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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급 시청률' 존재감 상실한 가요프로그램


입력 2016.09.17 07:48 수정 2016.09.19 06:30        이한철 기자

KBS '뮤직뱅크' 0.9% SBS '인기가요' 2.1%

황금 시간대서 밀려난 지 오래 '계속되는 폐지론'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은 여전히 휘황찬란한 무대로 장식되지만, 끊임없이 폐지론에 시달리기도 한다. SBS 방송 캡처.

"있어야 하니까 있고, 출연해야 하니까 하는 것 아닐까요."

한 가요 관계자의 푸념이다.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이 갖는 상징적 의미는 여전하지만, 그 로 인한 영향력이나 홍보 효과는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수들의 홍보 전쟁은 지상파 가요프로그램 출연보다, 그 전에 이루어진다. 음원 출시 전부터 SNS 등을 이용한 홍보, 쇼케이스 등 사전 프로모션에 집중한다. 그리고 음원 출시와 동시에 성패가 갈린 것이나 다름없다. 지상파 방송은 그 인기를 확인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천편일률적인 출연진 구성은 대다수 음악 팬들의 외면을 받은 지 오래다. 1980~90년대 MBC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KBS '가요톱텐' '젊음의 행진' 등은 평일과 주말 황금시간대(오후 7~8시) 등을 당연한 듯 점령하며 전 국민적인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3사 간판 프로그램의 방송 시간대는 황금시간대에서 밀려난 지 오래다. 일부러 방송을 찾아보는 팬들, 곧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한 것이다. 시청률은 SBS '인기가요' 2.1%, MBC '쇼! 음악중심' 1.7%, KBS 2TV '뮤직뱅크' 0.9%로 전성기 선동열 방어율을 연상케 한다.

이쯤 되면 폐지가 당연한 것 아니냐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여전히 지상파 방송에 가요 프로그램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만만치 않지만 최근 들어 폐지론은 더욱 힘을 얻고 있는 모양새다.

이미 지상파 방송이 갖는 영향력이 미비한 데다 케이블 채널, 인터넷 방송 등의 활성화로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에서 프로야구나 프로축구 중계방송을 더 이상 하지 않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상파 방송이 차별화 없는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 매달릴 이유가 없는 이유다.

게다가 3사 모두 매주 한 차례씩 방송을 하다 보니 매번 비슷한 출연진, 같은 무대를 접하는 시청자들은 빨리 식상할 수밖에 없다. 빨리 등장하고 빨리 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낮은 시청률 탓에 불합리한 구조는 더욱 고착화되고 있다. 기획사 측에선 낮은 출연료, 낮은 홍보 효과에 비해 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쏟아 붓는 돈이 상당한데 비해 출연료는 턱 없이 낮다. 오히려 무대 제작비의 상당수는 기획사에서 부담하기도 한다. 대형 기획사가 가요 프로그램을 좌지우지 하는 것도 이 같은 구조 탓이다.

'뮤직뱅크'는 지난 5월 방송 후 1위와 2위의 순위를 정정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KBS 방송 캡처.

하지만 열심히 방송 섭외에 응하지 않으면, 각종 예능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출연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충실히 불려 다니기 바쁘다. 방송사 역시 그나마 섭외 경쟁에서 조금이라도 밀리지 않기 위해 더 화려하고 자극적인 무대를 만드느라 바쁘다.

방송사의 순위 또한 공신력을 잃은 지 오래다. 가요 소비 패턴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방송사의 순위 집계 방식은 대단히 보수적이다. 때문에 실제 인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논란이 계속돼 왔다.

특히 방송사 섭외에 쉽게 응할 수 있는 아이돌그룹에 유독 유리하게 적용돼 음원차트나 음반 판매 순위에서 10위권 밖이어도 1위에 오르기도 한다.

가요 관계자들은 "방송국이 자체적으로 인기 순위를 발표하는 건 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방송사가 가요 인기의 척도로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과도한 욕심 탓"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방송사가 여전히 과거와 같은 방식을 고수하면 시청자들은 더더욱 외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미 지상파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 질린 시청자들은 MBC '복면가왕' KBS '불후의 명곡' 등 새로운 포맷의 프로그램으로 갈아탔다.

물론, 현실적으로 지상파 방송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는 반론도 여전하다. 가수들이 신곡을 들려줄 수 있는 무대가 한정돼 있기 때문. 음악 자체도 중요하지만 화려한 퍼포먼스를 함께 선보여야 비로소 가수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고 팬들을 확보하는데도 용이하다. 특히 신인 가수들은 가요 프로그램에서 주어지는 기회를 놓치면 성장하기 쉽지 않다. 프로그램이 하나라도 더 있어야 기회도 늘어난다.

그러나 한 가요 관계자는 "아이돌 중심의 무대를 만들어 놓은 채 너무 오랜 시간 방치한 탓"이라며 "아이돌 중심의 가요 프로그램은 차별화하기도 쉽지 않다. 가요 프로그램이 과거와 같은 명성을 다시 얻기는 힘들 것"이라고 현 가요계 실태를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꾸준히 지적돼온 문제점에 대한 방송사에 미온적인 태도다. 이 같은 태도가 수년째 지속된 탓에 가요 순위 프로그램이 방송사의 장식품 정도로 전락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시작일 것이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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