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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경제 편견깨기-4] "수소차 안전 책임진다" 현대차 마북연구소 어벤저스


입력 2019.02.28 06:00 수정 2019.02.28 08:39        박영국 기자

'더 안전하고 더 효율적이고 더 저렴한' 수소연료전지 개발 박차

김정익 파트장 "내연기관 보다 더 높은 안전성 확보"

'더 안전하고 더 효율적이고 더 저렴한' 수소연료전지 개발 박차
김정익 파트장 "내연기관 보다 더 높은 안전성 확보"

김정익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연료전지시스템설계팀 파트장이 수소연료전지의 안전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현대자동차


친환경 미래에너지로 각광받는 수소에너지가 산업계의 큰 화두로 등장했다. 정부는 수소에너지를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고, 국내 대표 자동차 기업 현대자동차그룹은 ‘FCEV 비전 2030’을 내놓으며 보조를 맞췄다. 하지만 수소 수급 문제, 수소차 개발로 인한 전기차 개발여력 분산, 안전문제 등 수소산업과 관련된 비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업계가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수소경제 ‘퍼스트 무버’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살펴본다.<편집자 주>

“차에 수소통을 싣고 다니면 위험하지는 않을까”

수소전기차와 관련해 제기되는 가장 흔한 우려가 안전성 문제다. 제작사가 ‘편견’에 불과했음을 증명해야 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수소차 분야 선두주자인 현대자동차그룹은 과연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놓았을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현대차그룹의 수소기술 연구개발(R&D)의 본산인 현대기아환경기술연구소를 찾았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에 위치한 현대기아환경기술연구소는 건물 2개 동으로 구성된 단출한 규모였지만 영화 '어벤저스 시리즈'에 나오는 토니 스타크 빌딩의 포스가 느껴졌다.

이 조용한 곳에 국내 최고의 수소연료전지 전문가로 손꼽히는 200여명의 석·박사급 연구원들이 모여 세계 최초 수소차 양산(2013년 투싼ix 수소차)과 가장 앞선 수소차 기술력을 갖춘 넥쏘(5분 충전에 609km 주행) 개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앞선 기술력으로 제품을 개발해도 소비자가 외면하면 소용이 없다. 충전 인프라도 부족하고 가격도 비싸지만 무엇보다 수소차 대중화에 걸림돌이 되는 부분은 안전에 대한 우려다.

문재인 대통령이 수소차의 안전성을 옹호하는 과정에서 언급한 ‘수소폭탄’ 수준의 과도한 상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차에 수소통을 싣고 다니다 사고가 나면 상당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폭발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 아직 남아 있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 현대기아환경기술연구소 전경. ⓒ현대자동차

“어떤 자동차도 승객의 안전을 100%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만드는 수소차는 모든 상황에 대한 충분한 대비책을 가지고 있고, 기존 판매되고 있는 가솔린이나 디젤, LPG 등 내연기관 엔진 기반의 자동차와 동등하거나 더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겁니다.”

연구소에서 만난 김정익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연료전지시스템설계팀 파트장은 수소차의 안전성에 강한 자신감을 표했다.

김 파트장은 연구소 1층에 전시된 수소연료전지 관련 부품들을 소개하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먼저 한눈에 봐도 튼튼하게 생긴 수소연료탱크가 눈에 들어온다. 탱크의 단면을 보면 안쪽에 수소를 잡아두는 얇은 폴리아미드 소재의 라이너가 있고 그 외부를 탄소섬유와 에폭시 소재를 섞은 복합소재를 두텁게 감아 강도를 확보했다.

김 파트장은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사용 압력 기준이 완충시 700bar(기압)인데 법적으로는 그 2.25배의 파열 압력을 확보하도록 규제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법규 기준에 추가적인 마진을 더해 강도를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수소탱크를 아무리 튼튼하게 만들어도 심각한 충격이나 화재 상황에 처하면 손상될 수 있다. 하지만 수소탱크에는 그런 상황에서도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이 부착돼 있었다.

김 파트장은 “넥쏘에는 3개의 수소탱크가 있는데, 탱크 입구마다 온도감응식 압력안전장치(TPRD)가 설치돼 있다”면서 “수소탱크가 화재상황에 노출돼서 온도가 올라가면 자동으로 열려 압력을 해소해준다”고 설명했다.

화재 상황에서 수소가 누출될 경우 불을 더 키우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이는 가솔린이나 디젤, LGP차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수소차의 위험성이 덜하다는 게 김 파트장의 설명이다.

심각한 사고나 화재 상황이 아니더라도 일정한 수준의 충돌로 파이프나 밸브 등 다른 부품에서 수소가 누출될 우려도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한 대비책도 있다.

김 파트장은 “기본적으로 수소탱크와 수소연료전지 및 관련 부품들은 차량 프레임 구조가 잘 보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면서도 “혹시 수소누출이 발생하더라도 수소탱크나 연료전지 주변에는 수소 농도를 감지하는 센서가 있어 자동으로 전체 시스템을 멈추고 밸브도 폐쇄한다”고 말했다.

수소탱크가 손상될 수준은 아니더라도 파이프 등의 손상이 커 다량의 수소가 분출될 경우 기계적으로 수소누출을 강제 차단하는 밸브도 별도로 설치돼 있다는 설명이다.

김 파트장은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각종 가혹한 조건의 충돌테스트로 진행한다. 수소탱크 쪽을 직접 타격하는 충돌시험도 해봤지만, 수소 누출이나 발화 등의 위험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대규모 인명피해가 없도록 철저히 안전성을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다양한 안전장치들이 오히려 운전자의 불편을 초래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경미한 충격에도 시스템이 정지돼 운행이 불가능해지거나 과다한 수리비가 지출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다.

이에 대해 김 파트장은 “수소 누출에 따른 시스템 정지는 위험 상황을 판단해 적절한 수준에서 이뤄진다”면서 “설령 시스템이 정지됐다 하더라도 수리비는 많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차량에서도 차량 가속도 센서 등을 통해 충격이 클 경우에만 에어백이 전개되는데, 수소탱크나 연료전지 관련 안전장치들도 유사한 방식으로 통제된다”고 설명해줬다.

현대기아환경기술연구소 로비에 전시된 수소연료전지차 관련 기술.ⓒ현대자동차

2005년 9월 설립된 환경기술연구소는 현대차그룹의 수소연료전지 관련 연구인력이 집결된 핵심 시설이다.

이곳에서 개발된 연료전지기술을 통해 현대차는 5분 충전에 609km를 주행할 수 있는 현존하는 최고의 효율을 가진 수소차 넥쏘를 만들었다.

하지만 환경기술연구소는 넥쏘보다 더 높은 효율과 더 우수한 내구성을 갖고도 더 저렴한 가격에 생산할 수 있는 수소차를 개발하기 위해 계속해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김 파트장은 “시스템 효율을 높이면 넥쏘와 같은 양의 수소로도 1000km 이상을 달릴 수 있는 수소차를 만들 수 있다”면서 “연료전지 스텍을 구성하는 셀을 안정적이면서도 얇게 만들고, 연료전지 코어 핵심부품인 MEA(막전극합체)의 효율성을 높여 전기 전환 효율을 높이고, 냉각장치들을 경량화하는 등의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내구성 강화에도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 넥쏘의 경우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와 동일 수준인 10년, 16만km 보증을 제공하고 있으며, 나아가 소비자들이 서비스센터를 방문하는 일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신뢰성을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이곳의 연구원들은 자신들의 노력의 성과가 소비자들에게 널리 활용되는 유용한 기술로 발돋움하길 기대하고 있다.

“유기농 식자재가 일반 식자재보다 비싼데도 소비자들의 각광을 받으며 큰 규모의 시장을 이루지 않았습니까. 수소차도 아직은 다소 비싸고, 인프라도 부족하지만 소비자들이 긍정적인 인식을 가져줬으면 좋겠습니다. 소비자들의 호응이 커지면 우리와 같은 개발자들도 힘을 얻고, 정부 관계자들도 매끄럽게 정책을 입안해 수소경제 활성화가 더 빨리 이뤄질 것입니다.”

김 파트장은 수소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를 요청하며 '더 안전하고 더 효율적이고 더 저렴한' 수소연료전지 개발에 한창인 동료들에게로 서둘러 돌아갔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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