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능력 과시 후 '국방력 의거한 통일' 의지 밝혀
기존 통일전략…'우리민족끼리' 등 '민족적' 접근
"사실상 남북을 '국가 대 국가' 관계로 본 듯"
제8차 노동당대회를 진행 중인 북한이 대내외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는 가운데 당 규약 개정을 통해 '통일전략' 수정을 시사했다.
당 규약 전문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당대회를 통해 핵능력을 한껏 과시한 상황에서 '국방력에 의거한 조국통일'을 언급한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엿새째 이어진 제8차 노동당대회에서 당 규약 개정에 관한 결정서가 채택됐다고 밝혔다.
통신은 당 규약 서문과 관련해 "당의 당면한 투쟁과업과 관련한 내용 가운데서 일부분을 수정보충했다"며 "조국통일을 위한 투쟁과업 부분에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하여 조선반도의 안정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한다는 데 대하여 명백히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강위력한 국방력에 의거하여 조선반도의 영원한 평화적 안정을 보장하고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앞당기려는 우리 당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당 규약 서문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자위적 전쟁억제력 강화" 성과만 언급돼있어 이번 당대회를 통해 제시된 '국방력 강화' 내용을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체적 수정 내용이나 당 규약 전문을 발표하진 않아 기존의 '적화통일 문구'에 변화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기존 당 규약에는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 무력을 몰아내고 온갖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끝장내며 △일본 군국주의의 재침 책동을 짓부시며 △사회의 민주화와 생존의 권리를 위한 남조선 인민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성원하며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을 통일하고 나라와 민족의 통일적 발전을 이룩하기 위하여 투쟁한다"고 돼 있다.
'민족' 차원에서 수립된 기존 통일전략
'국가' 차원 접근으로 바뀔까
전문가들은 북한이 군사적 자신감을 바탕으로 기존 통일전략을 손본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당대회를 계기로 '책임적인(책임 있는) 핵보유국'을 천명하고 나선 북한이 통일에 있어 '민족 차원의 접근'보다는 '국가 차원의 접근'을 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변경된 당 규약 내용이 완전히 공개되어야 보다 분명해질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기존 당 규약인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을 삭제하고 국방력을 통한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한다면, 결국 남북이 '특수한 관계'라는 현실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남북관계를 "사실상 '남남'으로,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규정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안정과 평화가 공존하는 가운데 발전·번영·통일이라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고 보여진다"고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당 규약 개정이 "군사적 우위에 입각한 통일 추진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 교수는 "통일을 당장 추진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군사 강국이 되어 자신들의 체제 안정을 도모하고 군사적으로 대등한 입장에서 통일을 추진하겠다는 차원일 수 있다"며 "과거 위장 평화공세를 통한 통일전선전술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