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14명 중 여성임원 비중 7.01%…26%인 외국계은행과 대조
“남성 중심의 기업문화 여전·육아 등으로 장기간 근무 직원 적어”
4대 시중은행의 여성 임원 비중이 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등 외국계은행은 여성 임원 비율이 26%에 달해 큰 대조를 이뤘다. 시중은행들이 여성 리더를 늘리겠다며 여성 인재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전체 여성 임원의 비율은 한 자릿수로 ‘유리천장’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지적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올 6월 말 기준 등기·미등기 임원(은행장 등 사내이사를 비롯해 사외이사, 감사 등 포함)은 총 114명이다. 이 가운데 여성 임원수는 고작 8명에 불과했다. 비율로 치면 7.01%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의 여성 임원은 사외이사 1명과 상무 2명을 포함해 총 3명이다. 전체의 28명 중 10.71%다.
신한은행은 31명의 임원 중 2명(6.45%)이 여성이었고 하나은행도 임원 24명 중에서 여성의 비중은 8.33%(2명)에 그쳤다. 우리은행 역시 31명 중 3.22%(1명) 수준이었다.
반면 외국계은행인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은 여성 임원이 비교적 많아 대조된다. 두 은행의 총 임원수는 45명인데 이 가운데 여성 임원수는 12명에 달했다. 비율로 따지면 26.66%다.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각각 6명씩이다.
특히 유리천장이 낮기로 유명한 씨티은행의 경우 현재 은행장 직무대행인 유명순 수석부행장이 차기 은행장으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씨티은행 역사상 첫 여성 행장 탄생을 앞두고 있다. 민간은행 중에서도 처음이다.
이처럼 국내 은행에서 여성 임원이 드문 것은 은행 내 보수적인 남성 중심 기조가 여전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은행들이 여성리더 육성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실시하며 기업 문화를 바꾸는 데 노력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신한금융은 지난 2018년 그룹 차원의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 ‘신한 쉬어로즈(ShinhanSheros)’를 출범해 1기 27명, 2기 49명 등 총 76명의 여성 리더를 배출했다. 신한은행의 왕미화 자산관리(WM)그룹장과 조경선 경영지원그룹장도 쉬어로즈 프로그램을 거쳤다.
KB국민은행도 지난해 여성가족부와 ‘성별균형 포용성장 파트너십’ 자율협약을 체결하며 차세대 여성리더 양성에 힘쓰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오는 2022년까지 부점장급 이상 여성 임원 비중을 20%까지 늘릴 계획이다.
우리은행 역시 2022년까지 여성리더 비율을 소속장의 경우 15% 수준까지, 관리자·책임자급은 45%까지 높일 방침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해 여성인재 육성 노력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일자리 유공기관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임원 후보군에 포함될 정도로 오랜 기간 근무를 하는 여성 직원수 자체가 적은 점도 원인이다. 임신과 출산, 육아휴직 등으로 업무 연속성이 단절되면서 승진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바꾸는데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남성 중심의 문화가 깔려있다”며 “보통 임원까지 도달하는데 20년 이상 걸리는데 이 정도로 근무하는 여성직원이 드문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현은주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유리천장을 깨고 중간관리자로 이동해도 최고 우치까지 도달하는 데 다시 한번 유리천장이 나타난다”며 “직급의 단계별로 승진이동 가능성이 다르다면 단계별 유리천장을 형성하는 요인들을 분석해 이를 반영한 개별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육아에 대한 사회적 기반 확충과 직장 문화 개선 등을 통해 여성 임원 증대를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인 선 순환구조도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