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관리 한숨돌린 삼성증권 초대형 IB 물꼬 트나
금감원 스트레스 테스트서 일단 양호 판정 받아
일부 금융상품 유동성 관리 부문은 "경영유의" 조치
삼성증권이 최근 금융당국이 실시한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합격점을 받아 향후 초대형 투자은행(IB) 사업 속도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일부 금융상품에서의 현금 유출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물음표 판정을 받아 관리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증권은 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양호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금감원은 시나리오에 매입보장약정·기관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의 현금유출 부분과 유동성자산 매각 시 금리 상승으로 인한 채권가치 하락을 반영하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문제를 삼고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경영유의를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6개월 이내에 해당 내용에 대한 개선 및 조치사항을 다시 금감원에 보고해야 한다. 금감원은 이 같은 사후조치도 부적정하다고 판단할 경우 관련 금융사에 직접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는 금감원이 증권사 등 주요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도록 하고 있는 리스크 관리 프로그램이다. 시장 상황 급변 등 위기 상황 시나리오를 가정한 뒤 해당 금융사의 재무 건전성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해 보려는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다.
이에 금감원은 유동성 관련 시나리오의 가정을 정교화하고 적정성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등 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 업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삼성증권에 권고했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삼성증권이 유동성비율도 허술하게 산정하고 있다고 봤다. 유동성비율은 기업의 현금동원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증권사의 경우 급격한 자금유출에 대한 위기대응 능력을 의미한다.
금감원은 삼성증권이 유동성비율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근거가 되는 회계계정별 상세내역 등에 대한 체계적인 검증 절차를 구축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유동성비율 연관 시스템을 보완하고 수치 산정 근거에 대한 검증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초대형 IB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삼성증권으로서는 해결 과제가 등장하게 됐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말 초대형 IB로는 지정됐지만 단기금융업 인가는 받지 못해 신사업의 핵심인 발행어음 업무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다.
아직 5개 초대형 IB 중 발행어음 업무를 승인받은 곳이 한국투자증권뿐이라는 점은 위안이지만, 삼성증권의 경우 다른 경쟁 증권사들에 비해 단기금융업 인가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이 불안 요소다.
삼성증권에 대한 단기금융업 심사는 일치감치 보류된 상태다.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주주로 판단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판 중인 것이 대주주 결격사유라는 이유에서다.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KB증권 등 다른 초대형 IB들은 과거 징계에 발목이 잡힌 모양새지만 계속 인가 심사가 거론되면서 조만간 사업 승인을 기대하고 있다.
더욱이 초대형 IB에 대한 리스크 관리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금감원이 이 같은 문제를 짚었다는 점은 삼성증권으로서 더욱 뼈아픈 대목이다. 금융위의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는 지난해 말 금융행정혁신 보고서 권고안을 통해 초대형 IB의 유동성비율 등 건전성 규제를 일반 은행과 유사한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 전 분야에 걸쳐 금융행정혁신위의 권고안을 충분히 수용하는 방향으로 향후 제도 개선을 이어갈 방침"이라며 "초대형 IB에 대한 건전성 관련 개선도 함께 논의하고 있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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