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양심적병역거부 용어가 거슬려요? 공부하세요'
‘헌법상 가치중립적’ 원칙론만 내세우는 軍…소모적 갈등 지속 불가피
일반국민·비법조인 배려 無…“국민들의 상식·정서 무시한 오만의 결과물”
‘헌법상 가치중립적’ 원칙론만 내세우는 軍…소모적 갈등 지속 불가피
일반국민·비법조인 배려 無…“국민들의 상식·정서 무시한 오만의 결과물”
국방부가 ‘양심적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제 방안을 사실상 확정지은 가운데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의 변경 가능성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지난 6월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계기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자 각계에서는 우선 용어부터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헌법이 말하는 ‘양심’과 국민들이 받아들이는 ‘양심’의 괴리가 명백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개최된 대체복무제 관련 공청회에서 신운환 한남대 법학부 교수는 “법학자들은 단어를 법적으로 보지만, 일반 국민들은 그렇지 않다”며 “우리 국민들의 국어 상식과 정서를 무시한 오만의 결과물”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14일 “‘양심적’이란 용어가 갖는 오해의 소지를 줄일 수 있도록 ‘양심에 따른’ 또는 ‘양심을 이유로 한’ 등의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양심’이라는 단어 자체가 ‘올바른, 타당한, 도덕적인, 윤리적인 행위’ 등의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당국자는 헌법상의 표현을 존중한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헌법에 명시된 ‘양심(conscientious)’은 가치중립적이고, 헌재에서도 이 단어를 사용하므로 국민들도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 각자가 헌법이 말하는 ‘양심’의 의미를 공부하라는 엘리트적 사고라는 인식을 지우기 어렵다.
국방부가 이처럼 원칙론만 내세우면 대체복무제도가 자리잡더라도 용어를 둘러싼 소모적인 갈등이 계속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일부 양심적병역거부자들도 비판적 시각과 편견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로 용어 변경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하고 있다.
행정적으로 쉬운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그릇된 시도가 아닌데다 ‘개혁’에 가치를 두고 있는 현 정부 기조와도 맞아떨어진다. 이미 법조계는 비법조인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어렵고 난해한 용어들을 순화시키는 작업을 오랫동안 지속해왔고, 국방부도 최근 구시대적 명칭을 개선한다는 취지로 ‘현병’, ‘정훈’ 등 용어를 각각 ‘군사경찰’, ‘공보정훈’으로 바꾼 바 있다.
양심적병역거부를 대체할 수 있는 용어로는 ‘집총 및 입영거부자’,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종교적 병역거부자’, ‘병역거부자’ 등 다양한 안이 제시되고 있다. 그럼에도 헌법을 핑계 삼아 ‘양심’용어 변경에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안일한 태도 아니냐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방부는 내달 13일 대체복무제 관련 마지막 공청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현역 복무자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자칫 병역기피 현상을 확산 시킬 수도 있다는 비판에 귀 기울여 국민들과 대체복무대상자 양쪽이 만족할 수 있는 현안을 도출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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