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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의 메모리즈⑲] 미스트롯2 박주희, ‘브레인 트레이너’ 도전하는 이유


입력 2021.03.06 00:41 수정 2021.03.06 07:04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가수 박주희 ⓒ소속사 그루벤터 제공

TV조선의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 ‘미스트롯2’, 결승전까지 마무리하고 진선미가 확정됐다. 프로그램 중반부터 진선미의 윤곽이 보였던 ‘미스트롯’ 시즌1이나 ‘미스터트롯’과 달리 참가자들의 실력이 백중세를 보이면서 방영 초반부터 누가 진이 될지 예상이 어려운, 누가 진이 돼도 괜찮은 무대가 이어졌다. 그 결과 예상치 못한 사람이 탈락하는 일이 속출하고, 8차에 걸친 국민투표와 실시간 문자투표가 더해지며 1위 자리의 주인이 계속 바뀌는 이변이 발생했다. 요동치는 반전에 반전 덕에 방송을 시작한 이래 3개월 동안 지상파 비지상파 할 것 없이, 방송시간대 1위가 아니라 한 주간 예능 전체 1위 자리를 단 한 번도 내주지 않았다.


우선 제작하고 송출한 TV조선이 가장 큰 빛을 받았고, 진선미가 된 양지은-홍지윤-김다현을 비롯해 결승 진출자 TOP7 그리고 준결승까지 선전한 ‘미스 레인보우’ 7명은 향후 더욱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 것이다. 14명에는 들지 못했어도, 전유진을 비롯해 화제의 출연자들도 ‘미스트롯2’의 후광을 누릴 것이다.


모든 일에는 양지와 음지가 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다. ‘미스트롯2’ 참가가 좋았던 사람만 있지 않고, 영광의 주인공들도 기쁨만 경험하진 않았을 것이다. 국민투표 1위 자리를 지키며 많은 사람의 사랑을 독차지하다 준결승 문턱에서 탈락한 전유진은 자신의 아픈 마음보다 응원해 준 분들의 아픔을 걱정하면서 “바르고 착한 어른으로 커서!! 마음을 치유하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소감을 남겼다. 시청자의 응원과 마스터들의 호평 속에 승승장구하다 결승 진출에 고배를 마신 강혜연은 “‘미스트롯’을 준비하면서 마지막 무대를 하기까지 좋은 일도, 슬픈 일도, 속상한 일도, 상처받고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정말 많았던 것 같다”며 앞으로 가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글을 올렸다. 감사와 각오를 전하는 마음이 크지만, 한계 없는 경쟁 속에 다친 마음도 읽힌다.


'패티김 판박이'라는 별명을 부른 박주희의 완벽한 무대 ⓒ출처=네이버블로그 jarlanlhd

‘자기야’의 가수 박주희는 ‘미스트롯2’ 최연장자로 경연에 참여했다. 언제나 혼자 돋보이기보다 함께 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임했고, 그러한 자세는 본선 3차전 1라운드 메들리 팀미션에서 유감없이 확인됐다. 나이도 경험도 적은 후배 공소원, 김다나, 한초임과 ‘골드미스’ 팀을 이룬 박주희와 영지는 자신들을 부각시켜 준결승 진출을 굳히기보다 다 같이 잘하는 무대를 선보였다. 마스터 조영수 작곡가는 다섯 명이 20점씩을 얻은, 똑같이 잘한 무대였다고 칭찬했고, 마스터 장윤정 가수 역시 이중 누구를 준결승에 올릴지 판단하기 어려운 무대라며 그 하모니에 호평을 보냈다. 결과는 준결승 진출 좌절로 이어졌지만, 박주희는 그 선택을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는 것보다 어떤 호평을 받았을 때 함께한 후배들이 ‘내가 해냈어’ ‘우리가 한 일이야’라고 생각하게 되기를 바랐어요. 다 같이 성취감을 얻고 싶었고,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미스터트롯’으로 치면 영탁 같은 역할을 하며 후배들을 챙기고 함께 즐겁게 오디션을 즐기고자 노력했던 박주희. 오디션 중에 같은 팀이 아니어도 속내를 털어놓는 후배들이 있었고 탈락 후에도 여전히 조언을 구하는 후배들이 있는 이유다. 본선 2차전 1대1 데스매치에서 보여줬던 대선배의 노래 ‘사랑은 영원히’, 가창력과 감성을 두루 갖춘 노래는 물론이고 큰 키에 세련된 스타일링으로 ‘패티김 판박이’라는 별명을 부른 무대를 계속해서 보여줄 기회는 없었지만, 마음을 나누는 후배를 얻은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참가였다.


언제 봐도 유쾌한 에너지 방출하는 박주희 ⓒ출처=네이버블로그 ahnjs7883

박주희 없는 준결승이 시작됐을 때 위로도 전할 겸 슬쩍 연락해 보았다. 역시나 ‘대인배’ 박주희답게 결과에 연연하지 않은 것은 기본, 예상치 못한 근황을 전했다. ‘브레인 트레이너’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브레인 트레이너, 이름도 생소한 자격증 공부를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살다 보면 갑자기 딱 맞아지는 일이 있잖아요. 평상시에 엄청나게 생각한 것도 아니었어요, ‘이런 게 있다’ 정도 알고 있었죠. ‘미스트롯’ 하면서 하루도 쉬지 못했어요. 떨어지고 나서 ‘드디어 끝났다, 이제 쉴 수 있다’ 휴식을 만끽하려는 찰나에 모임이 있어 참여했죠. 참가 후기를 궁금해하는 지인들에게 ‘미스트롯’ 참가하기를 잘했다, 제일 힘들었던 건 한 라운드마다 떨어지는 후배들을 보는 일이었다, 그 후배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선배가 되고 싶다, 얘기들을 나눴죠.”


“실제로, 떨어지는 후배들, 방송에서 보이는 것보다 상당히 힘들어하더라고요. 상처도 많이 받고, 어떤 후배는 막 울기도 하고요. 그런 일들에 내내 힘들고 안타까웠고, 이 친구들에게 어떻게 도움 줄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요. 오디션이라는 게 누군가에는 인생에서 대단히 큰 변화를 줄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는 스쳐 지나가는 경험일 수도 있거든요, 사람마다 각자 다르니까. 떨어졌다는 상실감이 너무 크다 보니까 인생에서 너무 큰 실패, 좌절을 느끼는 친구도 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희망과 용기가 무너졌다고 해야 할까요, 크게 절망하는 친구도 있었어요. 그걸 보면서 상당히 안타까웠어요.”


“사실 저 역시, 1등을 바라고 참가한 건 아니었지만 떨어지니 심리적 리스크가 있더라고요. 주로 ‘내가 왜 나갔을까’ 참가 의미에 대해 곱씹게 되더라고요, ‘세상은 왜 내가 이걸 경험하게 했을까’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와, 내가 이런데 후배들은 더 큰 상실감을 느꼈겠구나’ 싶었고요. 결론은 ‘아, 이 경험을 내가 하게 된 것은…겪어 봤으니! 후배들에게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였어요. 떨어져 본 사람이 떨어진 사람 마음을 좀 더 잘 알지 않을까, 하는 거죠. 그런데 어떻게 도움을 줘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도움을 청하는 후배에게 ‘마음을 편히 해라’ 심적 위로를 전했는데, 저 스스로 흡족하지 않더라고요. 헤쳐나갈 방법을 잘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그 방법에 대해 고민이 많아졌어요.”


“얘기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그런 고민을 가지고 모임에 참석했는데 제 눈앞에 있는 두 분이 딱 ‘브레인 트레이너’이신 거예요. 한 분은 전직 교사, 한 분은 10여 년 만에 만난 법대 나온 동생, 이 사람들이 자격증 땄다고 하지 않았나! 갑자기 뭔가 정신이 번쩍 들면서, (웃음) ‘브레인 트레이너’가 정확히 뭔지도 몰랐으면서 이거다, 했어요. 뇌를 훈련하는 사람, 그러면 공부를 하겠네, 공부해서 자격증을 따면 심적으로 어려운 친구들에게 설명과 위로를 조금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진짜 단순한 생각에, 정말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네요, ‘아! 따야겠다’ 결심했어요. 이후 집에 돌아와 따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인터넷 자료 찾아보고 결국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대답에 봇물이 터졌다. 자기 자랑을 위한 봇물이 아니라 후배를 걱정하는 진심, 제대로 도움을 주고 싶은 선의가 전해 왔다.


“큰 정보 없이 시작했어요. 인터넷 강의 신청하니까 교재가 오고 강의 들으며 다른 책들 사서 보면서 준비하고 있는데요. 지금의 느낌은 한마디로 어렵다(웃음). 어려울 줄 알았지만, 엄청 어려워요. 뇌가 이렇게 복잡하고 이렇게 놀라울 수가 있고 또 변화할 수 있구나, 새로이 배우고 있습니다. 영어, 그리스어, 한자, 온갖 언어가 총 집합된 뇌 용어가 너무 어렵기도 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뇌에 대해 이렇게 몰랐나 놀라고 있습니다. (큰 웃음) 자료 찾아보니 합격률이 50%도 안 돼요, 60점이면 합격한다기에 열심히 하면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게 아니었어요. 4월 11일 시험 보는데, 한 달 남았는데, 붙는다고 장담을 못 하겠어요.”


노래 '사랑은 영원히' 무대 직전의 가수 박주희 ⓒ소속사 그루벤터 제공

시작은 상담을 청하는 후배들에게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설득력 있는 조언을 하고픈 선배의 진심이었다. 공부하면서 또 다른 목표가 생기진 않았을까. 무엇이든 꾸준히 해나가다 보면 시작할 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지 않는가.


“이미 자격증을 따신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평화적인 뇌’를 많이 얘기하세요. 요즘 사회적으로 이슈인 아이 학대의 문제만 보더라도 어이없는 범죄에 대한 분노와 처벌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왜 이런 행동을 하게 됐을까, 어떻게 다시 사회인으로 합류하는 방법은 없을까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해요. 저도 후배들도 사람들도 자신의 뇌를 잘 다스려 마음이 편해지면 세상이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요. 일면에서는 허무맹랑한 얘기일 수도 있는데, 음악을 하고 있다 보니 생기는 욕심도 있어요. 음악만 들어도 사람들의 뇌가 평화적으로, 휴식이 되는 알파파로 바뀔 수는 없을까? 저의 최종 목표인데 많은 시간과 공부가 필요하겠죠. 갈 길은 멀지만, 할수록 힘들지만, 보람되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고마운 건 ‘선배가 자격증만 따면 임상 대상자가 되겠다’고 자청하는 후배가 많다는 거예요. 저의 뇌가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제 마음이 어떻게 하면 평안해질 수 있는지 맘껏 실험하시라고 하는 예쁜 후배들이 있는데 제가 더 열심히 해야죠. 시험 합격이 문제가 아니라 합격하고 나서도 저부터 훈련이 많이 필요하고요. 스트레스 콘트롤, 마인드 콘트롤, 뇌를 쓰는 바른 방법에 관해 계속해서 공부하고 싶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고, 저도 나아지고 싶고, 다 같이 그런 마음으로 살면 세상이 좀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요?”


합격을 기원한다. 합격이 대수는 아니지만, 인생이라는 게 공부(쿵푸), 수련의 연속인 것을 잘 아는 박주희인 만큼 합격으로 또 다른 ‘선순환’을 이어갈 것을 믿기 때문이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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