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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 다해놓고 과대해석 말라는 반기문의 속내는...


입력 2016.05.30 18:17 수정 2016.05.30 18:23        고수정 기자

입지 고려 및 국내·외 부정적 여론 사전 차단 해석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출국 당일인 30일 '제66차 유엔 NGO 컨퍼런스' 개회식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방한 일정과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대해 오해가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은 29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6 국제로타리 세계대회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마친 뒤 손을 흔들고 있는 반 총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30일 대권 도전과 관련해 속도조절에 나섰다. 6일 간의 방한 일정 동안 사실상 대권을 염두에 둔 ‘광폭 행보’를 보여온 반 총장이 국내외 여론을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반 총장의 별명 ‘기름장어’처럼 치고 빠지기에 나섰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반 총장은 이날 경북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66차 유엔 NGO 컨퍼런스’ 개회식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방한 일정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가 아닌 반기문 개인으로서의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과대 해석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방한 일정과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대해 오해가 없길 바란다”며 “방한 목적은 개인적 목적이나 정치적인 행보, 그런 것과 전혀 무관하게 오직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국제적 행사에 참여하고 주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관훈클럽(기자간담회)에서 비공개(발언을) 했는데 내용이 과대·확대·증폭된 면이 있어서 당혹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하지만 오늘부터 정확하게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7개월 남았는데, 임기를 마지막까지 잘 마치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의 행동에 대해 과대 해석하거나 추측하는 것은 자제했으면 좋겠다”며 “제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에 대해 많이 추측·보도하는 데 제가 무슨 일을 할 것인지는 제가 잘 아는 사람이고, 제가 결정해야 한다. 그런 점을 참고해 달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지난 25일 제주에서 열린 관훈클럽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내년 1월 1일이면 한국 사람이 된다. 한국 국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 가서 고민해 결심 하겠다”며 “10년 간 유엔 사무총장을 했으니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있다는 것은 염두에 두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권의 차기 유력 대권 주자로 꼽히는 반 총장이 본격적으로 대권 도전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 예방, 전직 총리 4명 등이 포함된 관계·정계·재계·언론계 인사 13인과의 만찬, 여권의 텃밭 TK 방문 등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둔 광폭 행보를 보여 왔다고 평가된다. 대권 도전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말에도 긍정·부정 일체 대답도 하지 않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사실상 대권 도전 마음을 굳힌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반 총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여당에서는 반 총장 ‘모시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반 총장의 일정에 ‘친박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동행했고, 공개적으로도 반 총장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반 총장 같은 카드를 새누리당 주자로 세우지 못 한다면 국가적으로도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런 좋은 후보가 새누리당을 통해 대권 가도를 밝게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반면 야당에서는 경계하는 모습이다. 반 총장 방한 특수효과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동반 상승하는 것 등에 대해서도 비판에 나섰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TBS라디오에서 “반 총장이 너무 나간 것 같다”며 “내년도 임기가 끝나면 대권에 출마할 것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다니면서 여기저기서 정치인들 만나고 아리송한 이야기 하는 건 과연 국제사회에서나 국내에서 국민이 올바른 판단, 평가를 하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청와대나 여당으로서는 반 총장에게 무척 감사하고, 또 반 총장은 이렇게 만들어 준 청와대와 여권에 대해 꽃가마 탄 기분이 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반 총장은 이날 출국을 몇 시간 앞두고 자신의 행보와 관련해 확대 해석 자제를 요청했다.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입지를 고려한 전략적인 메시지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유엔 사무총장 퇴임 직후 ‘어떠한 정부직도 제공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의 결의안(1946년 1월 24일 제1차 유엔총회 채택)에 따라 반 총장의 행보에 대한 국내외 비판이 일자 ‘치고 빠지기’ ‘속도조절’에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 반 총장은 대권 도전 시사 전에도 외신으로부터 ‘역대 최악의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비난을 들은 바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본보와 통화에서 “반 총장의 행보와 관련, 정치권은 물론 언론에서 군불 떼기를 하면서 그런 것들이 여과 없이 국제사회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반 총장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며 “유엔에서 남은 7개월 간 활동해야 할 반 총장 입장에서는 불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평론가는 “이날 발언은 앞서 밝힌 자기의 진의(대권 도전 시사)를 가지고 구구절절한 해석과 억측을 달지 말라고 하는 일종의 예정된 수순”이라며 “출국 이후 정치권에서 자신의 발언 등으로 생길 논란의 여지를 사전 차단하고 가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통화에서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 돌아가야 하고, 총장 신분으로 대권 후보를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유엔으로 돌아가면 국제 사회의 여론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 총장의 오늘 발언이 진의일 수도 있고, 본인이 처해 있는 현실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반 총장은 경주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유엔 본부가 있는 미국 뉴욕으로 출국한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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