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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이 남측 장관이 됐나 착각케 하는 추미애


입력 2020.06.28 09:00 수정 2020.06.28 07:48        데스크 (desk@dailian.co.kr)

공개 석상 비난은 장관의 품격 팽개친 추태

처음부터 게임이 안 되는 인물 발탁이 문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월 7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면담을 위해 각각 법무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월 7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면담을 위해 각각 법무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법무장관 추미애의 주요 업무는 검찰총장 윤석열과 티격태격 싸우는 일이나 되는 것처럼 보인 지 오래다. 조국 사태로 장기간 공석으로 남아 있던 그 자리에 6개월 전 연초에 임명됐을 때부터 쭈욱 그래 왔다.


그런데 요즘 그 불화와 갈등 수준이 어느 한계선을 넘고 있는 모습이다. 며칠 전 민주연구원이라는 데서 주최한 초선의원 혁신포럼 강연에서 했다는 그녀의 단어 선택과 표현 방식은 그야말로 그녀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 듣는 이들을 아연실색케 한다.


“이 사건(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사건과 관련한 위증교사 진정 사건)을 대검찰청 감찰부에서 하라고 지시했는데,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게 내려 보내고 대검 인권부장이 총괄하라고 하며 내 지시의 절반을 잘라먹었다. (윤 총장이) 장관 말을 들었으면 좋게 지나갈 일을 새삼 지휘해서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 말 안 듣는 검찰총장과 일해 본 법무부 장관을 본 적이 없다.”


이 말이 왜 아연실색(啞然失色)케 하느냐고 묻는 독자들에게는, 영어식으로 말해,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You are not alone)”라고 해주고 싶다. 필자도 다음 한 가지 더 있는 표현을 나중에 듣기 전까지는 “이번엔 좀 더 강하게 말했군” 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강연에 참석한 사람들 중에 누가 원문 그대로를 전달했는지 제주도 지사 원희룡이 이렇게 옮겼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제 지시의 절반을 잘라 먹고, 틀린 지휘를 했다. 장관 말을 겸허히 들으면 좋게 지나갈 일을, 지휘랍시고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라고 했다. ‘지휘랍시고’, ‘잘라먹었다’는 천박한 표현은 북한에서나 쓰는 말인 줄 알았는데 대한민국 법무부장관 입에서 들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렇다. 그가 그녀의 원래 발언을 전달한 문장 속의 ‘지휘랍시고’란 말을 듣는 순간 북한 김정은의 친여동생이자 노동당 제1부부장인 최근 막말의 주인공 김여정이 떠올랐다. 그녀가 ‘남측’으로 어느새 내려와 장관을 하고 있나 하는 착각이 잠시 들 정도이다. 상대방의 심기를 극도로 긁기 위해 일부러 쓰는 비하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런 말을 하면서 책상도 여러 차례 내리쳤다고 한다.


둘 다 대통령이 임명하고 국회 청문회를 거친 매우 중요한 국민의 심부름꾼들이 이런 시장판 국어를 사용하며 말 난투극(일방적이지만)을 벌인다는 건 원희룡 말대로 대한민국의 국격이 땅에 떨어지는 일이다. 공개 석상에서 자기감정을 여과없이 발설하는 건 자신에게 월급을 주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고, 고위 공직자의 품위를 내팽개친 추태다.


추미애는 임명된 지 얼마 안 돼 윤석열을 향해 “내 명을 거역했다”는 말을 해 ‘최초 여성 판사 출신 지역구 5선의원’이라는 자신의 여러 최초 타이틀 중의 하나에 오점을 남긴 바 있다. 한국에서는 옛날에 판사가 되면 그가 20세일지라도 ‘영감님’으로 불렸다. 경북 달성군의 세탁소집 차녀(나무위키) 출신인 61세 추미애는 아마도 이 ‘여성 영감님’ 대접을 받으며 판사 생활을 한 습관이 몸에 밴 사람인 듯하다. 명을 거역했다라니......


보수 당 비대위원장 김종인은 추미애의 발언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인성의 문제가 아닌가 한다. 말을 너무 쉽게 뱉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1995년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총재 김대중에 의해 광주고법 판사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여성 판사, 영남 출신이라는 상품성과 법조계에서 일부 소문난 꼬장꼬장한 성격에 주목해 발탁했을 것이다.


이후 민주당 사상 최초 TK(대구경북) 출신 여성 당대표까지 지내면서 승승장구, 호남인 정치 대부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력과 언론 보도에 나타난 그녀를 대표하는 성격은 소신과 집착, 주변 사람들과의 원활하지 않은 관계,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려는 의지 등이다. 그리고 또 하나, 막말이 있다.


2000년 7월 5일(언론사들의 사주들이 도마 위에 올라 있었던 김대중 정부 시절), 동료 의원들 및 기자들과 함께 한 술자리에서 술에 취해 내뱉었다는 그녀의 막말은 언론계에서 전설로 내려오고 있다. 그녀에게 우호적으로 기술한 나무위키의 기록이다.


<‘X같은 조선일보’, ‘이회창이 이놈’ 등의 발언을 했고, 동아일보 기자와 싸움이 번져 ‘사주 같은 놈’, ‘누구의 지시를 받아 기사를 썼느냐’는 등의 발언을 했다. 정동영 등 동료 의원들이 말리면서 데리고 나오자 ‘정의가 바로 서야 하는데 왜 이러느냐’ 하고 마당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고 한다(...) 다음 날, 조선일보에는 추미애의 ‘X같은 조선일보’ 발언이 대문짝만하게 실려서 곤욕을 치렀다.>


추미애를 조국 후임으로 법무장관에 추천한 여권 고위 인사로는 민주당 대표 이해찬이 유력하게 꼽힌다. 그는 2017년 말 김어준 방송에서 당시 경선에 참여하지 않은 정치인 중에 차기 민주당 대선주자 후보로 부상할만한 인물로 추미애를 들었다.


추미애가 대권을 생각하며 법무장관 자리에 앉았는지는 그녀만이 알 것이다. 그렇다면, 윤석열과 저렇게 싸우는 작업이 그 대권가도(街道)를 포장해주는 일이 아닐 텐데, 대망은 일찌감치 버리고 오직 정권 사수를 위한 악역만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인가? 그녀는 애초에 윤석열과는 게임이 안 되는 그릇이었다. 시장 상인처럼 싸우고 있는 데서 그것이 증명된다.


그녀는 아마도 이제 자기 자신도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정도에 이르렀지 않았나 한다.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고야 마는 성격이므로 임기가 1년도 더 남은 윤석열을 끝내 몰아내는 것만큼은 성공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그 뒤의 영광, 최후의 승리는 그녀보다는 윤석열의 것이 되기 쉽다.


ⓒ

글/정기수 자유기고가 (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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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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