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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지만’ 두산 페르난데스, 4할 타율 가능할까


입력 2020.06.03 13:53 수정 2020.06.04 06:16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타율 0.465로 이 부문 리그 선두 유지

압도적인 안타 생산력, 볼넷이 아쉬워

타율 0.465를 유지 중인 페르난데스. ⓒ 뉴시스 타율 0.465를 유지 중인 페르난데스. ⓒ 뉴시스

개막한 지 한 달이 지난 2020 KBO리그가 각종 풍성한 기록들을 예고하며 야구팬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이번 시즌 최고의 히트 상품이라 불리는 NC 구창모는 압도적인 구위로 다승과 평균자책점, 탈삼진, 그리고 승률까지 투수 타이틀 4개 부문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KBO리그서 투수 4관왕은 2011년 KIA 윤석민 이후 나오지 않고 있다.


타자 쪽에서는 외국인 타자들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안타제조기’ 두산의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와 홈런 선두 LG 로베르토 라모스의 행보도 관심을 가져볼만하다.


특히 타율 0.465 5홈런 27타점의 특급 성적을 찍고 있는 페르난데스는 한 시즌 최다 안타와 4할 타율에 도전한다.


4할 중반 대 타율을 유지 중인 페르난데스는 ‘안타제조기’라는 별명에 걸맞게 엄청난 페이스로 안타 숫자를 적립하고 있다. 24경기에 출전한 페르난데스가 안타를 기록하지 못한 경기는 고작 3경기. 반면, 멀티 히트가 나왔던 경기는 무려 16경기에 이르고 있다.


안타 생산 능력만큼은 ‘역대급’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기에 자연스레 4할 타율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다.


‘4할 타율’은 현대 야구에서 불가능한 영역으로 일컬어진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총 28번의 4할 타율(총 20명)이 나왔으나 1941년 테드 윌리엄스 이후 그 어떤 타자들도 이를 넘어서지 못했다.


일본프로야구에서는 아직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고, KBO리그에서는 원년인 1982년 백인천(0.412)이 유일하다. 이후 1994년 이종범(0.393), 1987년 장효조(0.387), 2012년 김태균(0.363) 등이 4할 타율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모두 실패했다.


타율 4할이 어려운 이유는 타율 부분이 바로 기록의 높낮이가 존재하는 비율 스탯이기 때문이다.


타자는 보통 1경기에 4~5차례 타석 기회를 얻는다. 4타석에서 1안타만 기록(0.250)해도 4할이 안 되며, 5타석에 들어섰다면 멀티 히트를 해야만 4할을 유지할 수 있다.


6개월간 이어지는 길고 긴 페넌트레이스 일정 속에 이와 같은 타격감을 유지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게다가 슬럼프라도 찾아왔다면 급격한 수치 하락을 막을 수 없다. 또한 현대 야구는 과거에 비해 경기력이 상향평준화를 이뤄 사실상 4할 타율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진다.


4할 타율을 유지하려면 선구안도 동반되어야 한다. ⓒ 뉴시스 4할 타율을 유지하려면 선구안도 동반되어야 한다. ⓒ 뉴시스

물론 이론상으로 몇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면 가능하다. 먼저 페르난데스처럼 안타 생산 능력이 매우 뛰어나야하고, 선구안 겸비, 그리고 타순도 중요하다.


선구안이 요구되는 이유는 타석수를 규정타석 수로 유지하되, 타수를 늘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1경기 4타석에 들어선 타자가 1안타를 쳤다면 타율이 0.250이 되지만 나머지 타석에서 볼넷 2개를 얻어냈다면 4타석 2타수 1안타로 타율은 0.500이 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테드 윌리엄스다. 윌리엄스는 1941년 타율 0.406을 기록했으나 정작 최다 안타 부문은 6위(185개)에 그쳤다. 대신 147볼넷-27삼진이라는 엽기적인 선구안을 선보이며 타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


타순도 필요 조건 중 하나다. 1994년 이종범은 시즌 막판까지 4할 타율을 유지했다. 다만 리드 오프로서 너무 많은 타석에 들어선 게 발목을 잡았다. 그해 이종범의 타석 수는 561회로 리그 2위였다.


반면, 4할에 성공한 백인천은 당시 경기 숫자도 80경기로 적은데다 감독 겸 선수였던 본인의 타순을 4번~6번으로 기용하며 타석 수를 줄였다. 여기에 볼넷 5위(42개, 삼진은 17개)를 기록할 정도로 참을성도 많은 타자가 백인천이었다.


통계적으로 표본수가 많아질수록 평균에 수렴할 수밖에 없고, 이는 타율의 개념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페르난데스가 시즌 끝까지 4할 타율을 유지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그가 4할 타율을 달성하려면 지금의 안타 생산력을 유지하는 것보다 최대한 볼넷을 골라내 타수를 늘리지 않는 게 중요한데 아쉽게도 그는 참을성이 많은 타자가 아니다.


그는 지난해 144경기 전 경기에 출장해 61볼넷(삼진 54개)을 얻어냈다. 선구안은 나쁘지 않으나 볼넷이 많은 수준은 아니기에 배트를 많이 내미는 유형이라 할 수 있고 이는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결국 경기가 거듭될수록 타율 하락을 막을 수 없을 전망이다. 4할 타율이 매우 어렵고 신의 영역이라 불리는 이유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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