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인수 나선 박삼구 회장, 자금조달 방안은?
금호타이어 인수 통한 ‘금호그룹 재건’ 의지 확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그룹 재건을 위한 ‘마지막 퍼즐’인 금호타이어 인수에 나선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는 이날 매각공고를 내고 투자자들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받을 계획이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 등 9개 금융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금호타이어 42.1%의 지분이다.
예비입찰은 오는 11월 중순경 실시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우선협상자가 선정돼 매각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타이어 인수 작업은 지난달 11일 박삼구 회장과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과의 전격 화해가 시발점이 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다음날인 12일 금호터미널과 금호기업의 합병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사명인 ‘금호홀딩스(주)’를 공식 출범했다. 이를 통해 금호타이어 재인수를 위한 유동성확보에 힘을 보태는 것은 물론 박삼구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한층 공고히 다지는 계기를 만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금호기업이 계열사의 계열주 범위에 들어간다는 유권해석이 내려질 경우 금호산업과 아시아나를 지배하고 있는 금호홀딩스를 통해 금호타이어 인수 자금 규모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지난달 18일 금호타이어 광주 공장을 전격 방문해 노동조합 간부들과 면담을 갖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박 회장이 노조 측과 만난 것은 파업이 한창이던 2014년 12월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또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6일 ‘청주공항 MRO(항공정비단지)’ 사업추진을 철회했다. 사업성이 없다는 판단이 아시아나 측의 공식 입장이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MRO 단지 조성에 들어갈 약 5000억~6000억원의 비용을 금호타이어 인수에 사용하겠다는 박 회장의 확고한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인수의 관건은 자금조달 여부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타이어 지분 42.01%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다. 우선매수청구권은 제3자가 우선적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로, 금호타이어의 경우 박 회장이 채권단이 제시한 매각가를 수용하면 우선 인수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해당 지분을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약 7500억원 수준이다. 평균적인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반영하면 1조원에 육박하는 매각가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박 회장은 지난해 금호산업 인수과정에서 5000억원의 부채를 졌다. 올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항공 보유 현금성 자산은 3481억원에 불과하다. 1조원 안팎의 막대한 자금을 끌어 모으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호아시아나 측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구체적인 자금조달 방안은 아직 확정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박 회장은 어떠한 경우에도 금호타이어를 되찾아 오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1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이 금호타이어 인수와 관련됐다는 설이 제기됐다. 이에 아시아나 측은 “유상증자 단행은 금호타이어 인수전과는 관련 없으며 차입금 상환 등 운영자금으로 쓰일 목적”이라고 해명했다.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의 전격 화해무드를 두고 업계에서는 두 사람이 손을 잡고 금호타이어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 과정에서 박찬구 회장이 모종의 역할을 하고 그룹 재건을 마무리한 뒤 일정 계열사를 박찬구 회장이 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소송 취하 과정에서 마음을 비우고 ‘각자의 길’을 가겠다는 박찬구 회장의 의지를 감안하면 공동 인수 가능성은 과한 추측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재건을 위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해야 하는 박삼구 회장 측과 형의 사과를 바라는 박찬구 회장 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라며 “박찬구 회장이 애써 분리한 회사를 다시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로 편입시킬 가능성은 없다”고 언급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 포기 후 매물로 나오는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그룹차원으로 참여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날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금조달 방안에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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