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차기 당대표 지지율 '오차범위 밖 1위' 돌풍
각종 견제에 되레 존재감 상승…'호명 효과' 덕 톡톡
'국민의힘 변화 바라는 국민 바람 투영' 분석도 많아
"명확한 목소리에 좋은 이미지…지지율 상승에 영향"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치권의 가장 핫한 인물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꼽히고 있다. 차기 당대표 도전을 선언한 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 전 최고위원에게 각종 견제가 쏟아지고 있지만, 오히려 상승세가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이 전 최고위원을 둘러싼 대중의 관심도는 주로 SNS 상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에서 비롯되는 경향이 짙다. 특히 유명 논객 진중권 전 동양대 명예교수와 젊은 층에 민감한 이슈인 할당제 및 젠더이슈 등을 놓고 벌이는 갑론을박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21일에도 설전은 이어지고 있다. 진중권 전 교수가 할당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이준석 전 위원을 향해 공세를 가한 것이다.
진 전 교수는 "할당제 자체가 공정하다는 게임규칙이 실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식에서 만들어진 제도인데, 이준석은 이 부분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다"며 "아예 공부를 안 하니 인식수준이 천박할 수밖에"라고 비판했다.
전날 이 전 위원이 당대표 공식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인재를 널리 경쟁 선발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실력만 있으면 어떠한 차별도 존재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공정함으로 모두의 가슴을 뛰게 만들자"며 할당제를 없애겠다고 한 것을 겨냥한 비판이다.
이에 더해 개그맨 강성범 씨가 자신의 개인 유튜브 방송에서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한 언급을 하다 대구 및 화교를 비하했다는 논란이 빚어져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강성범 씨는 지난 19일 "지금 이 전 최고위원이 1위를 하니까 포털에서 이 전 최고위원 관련주가 뜨기 시작했고, ‘이준석 아버지가 화교’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이 전 최고위원은 '말도 안 된다'며 부모님 두 분이 대구 분이라고 해명했는데, 개인적으로 화교가 낫지 않나 싶었다"고 말해 구설수에 올랐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강 씨는 "대구와 화교를 비하하는 표현이 있었다"며 "변명할 여지가 없다.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한편 '화교 음모론'부터 할당제·젠더 이슈 등 각종 논란과 화제의 중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전 최고위원의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공개된 여론조사에서는 급기야 나경원 전 의원, 주호영 의원 등 당내 경쟁자들을 오차범위 밖으로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여론조사업체 코리아정보리서치가 뉴스핌의 의뢰로 지난 18일 조사해 이날 공개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이 전 최고위원의 지지율은 23.3%를 기록해 16.5%에 그친 나경원 전 의원을 오차범위(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밖에서 이겼다. 해당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특히 연령별 조사에서 공동 1위를 기록한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승리를 거뒀고, 지역별로도 강원·제주를 뺀 전 지역에서 1위에 올랐다.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층에서도 27%를 기록해 나경원 전 의원(21.5%)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최고위원의 이 같은 상승세가 정치권의 오래된 불문율 중 하나인 "정치인 뉴스는 부음 외에는 어떤 보도도 좋다", 이른바 '호명 효과'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보는 분석이 많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무엇보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들에 대해 명확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며 기개를 보여준다는 점에 있어 기존 보수정당의 고착된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데 상당히 기여를 한다고 본다"며 "이 전 최고위원의 '이슈메이킹'이 국민들로 하여금 좋은 이미지를 줘 지지율 상승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한 정치권 관계자도 "최근 이 전 최고위원을 둘러싸고 쏟아지는 많은 보도가 모두 그에게 긍정적인 뉴스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종의 도덕성 문제 등이 연루된 치명적인 내용이나 실체가 분명한 의혹 제기도 없다"며 "오히려 대중의 관심을 유발하는 내용이 주가 되는 보도가 쏟아지면서 존재감이 상승하는 모양새"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의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바람 자체가 여론조사 결과에 투영돼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는 원론적인 관측도 많다.
국민의힘이 지난해 4·15 총선 참패 이후 이전과는 차별화된 중도 지향적 행보를 이어 오며 4·7 재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끈 만큼, 이제는 정당 혁신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인적 쇄신'까지 이뤄내 그간의 노력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총선 이후 1년 간 당을 이끌고 떠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영국 같은 데를 보면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의 출현이나 보수당의 카메론의 출현이나 다 그 사람들이 30대에 출현한 사람들이다. 그런 걸 우리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은 여권에서도 이 전 최고위원의 약진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점이 포착되는 데서 힘이 실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권 원로로 꼽히는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나 김웅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더불어민주당이 상당히 위협을 느껴야 될 것"이라며 "과거 보수정당에서 초선이나 원외가 저렇게 도전장 던지는 건 생각도 못했다. 지지율이 저렇게 나오는 건 그 당 체질이 아니었던 것"이라며 "대단한 변화"라고 평가한 바 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통화에서 "국민들에게 이 전 최고위원이 국민의힘을 변화하고 개혁시킬 적임자라는 평가가 있는 것 같다"며 "정치권에서 '조직'은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당심'은 '민심'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현재 바람을 타고 민심을 등에 업은 상황"이라 평가했다.