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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美 백악관 회의 참석...파운드리 투자 규모·성격 바뀌나


입력 2021.04.12 11:40 수정 2021.04.12 11:41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반도체 공급 대책 화상회의에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참석

공급난 해소 위해 투자 요구 언급 전망...대응방안 주목

논의 중인 증설 협상 영향 주나...차량용 제품 확대 관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코트 강당에서 미국의 인프라·일자리 투자 법안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뉴시스/AP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의 반도체 공급망 관련 회의에 참석하는 가운데 현재 진행 중인 현지 투자 규모와 성격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백악관이 자국의 반도체 수급난 타개를 위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를 요청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삼성의 결정에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12일 반도체업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지시간 12일 오후(한국시간 13일 새벽) 미국 백악관이 주관하는 반도체 공급 부족 대책회의에 참석한다.


이번 회의는 미국 내 반도체 공급난을 해소하고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체계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으며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주재한다.


미국 내 반도체 공급난을 해소하고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체계 강황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온라인 화상 방식으로 열리는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19개 기업들 면면을 보면 인텔·AT&T·GM 등 미국 기업들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TSMC 등 미국 현지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기업들도 포함돼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결국 미국 정부로서는 이번 회의를 자국의 수요 기업과 외국 반도체 공급 기업들을 연결시키는 동시에 일자리 창출의 장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 반도체 기업들에게 현지 투자를 이끌어 내 자국 기업들의 반도체 수급난을 해소하는 동시에 미국 내 일자리 창출까지 이뤄내겠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 D램과 낸드 등 메모리반도체 고객을 다수 확보하고 있고 파운드리 생산시설까지 갖추고 있는 삼성전자에게 자연스럽게 반도체 공급 확대와 생산시설 확대 요청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백악관이 주최하는 행사다보니 회의 방식과 의제 등 공유된 것이 거의 없어 어떤 내용이 나올지 알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삼성전자로서는 이번 회의를 계기로 점점 심화될 미국 정부의 투자 압박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미국 현지에 170억달러(약 19조2000억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기로 하고 주 정부들과 협의를 진행해 왔다.


기존 공장이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을 비롯해 뉴욕과 애리조나주 등 다양한 후보지를 놓고 대규모 투자를 저울질 해왔다. 가장 유력한 방안인 오스틴 공장 증설을 위해 텍사스주에 향후 20년간 8억550만달러(약 9100억원) 규모의 적극적인 세금 감면 혜택을 요구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생산라인 전경.ⓒ삼성전자 뉴스룸

여기에 지난 2월 텍사스주에 불어닥친 기록적인 한파로 인한 정전사태로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이 가동 중단된 사태가 증설 협상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공장은 6주만인 지난달 말에야 정상 가동 단계에 진입을 시작한 상태로 가동 중단 기간 동안 약 3000억~4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회의가 이러한 증설 논의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미국 정부의 압박으로 인해 투자 결정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고 투자 규모 확대뿐만 아니라 정부가 가장 원하는 차량용 파운드리로의 성격 변화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로서는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 현지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것 뿐만아니라 IT·전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아 거의 생산하지 않는 차량용 반도체 생산 비중을 늘려야 하는 이중고 부담을 안게 될 수 있는 실정이다.


현지 투자도 미국 정부와의 관계를 감안해서 이뤄지는 것인데 투자 규모와 생산 제품도 미국 정부의 입김에 따라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반도체 수급난이 미국 자동차업체들의 감산으로 인한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분석은 타당성을 얻을수 있다. 차량용 파운드리로 반도체 공장 설립을 통한 현지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미국 자동차업체들의 일자리 감소도 막겠다는 방편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전인 11일 지난 2년간 지속돼 온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간 배터리 분쟁 해소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중재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와 판박이인 상황일 수 있다.


바이든 정부는 중재를 통해 양사의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SK의 조지아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도 성공했고 자국 자동차 기업으로의 안정적인 배터리 수급을 가능하게 하면서 일자리 감소도 선제적으로 방어한 셈이다.


삼성전자가 이번 회의에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을 참석자로 결정한 것도 미국 정부의 파운드리 관련 요구를 감안한 측면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회사는 미국 백악관으로부터 회의 참석을 요청받은 이후 지난 몇 주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인 김기남 부회장을 비롯한 반도체 사업부 고위 임원들이 주말까지 출근하며 심도있는 회의를 진행해 왔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이번 회의를 계기로 삼성전자에 압박과 함께 당근을 함께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도하려 할 것”이라며 “세금 혜택 등 다양한 인센티브가 늘어나면서 삼성전자로서는 투자 결정이 용이해질 수 있지만 그만큼 투자 부담이 늘어날수도 있다”고 말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된 '반도체산업협회 회장단 간담회' 를 주재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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