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S로 완성되는 ‘미래 도로’ 엿봐…사고 발생 ‘0%’ 목표
노변기지국서 바쁘게 정보 수집…긴급차량 ‘골든타임’ 사수
“어어, 지금 핸들에서 손 놓으신 거에요?”
45인승 자율주행버스가 통제되지 않은 제주도 일반도로를 달린다. 운전자가 자율주행 전환 버튼을 누르고 핸들에서 손을 완전히 떼는 순간 ‘혹시나’하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의심도 잠시, 버스는 약 5km 주행 내내 안정감 있게 도로를 주행했다. 편안해 보이는 운전자와 달리 차의 ‘두뇌’인 KT 네트워크는 바쁘게 도로 정보를 수집해 전달했다. 통신을 입은 버스는 도로와 실시간으로 대화하며 사고 발생 가능성을 철저히 낮췄다.
29일 KT 자율주행버스와 함께 제주도 애월읍 평화로에 구축된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C-ITS) 테스트베드 도로를 달렸다.
KT는 지난 2018년 6월 제주도 C-ITS 실증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실증 마무리 단계로, 12월 준공 완료를 앞두고 있다.
이날 시연에서 차량 내 센서에 의존하는 일반 자율주행차량과 통신으로 실시간 정보를 수집해 전달하는 자율협력주행차량의 차이점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시연이 진행된 도로에는 사전에 자율주행 테스트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차들로 가득했다. 보통 자율주행 테스트는 안전상의 이유로 교통이 통제된 곳에서 진행되지만, 이날 시연은 통제 없이 사전에 지자체 측에 테스트를 진행한다는 상황만 알린 뒤 일반 도로 환경에서 진행됐다.
테스트베드에 도착하고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떼자 차는 운전자가 설정한 시속 40km로 속도를 줄였다. 아직 일반 도로에서는 자율주행차의 차선 변경이 법으로 금지돼 있어 차선을 바꾸진 못했지만, 핸들이 도로 굴곡에 따라 미세하게 자동으로 움직이며 앞뒤 차량과 거리를 조절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도로에 깔린 노변기지국(RSU)이 차량 내 정보를 실시간 수집·전달한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정보 수집 화면을 보면 그래프 색상별로 파란색은 속도 정보를 수집하고, 빨간색과 흰색은 각각 운전자가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기록해 거리와 속도 조절이 이뤄진다.
안정적인 승차감을 느끼며 양옆을 둘러보면 내부를 채운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에 압도된다.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를 위해 45인승 버스는 좌석 10개만 유지하고 나머지는 안에서 즐길 수 있는 미디어콘텐츠를 담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출입문 기준 오른쪽 화면에서는 자연경관을 담은 영상과 5세대 이동통신(5G)으로 전송되는 100여개의 유튜브 콘텐츠가 탑승객들을 지루할 틈 없이 빠져들게 했다. 전국 실시간 도로 상황이 한눈에 보이는 폐쇄회로(CC)TV 화면도 매끄럽게 전송됐다. 왼쪽 55인치 투명 터치 디스플레이에서는 간단한 게임도 가능했다.
이날 자율주행차와 자율협력주행차량의 차이점은 C-ITS 서비스만 적용된 일반차량 시연에서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KT는 이 사업을 통해 제주도 주요 도로 약 300km에 차량무선통신(웨이브·WAVE)을 바탕으로 약 3000여대의 렌터카에 C-ITS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차량은 버스처럼 스스로 달리는 기능은 없지만, 실시간 도로 정보를 통해 교통사고 확률을 획기적으로 낮춰준다. 관광지인 탓에 운전에 미숙한 렌터카 이용자가 많은 제주도에 제격이다.
내비게이션 화면은 대기 신호가 몇 초 남았는지, 교차로에 어떤 차량이 있는지, 역주행이나 무단횡단 등 돌발 상황은 없는지 즉시 인식해 알려줬다.
특히 ‘긴급차량 우선 신호 서비스’가 인상 깊었다. 시연을 위해 임의로 주행 중인 차량을 긴급차량으로 설정하자, 빨간불이던 신호가 즉시 파란불로 바뀌었다. 응급 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KT는 실제 제주 소방 안전본부 61대 차량에 이 서비스를 적용해 테스트하고 있다. 단, 노변기지국이 있는 곳에서만 사용 가능한 기능으로, 실증사업을 마친 뒤 지자체가 본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면 제주 전역에서 서비스가 가능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