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기간 연장에 '선거용' 비판…은성수 "보완방안 준비 중"
개미들 "비흡하다" 불만에 블룸버그 "역효과 초래할 수 있어"
예능프로그램 소재로 등장하기도…존리 "꼭 나쁜 것은 아냐"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한 달 반 연장' 결정을 둘러싼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고, 학계나 외신, 외국인 투자자 등은 "선거용 대책"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번 사안을 시장논리가 아닌 정치공학으로 접근한데 따른 부작용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4.7 보궐선거를 앞둔 여권의 압박에 밀려 공매도 허용을 5월로 늦췄지만, 단순히 기한만 연장한 조삼모사(朝三暮四) 아니냐는 것이다. 선거가 끝나면 금융당국이 공언한 각종 공매도 보완책 마련 약속도 유야무야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5월 3일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에 속한 대형주에 한해 공매도가 재개되면 외국인‧기관 투자자들의 횡포가 시작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집단행동에 나서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동안 동학개미는 공매도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큰손들만 누리는 특권'이라며 전면 금지를 요구해 왔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 29일 연례협의에서 "한국의 공매도 금지는 큰 비용을 초래한다"며 재개를 권고한 바 있다. 여기에 미국 월가의 인식을 반영하는 경제매체 블룸버그 통신은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지난 4일(현지시각)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공매도를 금지하는 나라가 됐다며 리스크 헤지(Hedge·위험 회피) 수단을 잃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철수하는 등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주요국 가운데 공매도를 금지한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점 등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공매도를 금지한 주요 국가는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밖에 없다. 인도네시아도 이달까지만 공매도를 금지하면서 한국이 전 세계에서 최장 기간 공매도를 금지한 국가가 될 수 있다.
시드니 AMP 캐피털 인베스터의 시장 책임자인 네이더 내이미는 "한국이 활황장임에도 공매도를 금지하는 것이 놀랍다"면서 "한국 당국의 목표는 시장의 충격을 피하는 것이지만,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주가가 폭락할 수 있다"고 했다.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CIO)은 "공매도가 금지돼 고평가된 주식에 대한 하락 베팅이 지연되고 누적되는 상황에서 공매도가 풀리면 시장에 단기 충격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핫한' 공매도, 예능프로그램 소재로 등장…청원 게시판도 뜨거워
후폭풍은 증권‧금융시장을 넘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경제민주화 추천순 TOP5'에 오늘 5개 청원 가운데 4개가 공매도를 금지해 달라는 요청이다. 공매도 정책 결정권을 쥔 금융위원회와 은성수 금융위원장에 대한 조사‧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이름으로 은성수 금융위원장을 탄핵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7일 오전 기준 1만2000명 이상이 동의했다.
심지어 예능 프로그램 소재가 될 정도다. 지난 5일 방송된 SBS '세기의 대결! AI vs 인간'에선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와 김동환 대한금융경제연구소장이 출연해 공매도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존리 대표는 "공매도는 주식버블을 없애준다는 순기능이 있고,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고 했고, 김동환 소장은 "순기능이 존재하는 것은 맞으나 한국의 공매도는 개인 참여가 2% 수준인 등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대정부질문에서 "시간적 여유를 얻은 만큼 모든 단계별로 매일 진행상황을 점검하는 등 철저히 준비하겠다"면서 "개인들의 공매도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는데 증권금융을 통해 물량을 2조~3조원 정도로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기존에 5개 증권사 밖에 안됐지만 더 많은 증권사가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