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최경환과 야합했나?" 고성 오간 비박계
비박계 시국회의서 하태경, 김무성 향해 "이러면 다 죽어" 항의
'당 해체후 재건' 모색했는데, 친박계와 '비대위 구성' 논의 비난
‘최순실 정국’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했던 새누리당 비주류가 자중지란에 빠졌다. 김무성 전 대표와 최경환 의원의 ‘야합설’이 제기되면서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강하게 주장해왔던 김 전 대표가 한켠에서는 이 사태의 책임이 있는 친박계에게 ‘출구’를 열어줬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내분이 일어난 모양새다.
23일 오전 7시 30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상시국회의에는 처음부터 고성이 오갔다. 김 전 대표, 유승민 전 원내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나경원·강석호·하태경 의원 등이 참석했다. 9시에 대권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던 김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회견문을 낭독하려 했다. 하지만 하 의원 등은 밖에서 대기 중이던 취재진에게 들릴 정도로 “난 이렇게 못해” “너만 당 지켜? 이러면 다 죽어” “내가 정계은퇴 할게” 등의 고성을 내질렀다.
이들이 문제제기한 부분은 ‘중진 6인 협의체’다. 김 전 대표가 정진석 원내대표의 요청으로 지난 17일 최 의원을 만나 계파 색이 상대적으로 옅은 친박계 3명(정우택·홍문종·원유철 의원), 비박계(나경원·주호영·김재경 의원) 3명씩 구성된 협의체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비박계 일각에서는 ‘최순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2선 후퇴해야 할 친박계에게 수습 주도권을 준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당초 김 전 대표를 포함한 비박계는 자신들이 주축이 돼 당 해체 수준의 재건을 이루려 했다. 실제 이들은 이정현 대표와 이를 위한 물밑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박계 관계자는 본보에 “비주류가 정 원내대표를 통해 이 대표에 ‘12월 21일까지 약속한 임기는 보장할 테니 조기 전대는 철회하라’는 물밑협상을 해왔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본보와 통화에서 “염동열 대변인이 최근 비상시국회의에 참석해서 ‘이 대표에게 강대강으로 가지 말고 협상의 여지를 줄 필요가 있지 않느냐, 이 대표도 그럴 생각이 충분히 있다’라고 얘기했다”며 “한 중진이 ‘이것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고, 이후 이 대표가 ‘중진 의원들의 의견을 최고위 안건에 상정하겠다’고 하는 등 변화가 있었다”고 했다. 수습 주도권이 비주류 중심으로 흘러가도록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전 대표가 막후에선 당에 남아 친박계와 비대위를 꾸리는 사안을 논의한 것으로 드러나자 ‘야합’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특히 김 전 대표가 친박계와 손을 잡고 결국 당권을 도로 차지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일각에서 돌고 있다. 하 의원이 ‘순수성’을 지적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출발한다.
시국회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황영철 의원은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하 의원이 최근 김 전 대표와 최 의원이 만나 당 수습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을 두고 순수성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며 “김 전 대표가 인적쇄신의 큰 흐름이나 여러 부분들을 잘 고려해서 만났어야 했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시국회의 차원에서 김 전 대표 비판 성명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 20일 비주류 의원 간의 만찬 회동에서 김 전 대표가 탈당 필요성을 언급하며 분위기를 띄웠지만, 실상 사흘 전에는 친박계와 수습 방안에 대해 협상했다는 점에서다.
다만 이날 사태를 비주류의 내분으로 해석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는 해석이다. 김 전 대표는 ‘대권 불출마’라는 강수를 두고 박 대통령 탄핵 및 지도부 사퇴 촉구 등 당 수습을 위해 최일선에 나서기로 했다. 이는 여전히 비주류와 결을 같이 한다. ‘중진 6인 협의체’에서 나온 방안이 친박계와 비박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도 의문이다.
김 전 대표 측은 ‘중진 6인 협의체’ 구성 내막이 알려진 직후 기자들에게 “6인 중진회의는 정 원내대표와 최 의원이 얘기 한 거고, 김 전 대표는 ‘그래 한번 해봐라’라는 정도의 가벼운 동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6인 협의체가) 다 얘기들이 달라서 한두 번 만나고 별 의미 없을 것 같다”며 “보도되는 것처럼 뭔가 진행되고 해결 되지는 않을 듯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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