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중심→도시균형 갖추고 다핵화...긍정적인 방향
21분 내 해결하려면 ‘직주근접’ 필수...현실적으로 불가능
방향성 환영, 실현가능성은 글쎄...경제성·사업성 측면 고려해야
“21분 만에 모든 것이 해결되는 도시, 21분 안에 직장·교육·여가 등이 모두 가능한 도시를 만들겠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1호 공약으로 ‘21분 컴팩트 도시’를 발표했다.
21분 컴팩트 도시란 서울 전역에 21개 컴팩트 앵커를 두고, 도심 중심 도시인 서울을 다핵분산도시로 재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박 전 장관은 “코로나19 이후의 서울도 도심중심의 중앙집중에서 인구 50만명 기준의 자족적인 21개의 컴팩트 앵커로, 다핵분산도시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 도시 내에서는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해 21분 안에 직장·교육·보육·보건의료·쇼핑·여가·문화 등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각자 생활 반경 안에서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해결하기에 삶의 질이 높아지고 환경과 함께하는 삶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의도의 경우 국회의사당에서 동여의도(63빌딩 방향)로 향하는 도로를 지하화해, 그곳에 보다 넓은 공원을 만들고 도시농부의 삶이 가능토록 수직정원 스마트팜을 만든다. 1인 가구텔도 들어가 주택문제를 해결하며, 국회가 이전한 자리에는 콘서트홀 등을 들어서게 한다는 계획이다.
박 전 장관은 “반값 아파트,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일터, 여가와 휴식을 위한 문화와 놀이시설, 공공 보육시설과 최고의 초중등학교가 21분 거리에 들어서는 21개 컴팩트 앵커를, 서울에 21개의 다핵분산도시 형태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컴팩트 도시 계획에 대해서는 ‘좋은 정책’이라고 일제히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강남·광화문·여의도 등에 집중한 도시기능이 21개로 분산하면 주거·교통·환경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핵화 된 도시를 만들어 추구하겠다는 구상은 미래상황을 고려했을 때도 바람직해 보인다”며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이동거리와 탄소배출을 줄이는 등의 방향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우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시균형을 갖추고 다핵화하자는 이러한 접근방법은 장기적으로는 환영할만 하다”고 밝혔다.
다만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의문을 표했다.
박 전 장관이 이 도시 구상 아이디어를 영국 킹스크로스역에서 얻었다고 언급했듯 컴팩트 도시 개념이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닌데, 왜 지금까지 정치권의 논의가 없었으며 실현하지 못했냐는 것이다.
가장 먼저 나오는 지적은 ‘직주근접’(직장과 주거가 가까운 것) 실현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각 도시 내에서 21분 안에 생활이 가능하려면 직장과 도시가 같은 곳에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박 전 장관은 구체적인 구상계획을 발표하진 않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과 여의도에 직장이 몰려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안다. 집과 직장이 모두 강남에 있는 비율이 얼마나 되느냐. 서울은커녕 경기도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도 많다”며 “서울과 경기 곳곳에 분산한 직장인들은 강남에 모두 살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박 전 장관의 구체적인 계획을 더 들어봐야 정확해지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얘기를 보면 ‘21분 컴팩트 도시’는 직주근접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힘들지 않겠냐”고 말했다.
경제성이나 사업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권 교수는 “지하화하는 공간을 얼마나 만들지 모르겠으나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사업”이라며 “이 돈을 어디서 어떻게 가져올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 연구의원도 “경제성이나 다른 측면들을 다양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단기간 큰 변화를 불러오는 정책이기에 시민이나 이 사업과 관계되는 기업들에게 큰 혼란을 줄 수 있으니 사회적 공감대를 먼저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하화 하는 경우, 당장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만 보더라도 6년의 시간이 걸렸고, 지하통로 환기구 문제로 주변 민원도 상당하다”며 “또한 기존 건물이나 도로 지하를 더 파는 경우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어 쉬운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외 그동안 서울 컴팩트 도시를 만들지 못한 것은 분단국가로서 군사적인 관점에서 부적절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컴팩트 도시는 건물 밀집도가 높다는 것인데 표적이 모여있으면 그만큼 피해도 크기 때문이다.
5년 내 단기 목표가 아닌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임 교수는 “시장으로서 임기 안에 해결해야할 것과 도시의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다르다”며 “21분 컴팩트 도시의 경우 5년 안에 무조건 성과를 내려 하지 말고 도시의 장기적인 계획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5년내 성과를 내기 어려운 사업”이라며 “마스터플랜과 로드맵 기간을 넉넉히 잡고, 예측 가능한 정책으로 시민들 또한 방향을 잡아갈 수 있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