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조사 결과 직접적 화재원인 분명치 않아…분담률 관건
전기차 시장 선도 위해선 책임 공방 보다 협력 우선돼야
잇단 화재로 논란을 일으킨 코나 전기차(EV) 이슈가 전량 리콜로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한 차례 리콜을 진행했지만 또 다시 불이 나자 자발적으로 전량 리콜을 택했다.
문제는 청구서다. 글로벌 단위로 판매한 코나 전기차 8만2000대의 교체비용만 약 1조원이다. 가게 영수증처럼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과실 여부를 수치로 받아 '더치페이'를 한다면 좋겠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원인이 나오지 않으니 답답하다.
국토부는 자동차안전연구원(KARI) 등과 벌인 조사에서 배터리를 제조한 LG에너지솔루션의 책임(배터리셀 불량)인지 현대차의 문제(BMS 오류, 과충전)인지를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했다.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리콜이 먼저 실시되면서 양사 모두 높은 재무 부담을 안게 됐다. 조사 결과에 따라 과실 비율은 달라지겠지만 양측 모두 수 천억원의 출혈이 불가피하다.
조 단위 품질비용은 단기적으로는 악재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고객 신뢰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발판으로 달리 볼 수 있다.
현대차는 전기차 기술력을 집약시킨 아이오닉5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아이오닉5는 현대차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첫 모델이자,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플랫폼 E-GMP가 처음으로 장착된 모델이다.
현대차로선 전용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코나 이슈를 해소하는 것이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구축하는 데 중요하다. 또 이번 고객 보호 정책을 경험한 잠재적 소비자들에게도 현대차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심어줄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아이오닉5 흥행은 줄줄이 대기 중인 기아 CV, 제네시스 JW를 포함한 후속 전용 전기차 라인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이번 첫 단추가 무엇 보다 중요하다.
아이오닉5는 아니지만 이후의 아이오닉 라인업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도 탑재된다. 결국 아이오닉의 성공은 현대차그룹 뿐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에 '도미노' 영향을 미친다.
단순 배터리셀 뿐만 아니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배터리 제조 단계부터 긴밀히 협업해오고 있다.
우선 LG에너지솔루션에서 셀을 만들면 현대모비스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사인 HL그린파워가 배터리팩을 만들고 현대케피코가 BMS시스템을, 현대모비스가 최종 모듈을 생산하는 구조다.
여기서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관계가 틀어지면 양사 모두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각각 최대 배터리 공급사와 고객사를 잃게 되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손실 비용은 추산하기 힘들다.
코나 리콜은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넘어야 할 숙제다. 이 산을 넘으면 현대차에겐 아이오닉 브랜드 성공이, LG에너지솔루션엔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이 기다리고 있다.
코나 악재를 벗고 아이오닉으로 달릴 때가 왔다. 그러려면 '반목' 보다는 '협력'이 우선이다. 세계를 무대로 전기차 시장을 선도할 두 회사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 채 합리적인 결론을 맺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