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지난해 아모레퍼시픽 제치고 1위 도약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성패 좌우…“디지털 역량 강화 초점”
화장품 업계 부동의 1위 타이틀을 유지해온 아모레퍼시픽이 LG생활건강에 밀리자 본격적인 반격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LG생활건강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화하는 동시에 라이브커머스 등 디지털 역량을 높이며 1위 굳히기에 나섰고, 아모레퍼시픽은 디지털과 브랜드 성장을 견인하는 엔진 프로덕트를 집중적으로 육성해 1위를 탈환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올해 아모레퍼시픽이 LG생활건강에 빼앗긴 1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지난해 화장품 부문 매출로 4조4581억원을 거둬들였다. 이는 전년 동기(4조7458억원) 대비 6.0%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은 4조9962억원에서 3조9041억원으로 21.8%나 급감했다. 이로써 LG생활건강은 처음으로 아모레퍼시픽을 누르고 업계 1위로 도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 LG생활건강이 실적 방어에 성공한 것은 안정된 사업 포트폴리오와 화장품 럭셔리 브랜드 성장 덕분이다.
LG생활건강의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후·숨·오휘 등이 해외에서 큰 성과를 낸 데다 중국 보따리상들의 활동 재개도 실적 개선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지난해 미국 화장품 회사 에이본(Avon)을 인수하며 미주 사업을 확대한 점도 주효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16년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후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사드 리스크와 디지털 전환 등이 맞물리면서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성장세가 정체됐고 오프라인·면세점 매출도 떨어지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디지털 채널과 럭셔리 제품을 강화하며 1위 명성 회복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각 브랜드의 고유 가치와 시대 정신을 반영한 엔진 프로덕트를 집중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한 브랜드를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디지털 대전환 작업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각각의 플랫폼에 최적화된 콘텐츠로 적시에 고객과 교감하는 동시에 일하는 방식을 재검토해 디지털 시대의 경쟁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포부다.
특히 올해 이커머스 분야에서의 매출을 30%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국내외 메이저 플랫폼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라이브커머스 등 다양한 디지털 마케팅 역량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LG생활건강 역시 라이브커머스의 실행력을 강화하고 디지털마케팅 역량을 키워나가는 동시에 고객 가치 극대화와 업무 방식 고도화를 이뤄 나갈 계획이다.
여기에 LG그룹의 ESG 경영 강화 기조에 따라 이사회 내에 ESG 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를 신설하고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LG생활건강이 올해 매출은 8조3638억원, 영업이익 1조3399억원, 아모레퍼시픽은 연결 기준 매출액 4조7287억원, 영업이익 4018억원을 각각 거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손효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19년 하반기부터 부진한 오프라인 채널을 철수하고 성장하는 디지털 채널 및 럭셔리 브랜드를 강화시켜왔는데 이 같은 성과가 지난 4분기 실적을 통해 가시화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외부환경은 비우호적이나 이는 시간과 속도의 문제로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LG생활건강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핵심 사업인 화장품 사업 부문의 역량 강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어 외부 환경 요인이 개선된다면 면세점 실적 회복과 함께 진행된 브랜드 다각화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