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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종로 상가일대 적막한 전시상황…'휴업 or 폐업' 5월이 분수령


입력 2020.04.08 06:00 수정 2020.04.08 08:39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종로구 일대 상가 장기 공실 증가...‘임대’ 현수막 곳곳에 걸렸지만 찾는 사람 없어

코로나19 여파, 월세 부담 감당 못해 재계약 미루고 ‘무기한 휴업’

광장시장 상인 "손님 줄어든 게 아니고 아예 없어"

7일 서울시 종로구 종로5가역 근처 음식점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있다. ⓒ김희정 기자 7일 서울시 종로구 종로5가역 근처 음식점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있다. ⓒ김희정 기자

“이 상가는 5개월째 비워져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생각보다 공실 기간이 길어지고 있어요. 원래 하던 장사도 접는 마당이니까요.”


지난 7일 찾은 서울 종로구 일대 곳곳에는 임대’나 ‘휴업’이라고 크게 써 붙이고, 문을 굳게 닫아 놓은 상가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종각에서 종로5가까지 이어지는 대로변은 그나마 사정이 나아보였지만, 바로 한블록 뒷골목만 들여다 보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한동안 장사한 흔적 없이 어두컴컴 불을 꺼둔 상가들이 즐비해 거리 전체가 을시년스러운 기운을 내뿜는다.


종로에서 상가 전문 공인중개소를 20년째 운영하는 A씨는 “그동안 경제가 어렵지 않은 적은 없었지만 지금은 사실상 전시상황이 아니냐”며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오질 않으니 특히 장사하는 소상공인이 많은 종로는 직격탄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대로변에는 적막함이 흐르긴 하지만 꿋꿋이 가게문을 열고 장사하는 상인들이 많았다. 하지만 대로변이라 하더라도 2·3층이나, 대로변에서 바로 이어진 골목길 초입에 위치한 상가들은 문을 닫은 곳이 많이 보였다.


문을 걸어 잠군 곳은 일시적인 휴업과 임대 문의가 붙은 폐업 두 종류로 나뉘었다. 휴업을 한 곳은 음식점이나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게스트하우스 등이 주로 많았다.


지난 3월 초부터 한 달 넘게 휴업을 하고 있는 종로5가역 근처 한 음식점 대표는 “350만원에 이르는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서 재계약을 미루고 무기한 휴업을 하고 있다. 코로나가 상반기 안에 끝날 것 같지 않아 가게 문을 닫을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7일 서울시 종로구 일대에 붙은 ‘임대’ 현수막. 대로변이라 하더라도 2층에는 공실인 상가들이 제법 보였다. ⓒ김희정 기자 7일 서울시 종로구 일대에 붙은 ‘임대’ 현수막. 대로변이라 하더라도 2층에는 공실인 상가들이 제법 보였다. ⓒ김희정 기자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코로나19가 2월 급속도로 증가했고 최소 3개월은 지나야 코로나로 인한 상가공실률이나 폐업률을 확인할 수 있다”며 “지금은 휴업에서 폐업으로 가는 길목인 것 같은데 5월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등이 단기적으로 소상공인에게 지원책이 될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며 “코로나가 소강국면으로 접어들어도 이전과 같은 정상영업으로 복귀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7일 서울시 종로구 일대에 ‘휴업’하고 있는 상가들. 음식점과 게스트하우스 문 앞에 ‘한 달’ 혹은 ‘무기한 휴업’ 한다는 게시글이 붙어있다. ⓒ김희정 기자 7일 서울시 종로구 일대에 ‘휴업’하고 있는 상가들. 음식점과 게스트하우스 문 앞에 ‘한 달’ 혹은 ‘무기한 휴업’ 한다는 게시글이 붙어있다. ⓒ김희정 기자

발길을 광장시장으로 옮겨봤다.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유명해 종로를 대표하는 재래시장으로 알려진 이곳에서는 그나마 빈 상가를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평일에도 종일 북적이던 시장안에 사람이 적어 활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시장 내 포장마차에서 마약김밥·빈대떡 등을 팔고 있는 B씨는 “여기 상인들은 괜찮아 지겠지, 곧 괜찮겠지 하며 어렵게들 버텨내고 있다”며 “손님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아예 없다, 지난달 매출은 80~90% 줄었는데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한탄했다.


혹시 ‘착한 임대인 운동’같은 임대료 감면을 받고 있냐고 물어보니 “광장시장 일부 점포는 20% 인하해 주는 곳도 있다고 하는데, 여기 포장마차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시장 내 한복집 거리는 음식거리에 비해 오가는 사람이 더 없어 쓸쓸했다. 인근 귀금속 거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뜩이나 혼인율이 감소해 한복이나 예물을 맞추는 사람이 줄었는데 이마저도 코로나19로 발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귀금속을 팔고 있는 대표 C씨는 “문을 닫을 수도, 열 수도 없어 고정비 지출을 감당하기 힘든 상인들이 많다”고 했다.


혹시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에게 지원하는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저리대출을 이용해볼 생각이 있냐고 물어보니 “당연히 생각히 있다”면서도 “그런데 상담 순번표 받으려면 반나절이 걸린다 하고, 대출 지원까지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해서 일단 알아만 보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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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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