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인단 합계 653점 받아 최고의 선수 선정
외국인 선수 차별 없어지면서 압도적인 득표
KT 특급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가 예상대로 2020시즌 KBO리그 최고의 선수로 등극했다.
로하스는 30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KBO 시상식’에서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MVP를 수상했다.
앞선 개인 타이틀 시상식에서도 홈런과 타점, 득점, 장타율 부문 트로피를 거머쥐었던 로하스는 기자단 투표에서 653점(최대 896점)을 받아 NC의 정규 시즌 1위를 이끌었던 양의지(374점)와 20승 고지를 밟았던 두산의 라울 알칸타라(319점)를 여유 있게 제쳤다.
로하스는 올 시즌 14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9 47홈런 135타점이라는 압도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로하스가 펄펄 날자 KT 역시 창단 후 역대 최고 성적인 정규 시즌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MVP에 오른 로하스는 영상으로 소감을 전했다. 그는 "큰 상을 받아서 감사드린다. 가족과 팬분들이 응원해주셔서 가능했다. 다들 항상 힘을 주셨다. 큰 힘이 됐다. 코치진, 프런트, 동료가 없다면 상을 받는 게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열심히 했고 좋은 결과로 이어져 MVP를 받을 수 있었다.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시상식에 참여할 수 없어서 아쉽다. 아들이 태어났지만 시간을 보내지 못해 가족과 함께하기 위해 한국을 떠나 불참하게 됐다. 시상식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응원해주신 분들에게 감사 인사드리며 내년에도 KT 위즈에서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야구팬들 역시 수상자 및 득표 결과에 납득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논란의 여지가 없는 수상자 선정이었기 때문이다.
역대 MVP 투표를 살펴보면 홈런과 타점왕을 동시에 수상한 선수들은 MVP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홈런+타점왕에 오르고도 MVP에 오르지 못했던 사례는 단 3번이었는데 1984년 삼성 이만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으나 밀어주기 논란에 이어 한국시리즈 4승 투수인 최동원에 밀렸고, 2014년과 2015년 박병호는 서건창의 200안타, 테임즈의 40-40에 밀린 케이스다.
과거 KBO는 MVP 수상자를 발표하며 수차례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투표인단의 비전문성이 외국인 선수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 특정 선수에 대한 몰표 등 눈살을 찌푸리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결국 KBO는 2016년, 후보군을 크게 확대하는 한편 투표 방식을 지금의 점수제로 바꿨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시즌,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직전 시즌 MVP였던 에릭 테임즈(NC)가 40-40이라는 전인미답의 대기록을 세우고도 홈런왕 박병호에 고작 6표 앞선 수상자로 호명됐기 때문이다. 물론 박병호 역시 홈런과 타점 타이틀을 차지해 MVP에 걸맞은 선수였다.
투표 방식이 바뀌고 난 뒤 가장 눈에 띈 변화는 외국인 선수에 대한 차별이 상당 부분 없어졌다는 점이다.
2016년 두산 니퍼트가 무난하게 수상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두산의 린드블럼이 토종 선수들을 제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바 있다.
그러나 2017년 수상자인 양현종은 투수 출신 MVP 가운데 타이틀이 하나뿐인 유일한 선수였고 역대 가장 낮은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 스탯티즈 기준)였음에도 홈런왕인 SK 최정과 제법 큰 격차를 보여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8년에는 한미일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금지약물 전과가 있는 선수가 MVP에 오르면서 상의 권위가 바닥으로 추락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