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반기문, 이재명, 안철수 대권 빅4, 강·약점은?
다사다난했던 병신년이 가고 '붉은 닭'의 해, 정유년이 밝았다. 그러나 2016년의 번잡하고 어수선함은 새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17년은 대통령 선거라는 국가적 현안이 자리하고 있지만 그 전망은 물론이고 당장 대선의 시기조차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제19대 대통령 선거 시점은 지난 해 12월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헌법재판소의 손으로 넘어갔다. 헌재는 국회로부터 넘겨받은 탄핵소추안을 '인용' 혹은 '기각'을 결정해야하는데, 만약 '인용' 결정을 하면 그날부터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뤄야한다.
따라서 헌재의 '인용' 결정에 대비해 현 대선후보 지지율 1위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물론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 등 잠재적 대권주자들이 잰걸음을 시작했다. 이들은 2016년 연말을 즈음해 기자들과의 식사자리를 시작으로 언론과의 스킨쉽에 나서는 등 사실상 대선 준비에 들어간 모양새다.
목적지가 '대한민국 대통령'인 대선 열차에 탑승한 차기 대권주자들의 신년은 어떻게 흘러갈까. 그리고 현재까지의 상황으로 본 그들의 강점, 약점은 무엇일까.
지반 단단한 지지율 1위, 문재인
현재로서 대권전에서 가장 앞서가는 주자는 지지율 1위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0월26일 이후 줄곧 2위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의 격차를 벌려가며 지지율 1위를 독주하고 있다. 데일리안의 의뢰로 알앤써치가 조사해 발표한 지난 12월28일 조사에서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30.6%를 기록했다.
문 전 대표의 강점은 오랜 기간 대선 후보 지지율 1위 그 자체와 당내 확고한 친문 체제 구축을 꼽을 수 있다. 유력 대선후보를 거론할 때 항상 빠지지 않았던 문 전 대표는 자신이 국회의원이든, 아니든 간에 항상 이슈의 중심에 서 있다. 그 스스로가 이슈를 컨트롤할 수 있는 수준의 무게감을 가졌다는 증거다.
뿐만 아니라 당내에 다른 대선 주자들이 있지만 본인들조차 당내 경선에서 이길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 힘들 정도로 압도적으로 당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 역시 강점이다. 비록 한때 2위로 반기문 총장에 뒤쳐진 적은 있으나, 꾸준히 선두권을 지켜옴으로써 현 지지도가 '반짝' 인기가 아니라 '잘 다져진' 수치라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반면 문 전 대표의 약점으로는 좌편향 이미지와 이로 인한 확장성의 한계, '호남 비토론' 등이 거론된다. 지난 2012년 대선 직후 한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를 지지하지 않은 유권자 5명 중 1명은 그 이유로 '친북 성향', '좌편향' 등 정체성 문제를 꼽았다. 정치권에선 지난 4년간 문 전 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진일보한 대안을 준비했는지 딱히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확장성도 문 전 대표의 한계로 자주 언급된다. 문 전 대표는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문제가 불거진 지난해 10월말 이후 여론조사에서 대권 주자 1위로 등극했다. 하지만 이는 '게이트'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지지율이 급락한 것에 대한 반사이익의 성격이 짙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최근까지 25% 내외의 지지율만 기록할 뿐 더디더라도 상승세를 보이지 못한 점이나 당 지지율에 비해 문 전 대표의 지지율 자체가 낮다는 점은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여권의 유일한 대안? 반기문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해 10월말 전까지만 하더라도 각종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1위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었다. 반 총장은 한때 28.6%(9월21일)의 높은 지지율을 보였으나 게이트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극에 달했던 11월초 15.6%까지 곤두박질쳤다.
반 총장이 '게이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닌데 지지율이 급락한 것은 반 전 총장이 사실상 여권 내 유일한 유력 대선주자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게이트'를 '여권' 전체의 문제로 생각하는 유권자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지지도 추락 요인이 언젠가는 호재로 바뀔 수도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유승민 의원 등이 여타 주자들은 채 5%가 되지 않는 지지도를 얻고 있다. 정권교체에 위기를 느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응집력을 발휘한다면 그 대상은 반 전 총장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반 총장의 또 다른 약점은 국내정치 경험이 적다는 점이다. 귀국 후 국내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그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조급하게 조직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구시대적 인물의 힘을 빌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렇게 될 경우 반 총장은 '제2의 이회창'으로 굳어질 수 있다고 정치권 일각에서 지적한다.
국내정치 경험이 적다는 점이 오히려 반 총장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국내 정치권이 '최순실 게이트'의 쓰나미 효과로 초토화하고, 국민들 불신이 높아진 상황에서 반 총장은 비교적 깨끗하고 정직하다는 이미지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여권 지지성향 표는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뭉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크호스인가 별똥별인가, 이재명
2016년을 통틀어 최대 정치 사건을 뽑으라면 십중팔구 '최순실 게이트'를 선택할 것이다. 이 와중에 가장 큰 지지율 상승을 거둔 대선 주자는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이 시장은 '게이트'가 불거진 10월말 조사에서 불과 5.3%에 불과했으나 최고점을 찍은 12월7일엔 18.1%로 무려 12.8%p의 지지율 상승폭을 보였다.
이 시장의 최대 강점은 '촛불민심의 대변자'처럼 인식되는 이미지다. 대선 일정을 비롯해 19대 대선의 주요사항이 '촛불민심'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시장은 '촛불민심'을 발판 삼아 언제든 선두권으로 도약할 수도 있다. 실제로 국회를 향한 '촛불민심'의 탄핵 요구가 극에 달했을 때 이 시장의 지지율은 일부 여론조사에서 반 전 총장을 뛰어넘기도 했다.
그러나 '촛불민심'은 이 시장에게는 '양날의 검'이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하락세에 있는 이 시장의 지지율이 이를 방증한다. 한 정치 평론가는 "'탄핵' 이슈가 국민의 머릿속에서 희미해지면 희미해질수록 이 시장 역시 유권자의 머릿속에서 희미해진다"며 "한때 '다크호스'처럼 떠올랐지만 한 순간에 화려하게 지나가는 '별똥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도대체 못 찾겠다, 하락하는 이유를. 안철수
지지율 4위이자 중위권의 말석은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가 차지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원내 제3의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하는 등 한국 정치사에서 무시 못할 족적을 남겼다. 한 정치 평론가는 "안 전 대표의 결단과 국민의당의 창당으로 한국 정치는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벗어나 '다당제'의 길에 들어섰다"고 안 전 대표의 '업적'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신통찮다. 지난해 상반기 한때 지지율 2위까지 치솟았던 그는 지난해 9월부터 연말까지는 10% 내외의 저조한 지지를 받으며 중위권의 '지박령(地縛靈)'으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특히 탄핵소추안과 관련 '국민의당이 탄핵안 가결에 반대한다'는 괴소문이 퍼진 후 6%대로 떨어진 지지율은 연말까지 끝내 상승기류를 타지 못했다.
정치권에선 한때 안 전 대표의 강점이 지금은 약점으로 바뀌어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바로 '지역 기반'이다. 지난해 4월 안 전 대표가 총선에서 승리할 때만 하더라도 '호남'이라는 지역기반은 안 전 대표의 최대 기반이었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선 호남에서조차 문 전 대표에게 밀리면서 더 이상 '안방'이 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달 29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당내 주류 세력이 지원한 주승용 의원이 '안철수계'로 알려진 김성식 의원을 제치고 당선된 것도 이런 기류 변화와 상통한다. 창업주인 안 전 대표의 당내 영향력이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안 전 대표로서는 문 전 대표와의 일전(一戰)을 겨루기 위해선 당내 주도권부터 회복해야할 처지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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