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공포' 생보업계 상품 체질 개선 "쉽지 않네"
보유계약 대비 보장성 비중 78.4%…제자리걸음 계속
IFRS17에 저축성 축소 시급하지만…현실은 지지부진
단기간 포트폴리오 변경 힘들어…길지 않을 3년 '긴장'
생명보험업계의 상품 포트폴리오 구조 개선에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적용을 앞두고 재무 부담을 키우는 저축성 보험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보장성 상품 비중을 늘려야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아직 IFRS17 도입까지 3년여의 시간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대표적인 장기 금융 상품인 보험의 특성 상 단기간 사업 구조 변경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유가 많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0조원 이상의 계약을 갖고 있는 국내 20개 생명보험사의 지난 6월 말 기준 일반계정 보유계약 금액 가운데 보장성 상품 비중은 78.4%였다.
최근 1년 간 생보사들의 보장성 보험 비율은 거의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각 분기별로 보면 ▲2016년 6월 말 77.7% ▲2016년 9월 말 77.9% ▲2016년 12월 말 78.1% ▲2017년 3월 말 78.2% 등으로 다소 오르긴 했지만, 이 기간 상승폭을 다 합쳐도 채 0.1%포인트가 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보험사별로 보면 보장성 상품 비중이 가장 낮은 곳은 KB생명이었다. KB생명의 올해 상반기 말 보유계약 금액 대비 보장성 보험 비율은 45.4%에 그쳤다. KB생명의 경우 저축성 상품 보유계약 규모가 보장성보다 크다는 얘기다. NH농협생명 역시 이 비율이 49.2%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이밖에 보유계약 금액 중 보장성 상품 비중 하위 10개 생보사에는 PCA생명(62.2%)·KDB생명(70.2%)·현대라이프생명(71.1%)·동양생명(72.3%)·미래에셋생명(72.6%)·ABL생명(74.4%)·DGB생명(76.0%)·흥국생명(76.4%)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생보업계의 더딘 보장성 보험 확대를 둘러싸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2021년 본격 활용될 예정인 IFRS17 때문이다.
IFRS17의 핵심은 부채 평가가 기존 원가 기준에서 시가 기준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이에 따라 높은 최저보증이율을 앞세워 판매된 저축성 보험은 IFRS17 아래서 보험사 재무 부담을 키울 주범이 될 전망이다.
더욱이 IFRS17이 적용되면 저축성 보험은 판매 시부터 보험사에 손실로 돌아오게 된다. 반면 현 회계 기준에서 판매 첫해 손해가 나는 보장성 상품은 오히려 IFRS17에서는 이익이 나게 된다. 최근 보험사들이 저축성 상품 비중을 줄이고 보장성 보험 판매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문제는 상품 구조 상 보장성 보험은 단번에 판매를 늘리기 힘들다는 점이다. 만기 시 낸 보험료보다 많은 돈을 돌려주는 저축성 보험과 달리, 중도 해약이나 만기 시 환급금이 납입보험료보다 적은 보장성 상품은 상대적으로 소비자들의 가입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그만큼 현장에서 체감하는 영업 난이도가 높은 상품이란 얘기다.
그럼에도 IFRS17 도입이 점점 다가오면서 생보사들의 상품 구조 개선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이 보험사들로 하여금 보험 본연의 업무인 보장성 상품 강화에 집중하게 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과거 저축성 보험 판매를 통해 몸집을 불려온 국내 생보사들의 경우 체질 개선에 시급함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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