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혈통' 이유만으로 고위직 발탁시
간부·주민 '반발' 염두에 뒀을 가능성"
12일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하 전략연)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정치국 후보위원 탈락 배경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담'을 꼽았다.
전략연은 이날 '북한 노동당 8차 당대회 및 중앙위 1차 전원회의 조직 및 인사 관련 결정 분석' 자료에서 "김여정이 후계자, 2인자 등으로 거론되는 것이 김정은에게 부담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전략연은 "젊은 여성이 '백두혈통'이라는 이유만으로 고위직에 오르는 데 대한 간부 및 북한 주민들의 부정적 시선 내지 반발을 김정은이 염두에 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정치국 후보위원 탈락이 김 부부장이 총괄하고 있는 "대남 및 대미사업 부문의 성과 부진에 따른 문책일 수 있다"면서도 "언제든 복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략연은 김정은 위원장의 총비서 추대와 관련해선 "호칭 상 각급 기관 위원장과 김정은 당 위원장의 차별성 부족을 탈피하고 당과 총비서의 권위와 위신을 강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기존에 노동당 각급 별로 수많은 '위원장' '부위원장' 직책이 존재하는 만큼, 김 위원장 권위를 세우기 위해 '비서 체제'를 택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앞서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을 총비서로 추대한다며 "각급 당 위원회 위원장, 부위원장 직제를 책임비서, 비서, 부비서로 하고 정무국을 비서국으로 고쳤다"고 전한 바 있다.
연구원 측은 "집체적 지도의 당 위원회제도보다 총비서의 유일적 지도가 가능한 비서제가 김정은 유일체제 강화에 부합하는 형태"라며 "김정은 권력기반 공고화 징표로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중시한 사업에서 공을 세운 인사들의 파격 발탁도 권력 공고화의 징표"라고 부연했다.
전략연은 '지도부' 성격을 띠는 당 정치국 구성이 경제 관료 위주로 재편됐다며 "북한이 경제 회복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인적 구성 변화"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제7차 노동당대회 이후 개최된 당 중앙위 제7기 1차 전원회의에선 경제 부문 출신 정치국원이 △곽범기 당 공업담당 부위원장 △오수용 당 계획재정부장 △로두철 국가계획위원장) △임철웅 내각부총리 등 4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 8차 당대회 이후 개최된 제8기 1차 전원회의에선 △김덕훈 내각총리 △김재룡 조직지도부장 △박명순 당 경공업부장 △박정근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 △양승호 내각부총리 △전현철 당 경제정책실장 △오수용 제2경제위원장 등 7명이 정치국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전략연은 "대남 강경파 이미지와 지난 2018년 한반도 해빙기 주역의 이미지가 겹치는 김영철의 통일전선부장 복귀는 남측의 태도에 따라 행동을 취하겠다는 대남 메시지의 연장선"이라고 평가했다. 통일전선부는 한국의 통일부에 해당하는 부처다.
대미 외교를 담당해온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중앙위원회 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강등된 것과 관련해선 "대미사업 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로 추정된다"며 "외무성 라인이 권력 서클에서 전반적으로 퇴조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사"라고 밝혔다.
정치국원 중에서도 외교 인사는 리선권 외무상이 유일하게 후보위원으로 잔류해 대외 라인의 '후퇴'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아울러 전략연은 "주요 인사에서 당 국제비서직이 없어졌을 가능성도 있다"며 "대남 및 국제담당비서직 역시 폐지됐거나 공석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