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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총알이 뚫고 간 보수…새로운 길 찾아나서야


입력 2016.12.09 06:43 수정 2016.12.09 14:12        이충재 기자

"위기가 보수 몰락 이어지는 것 방치할 수 없어" 위기론

'병든 보수의 메시아' 누가될까 주목…구심점 찾기 분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저녁 국회 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을 들고 있다. ⓒ데일리안

탄핵(彈劾)에서의 '탄'은 총알을 뜻한다. 탄핵정국의 총탄이 가장 크게 뚫고 지나간 곳은 보수진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보수의 아이콘'이었다.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던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은 특정 지역이 아닌 보수 그 자체였다. 그들도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고, 일부는 탄핵에 앞장섰다. "박 대통령으로 인해 초래된 보수의 위기가 보수의 몰락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가슴을 꿰뚫은 탄알에 신음하면서도 보수 재건의 길을 찾아나선 형국이다.

'배신감에 떠나간' 보수…"다시 태어나는 절박함 필요해"

보수진영에선 탄핵정국 이후 중도·보수 세력을 원점에서 재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룬다. "보수는 부패했다", "스스로 소멸하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이미 보수 지지자 상당수가 떠나갔다. 보수층이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당장 '가짜보수', '부패보수', '친박보수'의 꼬리표를 떼는 것이 급선무이자 보수재편의 길이다. 중도보수 진영에선 "야당을 하더라도 진짜 보수로 거듭나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절박한 목소리가 울린다.

보수진영 한 원로 인사는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배신감에 보수들이 등을 돌렸지만, 다시 거듭나는 모습을 보이면 돌아올 것"이라며 "대선 전까지 다시 태어나는 심정의 절박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보수의 최대 가치인 '법치'부터 수술대에 올려야한다. 이를 두고 보수진영에선 "무너진 보수를 바로 세우기 위한 시작점"이라고 했다.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부터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선 시민에 이르기까지 납득하고 지킬 수 있는 법치주의 재건을 위한 논의다. 보수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문화운동'을 시작하는 등 전방위로 해법 찾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안보도 꼬일 대로 꼬여 옥죄고 있다. 남과 북으로 대치된 지정학적 조건에서 안보이슈는 보수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이번 정부들어 남북관계에서 이렇다할 해법을 찾지 못하고, 일관된 기조도 유지하지 못해 '반공보수 회귀'라는 지적을 받았다. "구호만 있고 대안은 없다"며 진보진영을 향해 외친 비판을 되받은 꼴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 처리를 하루 앞둔 8일 탄핵소추안 보고를 위해 열린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손팻말을 모니터에 붙이고 있다. ⓒ데일리안

'병든 보수의 메시아' 누가될까…아직까진 '반기문 대세론'

보수당을 자처한 새누리당은 촛불민심에 대한 복잡한 계산으로 갈지자 행보다. 민심의 파고를 넘어 건강한 보수정당으로 거듭나는 문제는 뒷전이다. 폐족이라도 면해 보고자 붉은색 점퍼를 뒤집어 입는데 급급한 모습이다.

정작 보수의 걱정은 따로 있다. 갑작스럽게 무너진 정권의 틈바구니에서 엉뚱한 인물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이른바 '보수 코스프레', '가짜 보수'를 어떻게 구분하느냐다. "이번엔 제대로 뽑자", "실수하지 말자"는 뼈아픈 자성에서 비롯된 고민이다.

일단 마음 둘 곳 없는 보수가 기댄 인물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 여권에선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보수정권 연장을 위한 현실적인 후보로 보고 있다.

다만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보수진영의 절반 가량이 '부동층'에 머물렀다.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인물이 보수의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탄핵 표결을 이틀 앞두고 여당에서 나온 "반 총장이 병든 보수의 메시아는 되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는 '반기문 모셔오기'가 어렵다는 하소연이 아니다. 여당과 거리를 두고 독자행보에 나서라는 일종의 길 터주기에 가깝다.

어느 정당에도 속하지 않은 '비정치권 반기문'은 대선주자로서 상품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위치선정이다. 그렇다고 여당이나 보수진영과 완전히 손을 놓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연스럽게 보수진영 후보로 추대돼 총결집을 시도해야 '보수 대 진보', '50 대 50'의 싸움을 할 수 있다.

아울러 새로운 보수세력의 구심점이 되려는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의원 등과 경쟁도 불가피하다. 경선 과정 없이는 보수진영 후보로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보수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지금은 실망감에 떠나 있는 보수들이 대선이 시작되면 '이러다가 좌파에 정권을 넘겨주게 된다'는 위기감에 뭉치게 될 것"이라며 "지금은 시간이 없다. 보수재건을 위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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