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하나의 장르로서 인정 받으려면 '히트곡' 절실
인기 콘텐츠 우려먹기 우려, 다양한 변주 있어야
굴곡 있는 역사를 가진 트로트는 최근 1~2년 동안 양적인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다. 정통 트로트의 매력과 함께 트렌디한 색이 입혀진 트로트까지 더해져 이를 즐길 수 있는 세대의 폭을 넓혔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평이다. 그러면서도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그저 프로그램을 통해 ‘반짝’ 인기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 지점이 바로 트로트 업계에 남겨진 과제다.
트로트 가수 홍진영은 “지금의 인기가 ‘반짝’ 인기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조금 더 진화하고, 발전한 트로트 곡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든 분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곡들이 나오게 되면 단발성 이슈가 아닌, 트로트라는 장르 전체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홍진영의 말처럼 해법은 단순 명료하다. 앞서 장윤정부터 시작된 인기가 박현빈, 홍진영까지 해를 거듭하면서 이어질 수 있었던 건 이들이 각자의 이름을 대변할 수 있을 정도의 히트곡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다른 통로로 이슈가 있다한들 본질적인 ‘트로트 콘텐츠’가 부재한다면 거품은 쉽게 꺼질 수밖에 없다.
한 트로트 가수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A씨 역시 “이 인기가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지만, 트로트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지금의 인기를 넘어 (트로트가) 하나의 장르로 꾸준히 사랑받길 바란다”면서 “그렇기 위해서는 또 한 번의 대중화가 일어나야 한다. 장윤정의 ‘어머나’, 홍진영의 ‘사랑의 배터리’처럼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트로트가 나와야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A씨는 “지금의 시스템은 사실상 소수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고 그에 따른 부작용이 있다. 일반 트로트 가수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트로트의 전체적인 발전이 있으려면 새로운 콘텐츠로 트로트를 듣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프로그램을 통해 몸값이 폭주하고 있는 송가인의 경우를 예로 들면, 현재 다른 가수의 노래로 공연 레퍼토리를 꾸리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음악을 가지고 나올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트로트 업계에 오랫동안 종사한 B씨는 같은 맥락에서 매니지먼트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B씨는 “국내에 트로트 가수의 매니지먼트가 탄탄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100여개의 매니지먼트 회사(혹은 개인)가 있지만, 신인을 키우기 위해 투자를 하는 곳은 그중 10곳도 되지 않는다. 보통 지금까지의 흐름을 보면 매니지먼트를 등한시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현재 ‘미스터트롯’에 출연했던 친구들 중에서도 정말 눈에 띄는 재목들이 있다. 그런 친구들이 좋은 매니지먼트를 만나서 오랫동안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상 매니지먼트가 약해서 엉뚱한 곳, 단순히 지금의 인기를 소비하는데 그치는 정도로 쓰임을 받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트로트라는 소재의 인기를 소비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는다. 트로트 가수의 매니저 C씨는 “방송에서 화제가 된 출연자들을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만 사용하려는 경향도 있다. 자생할 수 있는 콘텐츠는 뒷전이고, 소위 ‘방송 뺑뺑이’를 돌리면서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빠른 시간에 소비시켜 버리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인적 소비 방식과 마찬가지로 방송사의 고질병과도 같은 ‘인기 콘텐츠 우려먹기’에 대한 걱정도 크다. 새로운 시도 없이 인기 프로그램과 비슷한 콘텐츠를 연달아 선보인다면 소비자의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지금의 열기가 오래 지속되긴 어렵다. 각 프로그램이 가지는 독창성을 바탕으로 ‘트로트’를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