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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 자율배상’ 4개월째 제자리걸음…협의체 유명무실


입력 2020.10.14 06:00 수정 2020.10.13 15:07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자율 배상 규모 2000억원 추산…6월 출범 후 세 차례 회의 공전

은행별로 배상 업체·판매 규모 달라…“앞으로도 쉽지 않을 듯”

키코 피해기업 분쟁 자율조정 및 배상을 위해 지난 6월 출범한 은행협의체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키코사태 진상규명 피켓.(자료사진)ⓒ뉴시스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피해기업 분쟁 자율조정 및 배상을 위한 은행협의체가 출범한 지 4개월째 접어들었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마다 보상 여부나 규모가 다르고 이해관계도 다르다보니 이렇다할만한 배상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출범 후 지금까지 세 차례 만남에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협의체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무시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협의체는 지난 7월과 9월, 이달 7일 등 세 차례 회의를 가졌지만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협의체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씨티·SC제일·대구·HSBC은행 등 10곳의 은행이 참여하고 있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으나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위험 헤지 목적으로 가입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 때 환율이 급등하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키코 관련 피해업체는 키코 상품을 계약한 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2013년 대법원은 키코가 환 헤지 목적의 정상 상품이라며 ‘키코는 불공정거래행위가 아니다’고 판결했다.


그러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하면서 키코 피해기업 분쟁이 원점부터 재검토됐다. 이후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지난해 12월 키코 상품을 판매한 신한, 우리, 하나, 대구, 씨티, KDB산업은행의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며 기업 4곳에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권고했으나 우리은행을 뺀 나머지 5개 은행은 불수용했다.


은행별 권고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이다.


이에 금감원의 주도로 추가 구제대상 기업 145곳에 대한 배상 방안을 자율적으로 논의하는 목적으로 지난 6월 협의체가 출범했다. 키코 손실 기업들이 복수의 은행과 계약을 체결한 만큼 협의체를 통해 배상을 진행하는 게 효율적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금액은 약 2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그러나 정작 은행권에서는 협의체에 참여하는 은행들 대다수가 금감원 분조위 결정을 수용하지 않은 만큼 협의체 운영이 큰 의미가 있겠냐는 입장이다. 은행마다 보상 여부나 규모가 다르고 이해관계도 다른 상황에서 누가 선뜻 총대를 메고 협의체를 주도하겠냐는 것이다.


또한 민법상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난 시점에서 배상을 하면 주주 이익을 해치는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논의를 지지부진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사안에 배상을 해주면 나머지 키코 기업들에게도 유사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금감원은 이달 말까지 논의 상황을 지켜본 후 은행별 입장에 따른 단계적·부분적 합의안을 마련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협의체에 참여하는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 사이에서 방안을 찾아보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은행별로 배상 업체나 판매 규모 등이 다르다보니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고강조했다.


협의체에 참여하는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이미 대법원에서 키코는 불공정 계약이 아니라고 판결을 한데다 상당수 은행들이 금감원 분조위의 분쟁조정안을 거부한 마당에 협의체 운영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협의체를 통해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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