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전력’ 진갑용, 대표팀 코치 적절한가
현역 시절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금지약물 검출
젊은 선수들에게 그릇된 인식 심어줄 수 있어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이 닻을 올렸다.
4일 소집된 대표팀은 5일 잠실구장에서 첫 훈련에 임했다. 이후 고척돔에서 훈련과 연습 경기를 소화한 뒤 14일 일본으로 출국해 16일 도쿄돔에서 대회 첫 경기 일본전에 나선다.
대표팀 선수들은 전원 24세 이하(1993년 1월 1일 이후 출생) 또는 프로 입단 3년차 이하의 선수로만 구성됐다. 일본과 대만 대표팀이 연령과 무관하게 선발된 와일드카드 3명을 각각 포함시킨 것과는 다르다.
한국 야구가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의 당장의 성적보다는 내년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될 아시안게임과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바라보고 젊은 선수들에 경험을 부여하며 세대교체를 노리는 포석이다.
하지만 대표팀의 코칭스태프 인선은 의문을 남긴다. 다름 아닌 대표팀 선발과 관련 약물 파동을 일으킨 바 있는 진갑용의 대표팀 배터리 코치 선발이 그것이다.
1997년 고려대를 졸업하고 OB 베어스에 입단해 프로에 데뷔한 진갑용은 1999년 삼성으로 트레이드됐다. 이후 2015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삼성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2002년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시작으로 2014시즌까지 도합 7개의 우승 반지를 손에 쥐었다.
하지만 진갑용은 현역 시절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 선발된 진갑용은 도핑테스트에서 금지 약물인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됐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되어 금메달을 차지한 진갑용은 2002 아시안게임을 앞두고는 “후배 김상훈(KIA)에 길을 터주기 위해 소변에 약물을 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도핑테스트를 전담했던 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컨트롤센터의 김명수 박사는 “해당 성분의 약물은 물에 녹지 않으며 소변에 한 방울만 넣어도 엄청난 수치로 나온다”며 진갑용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면서 진갑용이 약물 사용을 은폐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2002년 8월 28일 진갑용은 “체력적 부담을 느껴 단백질, 근육 강화제, 비타민, 종합영양제 등을 복용해왔다”며 뒤늦게 약물 사용을 시인했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대표팀은 미래의 한국 야구를 짊어질 유망주로만 구성됐다. 이들을 지도할 코칭스태프로 대표 선발에서 약물 파동을 일으킨 당사자를 선임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있다.
이는 ‘선수 시절 약물을 사용해도 KBO가 임명하는 국가 대표팀 코치에 선임되어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젊은 유망주들에게 줄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더 나아가 “나도 한 번 쯤…”하는 그릇된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KBO 리그는 금지 약물을 비롯한 부정한 수단 사용에 매우 관대하다. 짧은 징계를 받고 나면 공식 타이틀 수상에도 제약이 없다.
최근 수 년 간 KBO리그에는 숱한 사건사고가 이어졌고 청산해야 할 적폐들이 가득하다. 금지 약물 사용, 음주 운전, 성 범죄, 심판 금품 수수, 승부 조작, 횡령 사건 등이 횡행했지만 KBO의 개혁 의지는 미약하기만 하다.
과거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금지 약물 파동을 일으켰던 당사자를 대표팀 코치로 선임한 사례는 KBO리그의 현실 인식이 얼마나 안이한지를 대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 이용선, 김정학 /정리 :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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