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 당대회 '구상' 행동으로 옮겨
美 겨냥…"국제무대 일방주의 반대"
연초 제8차 노동당대회에서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연대 강화를 천명했던 북한이 중국·베트남·쿠바에 이어 러시아와의 우호관계를 과시하고 나섰다.
특히 일방주의·내정간섭·이중기준 등을 반대한다고 밝히는 등 사실상 반미전선 구축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외교가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은 전날 발표한 담화에서 "전략적이며 전통적인 조로(북한-러시아) 친선관계를 새로운 높이에서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끊임없이 강화 발전 시켜 나가려는 것은 우리 공화국 정부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임천일 외무성 러시아 담당 부상 명의의 이번 담화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2주년을 기념하는 차원에서 발표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9년 4월 24일부터 26일까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직접 찾아 푸틴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임 부상은 북러 정상회담 이후 지난 2년간 양국이 "유동적인 국제 정세와 예견치 못한 세계적인 보건 위기로 인해 많은 시련과 도전에 부닥쳤다"면서도 "정치·경제·문화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연계하고 협력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북러관계가 "어떤 외부적 도전과 난관에도 끄떡하지 않고 두 나라 인민들의 이익에 맞게 보다 높은 발전단계를 향해 끊임없이 전진하고 있다"며 "친근한 이웃인 러시아 인민이 세계적인 보건 위기를 하루빨리 타파하고 안정되고 지속적인 사회 정치적 및 경제적 발전을 이룩해 강력한 러시아를 건설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울러 임 부상은 "조로 친선관계는 앞으로 두 나라 수뇌분들의 깊은 관심 속에, 그리고 두 나라 인민의 지향과 염원에 맞게 보다 높은 단계로 강화 발전하게 될 것"이라며 "두 나라는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전쟁과 긴장 격화의 근원을 해소하고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며 국제무대에서 일방주의와 전횡, 내정 간섭과 이중기준을 반대하고 정의로운 세계질서를 수립하기 위해 긴밀히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그간 미국을 겨냥해 일방주의·내정간섭 등의 비판을 쏟아내 온 만큼, 향후 러시아와 함께 '미국 반대편'에 서겠다는 의사를 거듭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달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징핑 중국 국가주석의 구두 친서 교환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이후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연대를 연이어 과시하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과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총서기에게 잇따라 축전을 보냈다.
김 위원장은 디아스카넬 총서기에게 보낸 축전에서 "적대세력들의 악랄한 제재 봉쇄 책동과 겹쌓이는 시련 속에서도 사회주의 위업의 승리적 전진을 위한 투쟁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두고 있는 형제적 쿠바 인민에게 굳은 지지와 연대성을 보낸다"고 밝혔다.
북한이 중국에 이어 베트남·쿠바·러시아 등과 전통적 우호관계를 재확인하며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사실상 미중경쟁 구도에 편승하겠다는 의지를 노골화하는 것이라는 평가다.
더욱이 미국의 대북정책이 중국 견제로 요약되는 대외정책의 하위 개념으로 자리 잡힐 가능성이 높아, 향후 북한이 사회주의 국가들과 더욱 밀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일 정상회담 논의 내용이 북한을 포용하기보단 압박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이 현재의 흐름을 이어갈 경우 "북한은 더더욱 중국 쪽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