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슈팅영개 ‘치욕의 끝을 잡고’
인천공항 입국하며 자진사퇴 의사 없음 밝혀
축구팬들의 가시돋힌 말들 더 듣지 않아야
울리 슈틸리케(63) 감독의 위상은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자진사퇴 하면 남은 계약기간의 연봉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버티는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치욕적인 계절의 끝자락에 다다랐다. 한때 갈채를 보낸 축구팬들도 그가 더 이상의 수모를 당하지 않길 원한다.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4일(한국시각) 카타르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8차전 카트르와의 경기에서 2-3으로 졌다. 카타르와의 A매치에서 33년 만에 당한 충격패다.
경기 내용이나 결과나 모두 변명의 여지가 없는 졸전이었다. 조기 소집과 평소보다 일주일 가까이 당긴 현지 적응훈련이 무색했다. 미래는 차치하고 당장 월드컵에 나갈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조 꼴찌 카타르에 패한 한국은 승점13에 묶이며 전날 이란에 진 우즈벡(승점12)에 1점차로 쫓기게 됐다. 남은 경기가 이란(홈), 우즈벡(원정)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월드컵 직행이 불투명하다. 남은 2경기를 이겨야 자력 진출이 가능하다.
참담하기 그지없는 수비를 비롯해 카타르전에서 드러난 공격력이라면 이란이나 우즈벡을 제압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슈틸리케 감독이 카타르전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거취는 내가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내 책임을 인정한다”고 말해 한국에 돌아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힐 것이라는 해석도 낳았다. 그러나 인천공항에 들어선 슈틸리케 감독은 전혀 그럴 의사가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입국 직후 취재진과 만나 “최근 경기력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 부분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말하면서도 자진 사퇴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홈에서는 많이 이기고 원정에서 4경기 모두 이기지 못해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이라며 “남은 경기들을 통해 자력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축구팬들 눈높이와 먼 말을 했다.
홈경기 때도 슈틸리케 감독에게 보냈던 신뢰에는 많은 균열이 생겼다. 홈경기 내용이 좋았던 것도 아닌 데다 중국에 이어 카타르에도 진 슈틸리케호가 이란이나 우즈벡을 이긴다는 그림은 도통 그려지지 않는다.
이쯤 되니 슈틸리케 감독에게 한때 ‘갓틸리케’라는 찬사를 보냈던 축구팬들은 ‘슈팅영개’라는 치욕적인 표현을 끄집어내 슈틸리케 감독을 밀어내고 있다.
2년 9개월 동안 대표팀을 지킨 슈틸리케 감독의 위상이 얼마나 추락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슈팅영개’란 표현은 지난해 10월 이란 원정에서 유효슈팅 없이 0-1로 패한 것에서 비롯됐다.
한두 경기 졌다고 냄비처럼 끓는 것이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란전 패배 후 “소리아 같은 선수가 없어서 졌다”는 말을 했을 때도, ‘창사 참사’로 불리는 중국전 패배에도 살아남았다. 우여곡절 끝에 한 번 더 기회를 잡았지만 이라크와의 평가전 0-0, 카타르와의 최종예선 8차전 2-3 패배 앞에서 그 어떤 말도 변명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슈틸리케 감독이 더 이상 치욕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진사퇴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많다. “자진사퇴 하면 남은 계약기간의 연봉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버티는 것”이라는 일부 축구팬들의 가시돋힌 발언까지 슈틸리케 감독이 듣기를 원하지 않는다.
한편, 감독 교체의 골든타임을 놓친 대한축구협회의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변화를 준 뒤 물러날 생각이다”라며 슈틸리케 감독과의 동반 사퇴를 암시했다. 대한축구협회는 15일 오후 파주 국가대표 훈련장에서 기술위원회 회의를 열고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를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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