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바이든 취임 14일 만에 첫 통화
폭설 인한 백신 접종 중단 등 美 현안 영향
미중 갈등 속 한중 통화 영향 있다는 해석도
4일 오전 진행된 한미 정상통화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14일 만에 이뤄졌다. 2000년대 미국의 신 행정부 출범 이후 역대 가장 늦은 것으로, 미국 내 현안 외에도 한중 정상통화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25분부터 57분까지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했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통화에서 한미가 역내 평화·번영의 핵심 동맹임을 재확인했다. 또한 가치를 공유하는 책임 동맹으로서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을 넘어 민주주의·인권 및 다자주의 증진에 기여하는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한미동맹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의견을 같이 했다.
양 정상은 특히 가급적 조속히 포괄적인 대북 전략을 함께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했다. 백악관도 보도자료를 내고 양 정상이 북한 문제에 대한 긴밀한 조율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미 정상통화 일정은 이날 일정 시작 약 1시간 전쯤 알려졌다. 청와대가 통상 문 대통령의 일정을 전날 공지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일정 조율은 쉽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한미 정상통화는 늦은 감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9일 만인 2017년 1월 29일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통화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취임 13일 만인 2009년 2월 2일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가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1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취임 후 4일 만에 정상 통화를 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 안팎에서는 미국 내 현안이 한미 정상 통화 시기를 늦췄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내 폭설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중단된 것, 코로나19 관련 예산안 처리 등 국내 정치 상황이 겹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통화한 이후 다른 나라 정상과도 통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중 정상통화가 한미 정상통화 지연의 주된 요인이라는 해석은 여전하다. 미중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측이 정상통화 실무 협상을 하는 와중인 지난달 26일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먼저 통화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통화 시점에는 큰 의미가 없다"며 이러한 견해를 일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