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기고] 김정은 루머 소동이 보수 우파에게 남긴 것


입력 2020.05.05 01:00 수정 2020.05.12 09:04        데스크 (desk@dailian.co.kr)

태영호·지성호, 변명 여지가 없는 성급하고 무책임하며 나이브한 분석

김정은 재등장 후 통합당 태도는 옛모습에서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것

지난 1일 평남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김여정과 함께 참석해 준공테이프를 끊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지난 1일 평남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김여정과 함께 참석해 준공테이프를 끊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세계가 김정은에게 또 한 번 농간을 당했다.


그가 핵을 갖지 않고 그것으로 위험한 장난을 칠 수도 있는 인물로 생각하지 않았다면, 반달이든 한달이든 공개 석상에 나타나지 않는 것이 그만큼 큰 뉴스는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미국은 물론 이곳 캐나다에서도 김정은이 어떻게 됐는지에 관해서는 미디어들의 매우 큰 토픽이고 많은 사람들의 화제가 된다.


북한 조선중앙TV 는 2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그의 건재를 녹화 필름으로 보여줬다. 한국의 한 언론은 이것을 그의 세계 이목 끌기,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심을 끌려는 작전이었다고 해석했다.


과연 그럴까?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안전한 곳으로 피신해 있었을 수도 있다는 추측도 나왔다. 이목 끌기 작전보다는 설득력이 덜하지만, 그의 신체 비만과 건강 상태, 가족 병력 등을 고려할 때 이것도 가능성은 있는 얘기다.


나이는 젊어도 코로나에 취약한 기저질환을 가진 경우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그의 건강과 관련한 루머는 앞으로도 꾸준히 나오게 될 것이다.이번에 사망설까지 제기돼 버렸으니 놀라움과 호기심의 약효는 떨어지겠지만, 그의 건강은 더 약해지는 쪽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봐야 한다.


키 170cm에 몸무게가 최고 130kg까지 나갔다는 것 아닌가? 거기에 친조부(김일성)와 친부(김정일)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실히 추정될 만큼 심장질환 가족력이 있다. 흡연도 줄담배라고 하니 더 건강해진다면 과학이 조롱을 당하게 될 지경이다.


비료공장 준공식에 나타난 그의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럽다는 등의 징후는 그의 안위에 관한 추측이 틀리자 억지로 찾아낸 이상한 모습만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그가 심혈관 수술을 받았든 그렇지 않았든 무슨 일인가는 있었을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가 살아 있는 건 사실이고 죽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보수 우파는 이번 김정은 루머 소동으로 또 한 번 감표를 당하는, 엎친 데 덮친 격의 우환을 겪게 됐다.


지난 총선 당선자인 태영호, 지성호 두 사람의 주장이 일단 터무니없는 상상의 소산이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며칠 후 김정은이 쓰러지더라도 이번에 틀린 것은 틀린 것이다.


그러니까 정치인의 말이란 언제나 빈 틈을 남겨 두어야 한다. 그래야 그 말을 했을 당시에는 신중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고, 나중에는 도망갈 수가 있다. 지나친 단정과 주장은 정치판에서 매우 위험한 비즈니스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어떠했는가? 자신들, 또는 정파의 희망사항을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북한 내부 소식통들의 정보로 포장해 자기 힘으로 일어서거나 걷지 못하는 상태, 심지어 99% 사망을 확신하기까지 했다.


이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성급하고 무책임하며 나이브한 분석이요 결론이었다. 그들은 북한 문제에 관한 한, '북한 전문가'로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을 느꼈을 수도 있다.


그런데 하필 시점이 좋지 않았다. 선거에서 대패해 집안 이미지와 분위기가 최악일 때, 헛스윙을 해버린 것이다. 눈 위에 서리를 뿌린 격이다.


상대 진영에서는 가만히 앉아서 점수를 벌고 있는 형국이다. 더 벌 필요도 없을 만큼 많이 벌어 놓고 있지만 말이다.


집권 여당은 물론 청와대까지 나서 무책임한 언행, 가짜뉴스였다고 공격을 했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과 그 둘의 소속 정당인 통합당, 그리고 보수 우파들은 당선자들이 등원도 하기 전에 엄청난 수업료를 내고 말았다.


여기서 보수 우파의 언행에 대해 새삼 당부를 하고 싶어진다. 큰 사건이 터졌을 때 그것을 기회로 생각하는 전략적 자세와 방법이 필요하다.


돌이켜 보면, 김정은 위중설이 미국 언론에서 나왔을 때, 이것은 보수 우파 이미지 개선에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소재였다.


정부와 정보 기관의 분석과 전망을 일단 존중했어야 했다. 무조건 부정하고 비난하는 대신 태도를 이제 그렇게 고쳐야 한다. 그래야 맞더라도 실이 없고, 틀리면 득이 되는 것이다.


애매할 때는 원칙론이 최상이다. 지나친 확신은 불필요한 도박이다. 99% 주장은 술집에서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찍는 확률이지, 전문가로서 제시할 수치가 아니다.


또 예측이 빗나갔을 때, 주장이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을 때 그것을 흔연히 털어 놓고 사과하는 용기를 이제는 갖춰야만 한다. 부끄럽다고 숨거나 그래도 아니다, 라는 식의 버티기 또는 미련 갖기는 보기에 썩 아름답지 않다.


그런 점에서 김정은 재등장 후 통합당의 태도는 옛모습에서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었다. 총선 참패에서 아직 배우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하긴 아직 미래 방향도 못 정하고 우왕좌왕(右往左往), 자중지란(自中之亂) 중인데, 배울 틈이 어디 있었겠는가?


필자는 태영호, 지성호 두 신인 의원의 향후 의정 활동을 심히 걱정한다. 그리고 그 당의 신뢰도도, 적어도 북한 문제에 관한 한,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다고 본다.


안보와 북한 이슈가 이들의 전가의 보도임을 고려한다면, 그 손상의 정도는 막대하다. 이제 누가 이들 말을 믿을 것인가?


한국인들 특유의 건망증에나 기대하면 모를까...


글/정기수 캐나다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기고'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