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와 3년 계약, 반등 이끌지 관심
과르디올라에 대해 애써 외면, 라이벌 구도 후끈
‘독설가’ 조제 무리뉴 감독이 1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위기에 빠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다.
앞서 루이스 판 할 감독을 경질한 맨유는 지난 5월, 무리뉴 감독과 3년 계약을 맺었다. 연장 옵션이 있어 2020년까지 지휘봉을 잡을 수 있다. 무리뉴 감독은 계약 후 “맨유는 자이언트 클럽이고, 자이언트 클럽은 최고의 감독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난 준비가 되어있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무리뉴 감독은 5일(한국시각), 맨유 입성 후 첫 번째 기자회견을 가졌다.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은 그의 혀에 쏠렸다. ‘스페셜 월’ ‘해피 원’ 등 숱한 어록과 독설이 기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은 혀놀림 대신 결연한 의지와 구체적인 목표만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 속에는 묵직한 메시지가 있었다. 특히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의 라이벌 관계에 대해 “특정 팀, 특정 감독에게만 빠져있다면 또 다른 팀이 웃게 될 것이다. 난 맨유 감독이며, 모든 클럽을 존중한다”라고 말을 아꼈다.
실제로 무리뉴 감독의 복귀만으로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그가 직, 간접적으로 맺고 있는 라이벌 구도가 또 다른 흥미를 자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펩 과르디올라(맨체스터 시티)
무리뉴와 과르디올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무리뉴가 바르셀로나 통역관 시절, 과르디올라는 팀의 주장이었고 두 사람은 좋은 우정을 쌓았다. 하지만 나란히 감독이 된 뒤에는 본격적인 악연이 시작된다.
특히 과르디올라는 바르셀로나 시절,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전서 무리뉴가 이끌던 인터밀란에 패해 탈락했는데 화가 끝까지 치밀어 올라 기자회견서 욕설을 내뱉고 말았다. 계속 이어진 앙숙 관계는 지난 2014년 유럽 빅클럽 감독 모임서 “펩이 대머리가 된 것은 축구를 즐기지 않아 그렇다”라는 무리뉴의 말로 절정을 치달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맨체스터 더비서 만나게 된다.
아르센 벵거(아스날)
벵거 또한 무리뉴 감독과의 악연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벵거는 과거 “자신의 팀이 우승 전력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하자 무리뉴 역시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벵거는 실패 전문가다. 8년이나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지 못하다니, 나였다면 런던으로 돌아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급기야 지난 2014-15시즌에는 경기 도중 벵거 감독이 밀치는 볼썽사나운 장면까지 연출했다. 이에 주심이 나서 말려야 했으며, 벵거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서 무리뉴 감독에게 사과했다. 두 감독 간 맞대결은 8승 6무 1패로 무리뉴가 압도적인 모습을 보인다.
안토니오 콘테(첼시)
최근까지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콘테 감독은 무리뉴와 특별한 인연이 없다. 하지만 그가 첼시 사령탑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라이벌리가 형성된다.
언제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의 무리뉴 감독은 첼시 2기 시절의 마무리가 좋지 못했다. 리그 우승 직후였던 지난 시즌 팀은 나락으로 떨어졌고, 무리뉴 감독은 선수들과의 불화설에 휘말린 뒤 불명예 경질되고 말았다.
이제 무리뉴 감독은 최소 한 번 이상 스탬포드 브리지를 방문해야 한다. 당연히 첼시 팬들은 뜨거운 박수로 맞아주겠지만, 첼시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들은 어색한 표정을 지어야 한다.
위르겐 클롭(리버풀)
리버풀은 맨유와 오랜 라이벌 관계를 맺고 있다. 그리고 리버풀의 수장 위르겐 클롭은 무리뉴 못지 않은 전술의 대가다. 클롭 감독은 리버풀에 입성했을 당시 “무리뉴가 스페셜 원이라면, 나는 노멀 원(평범하다)이다”라며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또한 클롭 감독은 무리뉴의 천적이기도 하다. 클롭은 도르트문트 시절, 무리뉴가 이끌던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2승 1무 1패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EPL에서도 리버풀은 3-1 승리를 거뒀다. 심지어 클롭은 무리뉴 감독이 5회 이상 맞대결을 벌인 감독들 중 가장 높은 승률(60%)을 기록 중이다.
알렉스 퍼거슨(은퇴)
무리뉴 감독은 한때 가장 심한 라이벌 구도를 이뤘던 퍼거슨 전 감독과 같은 배를 타게 된다. 퍼거슨 전 감독은 맨유를 떠난 지 3년이나 됐지만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 중이다. 현재 유로 2016 대회를 관전하느라 이번 기자회견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앞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할 사이다.
무리뉴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퍼거슨 감독이 '나만의 와인을 가져오라'는 조언을 했다. 이는 우리가 종종 즐기기 위함이다”라며 존경심을 한껏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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