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차기 대권 도선 공식화…"더 좋은 대한민국 만들 것"
'원희룡 모델' 제시…"중도와 보수가 하나 되는 원팀의 정신"
"패배 경험·좋지 않은 프레임 無, 스토리·민주화운동 경력 有"
현직 제주지사 리스크 극복·존재감 확보는 필수 과제로 부각
원희룡 제주지사가 15일 사실상의 차기 대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원 지사는 중도와 보수가 하나되는 '원희룡 모델'을 구현해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뚜렷한 비전과 포부를 밝혔다.
원 지사는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현대빌딩 '더 좋은 세상으로 포럼(마포포럼)' 정기모임에 참석해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정치적 비전과 목표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장 먼저 원 지사는 '우리가 과연 이길 수 있는가', '어떻게 이길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외교·안보·인사·국민통합·도덕성 등이 모두 형편 없는데 왜 지지율이 요지부동인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며 세 가지의 대안을 제시했다.
세 가지의 대안으로 원 지사는 "첫 째로 '중도는 실체가 없으니 보수가 똘똘 뭉쳐 싸우자는 것', 둘 째로 '보수는 유통기한이 끝났으니 퇴출 대상이며 중도반문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마지막으로 '원희룡 모델'"이라고 언급했다.
원 지사는 "첫 째 길은 아주 익숙하지 않느냐, 연달아 졌고 또 질 것이다. 중도를 인정하지 않으니 확장할 것도 없는 것"이라며 "둘 째 길도 뺄셈이다. 보수를 인정하지 않으니 더 큰 하나를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자신이 고안한 '원희룡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원희룡 모델'은 덧셈으로, 더 큰 하나를 만들자는 것이다. 원 플러스 원(1+1)으로 더 좋은 대한민국을 향해 중도와 보수가 하나가 되자는 것"이라며 "이는 대한민국의 발전과 산업화 세력의 공헌을 인정하며 미래로 가자는 것으로, 많은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자는 것이다. 여러분과 제가 하나가 되는 원팀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정치는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고 선거도 혼자서 이길 수 없다. 모두 팀플레이"라며 "원희룡 모델로만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가 이기려고 해서 이기는 게 아니라 더 좋은 대한민국들 만들려고 할 때 이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원 지사는 국민에 어필할 수 있는 자신만이 가진 장점으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선거에서 패배한 적이 없고 ▲좋지 않은 프레임(탄핵)에서 자유로우며 ▲막말 프레임에서 벗어나 있고 ▲흙수저 출신이라는 '스토리' ▲민주화운동 경력 등을 꼽았다.
그는 "저는 개인전에 강하다. 국회의원과 도지사를 도합해 5번의 선거에서 민주당한테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이기는 방법을 알기 때문"이라며 "좋지 않은 프레임과 막말 등 상대방이 제 샅바를 잡을 것이 없다. 흙수저니, 개천·용 등 이런 이야기 안 밀릴 자신이 있는 스토리가 있고, 민주화운동 또한 지금 거론되는 민주당 후보들에 전혀 꿇리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공개 강연이 끝난 뒤 원 지사는 참석 인사들과 함께 두 시간여 넘는 시간 동안 당의 미래와 선거 전략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원 지사는 토론을 마친 직후 취재진과 만나 "누구보다도 나라와 집권에 대해 가장 큰 의지와 헌신의 각오를 가지고 계신 동료들과 진솔하게 대화를 나누고 좋은 조언을 많이 들었다"고 비공개로 진행된 토론장 분위기를 전달했다.
원 지사는 가장 인상적이었던 토론 장면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나라 대통령들이 우파든 좌파든 전부 만기친람(임금이 온갖 정사를 직접 살핌)의 독재자가 돼 결국 문고리 권력이 되어 갔던 바 있다"며 "권력을 장관들과 조직에 나누고 위임하며 권력을 분산함으로서 대한민국을 통합다고 보다 더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과 복안을 가지고 나와야 한다. 권력은 나눌 수록 커지며, 권력을 시스템 하에 운영할 수 있는 진정한 선진정치로 가야한다는 점에 대해 심도 있는 얘기를 나눴던 부분"이라고 답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날 사실상의 대권 도전을 천명한 원 지사의 향후 행보에 있어서 극복하고 넘어가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우선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로는 원 지사가 현직 제주지사를 역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직면하게 될 중앙정치 행보에서의 제약이 꼽힌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원 지사가 가진 가장 큰 위험 요소는 현직 제주지사직이다. 대권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전 제주도를 떠나야 하는 부분을 어떤 방식으로 멋있게 잘 정리를 할 수 있느냐의 여부"라며 "제주지사직을 그만두고 중앙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는 부분에서 제주도민들에게 그 당위성을 잘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이 허들이 대선후보의 길을 수월하게 갈 수 있느냐 못 가느냐의 가장 큰 갈림길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원 지사도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둔 듯 제주지사라는 자신만의 지역적 특성을 장점으로 승화시키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는 "제가 제주도 출신인 덕분에 전라도·경상도·충청도를 모두 다 하나로 크게 품을 수 있다고 자부한다"며 "(제주도 출신으로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는 지적에) 오히려 이미 세력의 규모가 크면 더 넓게 포용하는 데 있어 갇힐 수 있고, 지금 세력의 규모가 작으면 넓게 포용하고 손 잡을 수 잇는 여지가 많은 것이니 장점으로 살릴 것"이라고 주창했다.
아직은 다소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원 지사만의 인지도와 중량감을 높이는 것도 필요한 요소라는 관측이다.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를 묻는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원 지사를 포함한 야권 잠룡들 중 누구 하나 뚜렷하게 치고 나가는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존재감 확보는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장성철 소장은 "원 지사는 보수 진영의 정말 좋은 상품이다. 스토리가 있고 제주지사로서 행정 경험을 한 능력도 있으며 친이·친박의 특정 계파와도 연관이 크지 않다. 이런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보수우파의 지도자급 사람들 중에 누가 있는가"라며 "다만 전 국민적인 관심과 흥분을 일으키는 요소는 다소 부족한 감이 있다. 정치인으로서 국민에 어필할 수 있는 결정적 포인트가 부족한 점만을 잘 극복한다면 보수우파의 대선후보로서 상당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는 평가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