전체적으로 케파(capacity)를 줄이는 것”이라며 “물량이 적으면 인력도 줄여야 되는데, 해고가 안되면 무급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업문제 대책에 대해 그는 “고용보험 등과 같은 사회 제도로 버텨야 하고, 자신의 생활 수준을 줄여야 한다”면서 “자산을 가지고 소득으로 바꾸는 노력을 할 텐데, 금융산업에서도 일시적인 실업에 빠진 사람에게 자산을 소득으로 바꿔주는 상품을 출시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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