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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달러 고민에 '구원 등판' 외화RP…금융당국도 지원사격


입력 2020.07.03 05:00 수정 2020.07.02 21:53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올해 5월, 달러RP 일평균잔량 3조1715억원…올 1~4월의 2조원대 상회

증권사는 외화RP 상품 출시·판매…한은, 외화RP 매입으로 유동성 공급

증권사들이 외화RP 상품 판매를 통해 부족한 외화자산 쌓기에 몰두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증권사의 외화유동성을 늘려주기 위해 외화RP 매입을 약속했다. ⓒ픽사베이 증권사들이 외화RP 상품 판매를 통해 부족한 외화자산 쌓기에 몰두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증권사의 외화유동성을 늘려주기 위해 외화RP 매입을 약속했다. ⓒ픽사베이

금융시장 불안으로 촉발된 증권사의 달러 고민을 해결할 카드로 외화 환매조건부채권(RP)이 각광받고 있다. 증권사는 높은 수익률을 내건 외화RP 상품을 출시해 외화자산 쌓기에 열을 올리고 나섰다. 금융당국은 증권사가 보유한 외화RP를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외화RP를 통한 유동성 공급 효과가 일시적일 수 있는 만큼 추후 실물경기 흐름에 맞춰 지속성 있는 외환조달 방법을 추가로 강구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놨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기관 간 달러RP 하루 평균 매입 잔량은 3조1715억원(26억1093만 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의 2조5207억원보다 25.8%(6508억원) 늘어난 규모다. 특히 일평균잔량이 3조원을 넘어선 건 지난 2015년 4월의 3조132억원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매입 잔량이 늘었다는 건 그만큼 RP 거래가 활발하게 진행됐다는 의미다.


달러RP 거래는 올해 4월 급증했다. 1월 2조1306억원(18억6743만 달러) 수준이던 일평균잔량은 2월(2조453억원·17억5003만 달러)과 3월(2조2545억원·19억299만 달러)에는 비슷한 규모를 나타냈다. 하지만 4월 들어 2조8100억원·23억3498만 달러로 급상승한 뒤 5월에는 3조원 대를 넘겼다.


RP는 채권 발행자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금리를 더해 다시 사는 것을 조건으로 파는 채권이다. 국공채, 특수채 등을 채권을 담보로 발행돼 안정적인 단기자금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고안된 만큼 유동성공급에 특화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외화RP 역시 비슷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각국 통화 표시 채권을 담보로 발행돼 매매거래를 위해서는 그 나라 돈을 필요로 한다. 즉, 미국국채에 투자하는 달러RP는 달러로만 매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거래량이 늘어날수록 달러 유입도 증가하게 된다.


증권사들이 외화RP 매매를 늘려 외화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올해 1분기 발생한 대규모 마진콜 사태 때문이다. 지난 3월 세계 증시가 폭락해 주가연계증권(ELS)에 수조원의 증거금을 추가 납부해야 하는데 외화가 부족한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증권사들은 안정성과 유동성이 높은 외화RP를 통해 외화자산 확보에 나선 것이다.


ⓒ데일리안 ⓒ데일리안

증권사들이 외화 마련을 위해 선택한 방식은 외화RP를 상품화 해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외화RP 상품의 대부분이 달러RP인 만큼 고객 가입이 늘어날수록 달러 보유고가 늘어난다. 실제로 메리츠증권은 지난 달 29일 외화RP 대고객 서비스를 오픈했다. 1년 기준 최대 0.80%에 달하는 수익률(금리) 제공까지 약속했다.


또 한국투자증권이 판매하고 있는 외화RP 상품 1년 수익률은 1.20%다. NH투자증권도 외화RP에 수익률 1.00%를 내걸었다. 이는 자사 RP형 CMA(블루)의 0.15% 보다 0.85%포인트 큰 수익률이다. 이처럼 증권사 외화RP는 타 상품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해 고객 모시기에 한창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외화RP는 발행이 어렵지도 않고 안정성도 높은 데다 현금성 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상품"이라며 "달러를 비롯한 외화로 자산을 운용해 수익을 내기 때문에 다른 상품보다 수익률이 높다는 특징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외환당국도 외화RP를 통해 시장에 외환 유동성을 공급해 우려에 보탬이 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행과 기재부는 지난 달 30일 증권사가 보유한 외화채권을 경쟁입찰방식 RP로 매입해 달러화를 공급할 계획이다. 유동성과 안정성이 높은 미국채만 매입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에 거래는 달러로만 가능하다.


한은은 주로 시중에 단기자금이 부족할 경우 RP를 사들여 유동성을 확보하는 정책을 편다. 이를 외화 유동성 공급에도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외화자금 공급과 동시에 외화채권을 매입하므로 국가 외화보유액 규모에 변동이 없고 매입한 채권은 언제든지 처분이 가능해 가용성도 제약을 받지 않아 대외건전성 악화 우려를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책이 일시적인 유동성 공급 효과는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증권사 외화자산의 증가로 이어질 지속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통화 스왑을 통해서 외환시장이 안정됐지만 여전히 불안한 요소가 있어 현재 상황에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 자체에는 의미가 있다"며 "하지만 실물 경기의 전반적인 회복과 연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편적인 공급만 지속한다면 결국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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