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美 이란 경제제재 한국 예외 한 숨 돌렸지만..."
수입량 제한, 6개월 뒤 조정으로 리스크 상존
수입량 제한, 6개월 뒤 조정으로 리스크 상존
한국이 미국의 대(對) 이란 제재 복원에서 예외국으로 인정받으면서 국내 산업계도 일단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분위기다. 다만 교역물량이 제한되는데다 6개월간 한시적인 예외 적용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리스크는 남아있다는 분석도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이란산 콘덴세이트(초경질유) 수입 제재 여부에 촉각을 기울여 온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체들은 이번 한국의 이란 제재 예외국 인정을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란산 원유는 지난해 한국 전체 원유 수입량의 13%에 달했다. 국가별 3위에 해당한다. 특히 석유화학 원료로 사용되는 나프타 비중이 높은 콘덴세이트는 이란으로부터 수입되는 원유의 74%를 차지하며, 이는 국내 전체 콘덴세이트 수입량의 53%에 달한다.
국내 정유·화학업체 중 이란산 콘덴세이트를 수입하던 업체들은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한화토탈 등이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주로 계열사인 SK인천석유화학에서 수입해 아로마틱 설비용 나프타 공급원으로 활용했다. SK인천석화는 매출 비중에서 석유화학이 절대적인 만큼 안정적인 콘덴세이트 수급이 중요하다.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의 합자회사인 현대케미칼 공급용으로, 한화토탈은 자체 나프타 수요 확보를 위해 이란산 콘덴세이트를 수입해 왔다.
이들은 미국-이란 관계가 악화한 올해 들어 이란산 콘덴세이트 수입량을 줄이다 지난 8월을 전후로 전면 중단해 왔다. 대체제로 카타르산이 있지만 수입선 다양화를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이란산 콘덴세이트 수입과 병행하는 게 유리하다. 그만큼 이번 이란 제재 예외국 인정이 이들에게는 중요한 사안이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인천석화 쪽으로 콘덴세이트 수요가 많았는데 이란산 수입 재개가 가능해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유·화학업계는 미국이 수입 쿼터(할당량)를 제한해 수입 물량을 기존보다 줄여야 한다는 점에는 아쉬움을 표했다. 예외국 인정도 180일간으로 한정돼 6개월 뒤 다시 쿼터가 줄거나 예외국 인정이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리스크로 남는다.
국내 수입이 가능한 물량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하루 20만배럴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콘덴세이트 수입량이 하루 57만배럴이었고, 그 중 53%가 이란산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 12만배럴 이상의 물량이 감소하는 셈이다.
정유·화학업체들은 조만간 정부 주재 아래 미국이 허용한 예외 쿼터(수입 할당량)를 분배받아 수입을 재개할 방침이다.
정유업체 한 관계자는 “정유산업 특성상 원료 수급을 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으로 가져가야되는데 6개월 뒤 또 다시 변화가 발생한다면 여전히 리스크가 존재하는 셈”이라며 “이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콘덴세이트 수급은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