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한화 '퀵후크'에 지친다
NC전 선발 요원 마에스트리까지 투입
선발투수 믿고 맡기는 운영 필요
'야신'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이후 한화 이글스 야구에서 가장 자주 들을 수 있게 된 표현이 퀵후크(3실점 이하 6회 이전 강판)다.
선발투수의 조기강판을 의미하는 퀵후크는 한 경기에 많은 투수들을 한꺼번에 기용하는 김성근식 벌떼야구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 감독은 최근 허리수술로 병원 신세를 지며 자리를 비웠지만 한화의 마운드 운영 스타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김광수 감독대행은 선발 투수가 조금만 흔들리는 기색을 보이면 바로 내리고 불펜진을 가동한다. 필승조 역시 뒤지고 있는 상황이나 5회를 넘기기도 전에 마운드에 올라오는 일도 빈번하다.
김성근식 마운드 운용을 판박이처럼 답습하고 있다.
단기전에서는 이러한 마운드 운영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그야말로 내일이 없는 벼랑 끝 승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레이스에서는 잦은 퀵후크와 불펜 총력전이 득보다 실이 많다고 평가한다.
한두 번은 몰라도 매일 경기를 치르는 프로야구에서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 투수들의 피로는 누적되고 마운드 분업화는 엉망이 된다.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한 경기에 많은 투수들을 몰아넣었다가 패한다면, 다음 경기 마운드 운영에도 그 부담은 고스란히 이어진다.
12일 NC전은 한화표 퀵후크의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한화 우완 장민재가 1747일 만에 '깜짝' 선발 등판하여 나름 호투했지만(4이닝 3안타 4볼넷 3탈삼진 2실점) 퀵후크를 피하지 못했다.
한화는 장민재에 이어 선발자원인 알렉스 마에스트리를 구원투수로 출격시키는 또 다른 변칙을 썼지만 오히려 대량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한화는 마에스트리, 김용주, 정대훈 등 불펜진이 줄줄이 난타당하며 1-12 대패했고 장민재는 패전의 책임을 뒤집어썼다. 섣부른 퀵후크가 안 통할 경우, 오히려 졸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경기였다.
한화는 지난 시즌 54회나 선발투수 퀵후크를 단행하며 전체 1위에 올랐지만, 팀순위는 6위로 8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올해도 32경기에서 벌써 18회가 퀵후크를 단행했지만 팀 성적은 9승 23패로 꼴찌다. 더구나 팀 평균자책점도 6.65로 최하위다. 퀵후크와 벌떼야구가 마운드 강화나 팀 성적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김성근 감독이나 김광수 대행이나 퀵후크에 대한 입장은 똑같다. 마운드가 약하기 때문에 매일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한 경기도 이기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화는 현재 프로야구 전체 총 연봉 1위에 올라있는 팀이다.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외부에서 FA로 영입한 투수자원들의 몸값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변변한 선발자원 하나 만들지 못했다는 것은 변명이 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퀵후크로 대표되는 한화 코칭스태프의 근시안적인 운영이 오히려 선발 육성을 가로막고 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올 시즌 한화가 퀵후크를 단행한 경기에서는 선발투수가 내용상 나쁘지 않거나 투구수에 여력이 있는데도 승리조건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선발투수들에게는 한 경기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책임감과 동기부여도 필요하다. 기계적으로 마운드에 올랐다가 보람도 없이 내려가는 상황이 반복되면 선발투수는 목표의식을 잃고 불펜투수들은 점점 지쳐간다.
한화가 퀵후크에 연연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하루살이 승부와 결과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정도로 성적이 추락했다면 그것은 곧 기존의 방식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변화를 모색해야할 시점이다. 성과도 좋지 않고 부작용도 많은 ‘그들만의 야구’를 고집하는 한화를 보며 꼴찌에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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