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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의 격렬한 변주, 홍광호의 ‘지킬앤하이드’의 압도적 전율 [D:헬로스테이지]


입력 2025.04.15 09:25 수정 2025.04.15 09:26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5월18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선과 악, 이 양극단은 우리 내부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싸웁니다. 하늘이 인간에게 내린 형벌일지도 모르죠.”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19세기 런던을 배경으로, 저명한 의사이자 과학자인 헨리 지킬이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을 완벽하게 분리할 수 있다는 신념 아래 스스로를 대상으로 위험한 실험을 감행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하지만 선의를 향한 열망으로 시작된 실험은 예기치 못한 결과를 낳고, 그의 내면에 억눌려 있던 어둡고 폭력적인 인격 ‘에드워드 하이드’를 세상 밖으로 불러낸다.


ⓒ오디컴퍼니

인간 본성의 양면성이라는 보편적이면서도 심오한 주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지킬앤하이드’가 한국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올해로 초연 2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해를 맞이했다.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이 작품이 변함없이 강력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단지 흥미로운 서사 때문만은 아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빅토리아 시대 런던의 위선적인 사회상과 그 안에서 고뇌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시대를 초월한 공감을 자아내며, 선과 악의 대립이라는 테마는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작품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것은 프랭크 와일드혼의 드라마틱하고 중독성 강한 음악이다.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 ‘얼라이브’(Alive) ‘한 때는 꿈에’(Once Upon a Dream) ‘새 인생’(A New Life) ‘대결’(Confrontation) 등 귀에 익숙한 명곡들은 각 캐릭터의 복잡한 심리와 극적인 상황을 압축적으로 전달하며 관객의 감정을 흔든다.


여기에 어둡고 스산한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연출하는 무대 디자인과 조명, 상징성을 담은 의상, 그리고 주역 배우들의 열연을 탄탄하게 뒷받침하며 극의 밀도를 높이는 앙상블의 활약이 더해져 ‘지킬앤하이드’는 단순한 뮤지컬을 넘어 하나의 종합 예술로서 관객에게 강렬한 경험을 선사한다.


ⓒ오디컴퍼니

여러 시즌을 거치며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거쳐 간 이 작품에서, 홍광호는 작품의 깊이를 명징하게 구현해내는 대표적인 배우다. 고뇌에 찬 지킬 박사의 모습부터, 원초적 본능에 충실한 하이드의 광기까지. 한 인물 안에 공존하는 극단적인 두 인격을 설득력 있게 넘나는다. 특히 희망과 불안이 교차하는 순간 절정의 가창력으로 지킬의 복잡한 내면을 토해내며 관객의 몰입을 극대화한다.


하이드로 변모하는 순간의 ‘얼라이브’에서 보여주는 날것의 음성, 지킬과 하이드가 함께 부르는 ‘대결’에서의 처절한 사투 역시 압권이다. 특히 이 극의 백미인 ‘대결’ 장면에선 홍광호의 연기가 절정에 달한다. 한 몸 안에 공존하는 두 인격, 지킬과 하이드가 서로를 파괴하려 격렬하게 충돌하는 이 장면에서 그는 순간적으로 목소리와 표정, 자세를 바꿔가며 두 존재의 처절한 사투를 완벽하게 구현해낸다.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5월18일까지 공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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