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올 6월 말 위험가중자산 772조1903억원…작년 말 대비 10% 껑충
부동산 대책 역효과로 전세·신용대출 폭증에 유예 조치로 잠재 부실도 누적
부동산 대출 규제 등 정부의 각종 정책 실패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맞물리면서 주요 시중은행의 위험가중자산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기자본 확충 속도에 비해 위험가중자산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은행들의 자본 여력 관리에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여전히 가계나 기업의 대출 수요가 많은 만큼 은행들의 자본 여력이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 6월 말 기준 위험가중자산은 772조1903억원으로 작년 말(700조1680억원) 대비 10.28%(72조223억원) 증가했다.
위험가중자산은 금융회사가 빌려준 돈을 위험 정도에 따라 가중치를 줘 평가한 자산으로, 대출금이나 미수금, 유가증권, 예치금 등 각 자산의 위험 정보를 반영해 은행의 실질적인 리스크를 가늠해볼 수 있는 수치다.
같은 기간 이들 은행의 자기자본은 110조9275억원에서 115조7950억원으로 4.38%(4조8675억원)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험가중자산의 증가세가 더 가파르다.
은행별로 보면 이 기간 KB국민은행은 위험가중자산이 14.70% 늘어나는 동안 자기자본은 4.10% 오르는 데 그쳤다. 하나은행도 위험가중자산이 172조5664억원에서 189조1946억원으로 9.63% 불어났지만 자기자본은 29조539억원으로 4.14% 증가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역시 위험가중자산은 각각 8.59%, 7.79% 높아졌으나 자기자본은 4.35%, 4.95%씩 늘었다.
이에 따라 4대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BIS 비율)은 일제히 하강 곡선을 그렸다. KB국민은행의 BIS 비율은 작년 말 15.85%에서 올 6월 말 14.38%로 1.47%포인트 떨어졌고 신한은행도 이 기간 0.42%포인트 하락한 15.49%를 기록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역시 각각 0.60%포인트, 0.75%포인트 줄어든 14.8%, 15.36%를 나타냈다.
이처럼 은행들의 자본 여력이 악화된 이유는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자산이 빠르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경제적 여건이 나빠지면서 개인부터 기업까지 은행의 대출 수요가 확대됐다.
또한 정부의 부동산 대책 부작용으로 집값이 상승하자 불안감이 커진 무주택자들이 공격적 매수에 나서는 이른바 ‘패닉바잉(공황구매)’과 ‘영끌(영혼까지 대출을 끌어모으다)’ 현상이 나타난 점도 대출 증가세를 부추겼다.
실제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발표한 ‘2020년 9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9월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957조9000억원으로 8월 말(948조2000억원)보다 9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04년 통계 속보를 작성한 이래 두 번째로 큰 증가액이다. 지난 8월 전달 대비 11조7000억원 증가하며 3월(9조6000억원) 이후 5개월 만에 역대 최대 증가액을 기록한 데 이은 것이다.
특히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주담대)와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각각 6조7000억원, 3조원 증가해 9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폭을 나타냈다.
주담대의 경우 주택 매매·전세 관련 자금수요가 지속된 가운데 이미 승인된 집단대출 실행이 늘어나면서 증가 규모가 확대됐다. 전세자금대출 증가액도 8월 3조4000억원에서 9월 3조5000억원으로 늘어 지난 2월 3조7000억원 증가한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증가액이 많았다.
9월 중 은행 기업대출(966조1000억원)은 5조원 늘어 8월(5조9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줄었지만 9월만 따졌을 때는 증가액이 2015년 9월(5조7000억원) 이후 가장 컸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대출은 기업들의 분기 말 일시상환, 운전자금 수요 둔화 등으로 감소했지만 중소기업 대출은 정책금융기관의 금융지원이 계속된 데다 추석 관련 기업 자금 수요 등으로 증가폭이 8월 6조1000억원에서 9월 7조3000억원으로 커졌다.
문제는 앞으로다. 정부 정책에 따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계속 하는 데다 생활자금이 부족한 중·저신용자들의 대출 수요도 여전해 당분간 은행들의 건전성 악화를 막을 수 없어서다.
여기에다 정부의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로 잠재적 부실이 누적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와 은행들의 자본확충 노력으로 지금은 충분한 자본 여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대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자상환 유예 등의 조치가 끝나면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대출 부실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들은 내부유보 확대와 자본확충 등 손실흡수능력 확보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